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르포+] 또 떼로 나타난 '러브버그'…"버스 정류장에 다닥다닥"

입력 2023-06-21 17:40 수정 2023-06-26 10:45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아침에 일어나면 집 방충망에 5~6쌍은 꼭 붙어있는 것 같아요. 불편한 건 없는데 좀 징그럽죠." (노미화·53·서울 은평구 거주)

지난해 여름 서울 은평구 등 수도권 서북부에서 기승을 부렸던 일명 '러브버그(사랑벌레·붉은등우단털파리)'가 서울 곳곳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서울 은평구와 마포구, 경기도 고양시 등에서 러브버그가 출몰하고 있다는 목격담이 나오고 있는 겁니다.

21일 취재진이 서울 은평구 일대를 돌아본 결과, 버스정류장과 가게 유리창 곳곳에서 러브버그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사람에게 달려드는 러브버그 때문에 손을 내저으며 길을 걷는 시민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러브버그가 출몰하고 있다. 〈사진=김태인 기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러브버그가 출몰하고 있다. 〈사진=김태인 기자〉


은평구 주민 이형옥(69) 씨는 "지난 주말쯤부터 빌라에서 러브버그가 몇 마리씩 보이기 시작했다"면서 "오늘 아침에도 빌라에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스프레이(가정용 살충제)를 뿌리고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은평구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A 씨는 "그래도 오늘은 비가 와서 많이 보이지는 않는 편"이라며 "며칠 전 운동하려고 산 쪽으로 갔더니 시커먼 파리들이 너무 날아들어서 도망갔었다"고 전했습니다.

은평구 한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는 박은희(22) 씨는 "아침마다 편의점 문 앞에 쌓여있는 러브버그를 쓸어내야 한다"면서 "그래도 작년엔 편의점 유리창이 아예 새카맣게 될 정도로 러브버그가 많았는데, 올해는 아직 그렇게까지 많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은평구 한 버스정류장에 붙어 있는 러브버그들. 〈사진=이지현 기자〉

서울 은평구 한 버스정류장에 붙어 있는 러브버그들. 〈사진=이지현 기자〉


지난주 말부터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러브버그에 서울 은평구청에는 관련 민원이 쏟아졌습니다.

은평구청 온라인 민원 사이트에는 러브버그 방역을 요청하는 글들이 올라왔습니다.

'작년처럼 많아지기 전에 꼼꼼하게 방역해달라', '해충이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에게 불편을 준다. 작년처럼 벌레 사체로 고생하고 싶지 않다', '영업에 방해가 된다'는 내용들이었습니다.

아직은 러브버그의 개체 수가 작년만큼 많지 않지만, 지난해의 악몽이 되풀이될까 우려하는 목소리였습니다.

주민들 민원에 은평구는 방역에 나섰습니다. 은평구청 관계자는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관련 민원이 많아지기 시작했고, 은평구 전 지역에 걸쳐 러브버그가 출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러브버그가 주로 산쪽에서 발생하는 만큼 야산 인근 경계지역을 중심으로 주택가 쪽도 방역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시 은평구 한 편의점 앞 진열대에 러브버그 몇 마리가 붙어있다. 〈사진=이지현 기자〉

서울시 은평구 한 편의점 앞 진열대에 러브버그 몇 마리가 붙어있다. 〈사진=이지현 기자〉

털파리과의 일종인 '러브버그'…해충은 아냐


러브버그의 정식 명칭은 파리목 털파리과 '붉은등우단털파리'입니다. 주로 중국 남부 지역이나 일본 오키나와 등지에 서식하죠.

암수가 붙어 다니면서 비행하는 특성 때문에 '러브버그(사랑벌레)' 라고 불립니다.

러브버그는 애벌레 상태로 토양에서 생활하다가 온도와 습도가 맞아 떨어지는 6월 말쯤 성충이 되는데, 성충의 수명은 3~7일 정도입니다. 성충으로 사는 기간 짝짓기를 한 뒤 알을 낳고 죽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두 마리가 붙어 다니는 탓에 많은 사람이 혐오감을 느끼지만 러브버그가 해충은 아닙니다.

질병을 옮기거나 생태계를 교란하지 않으며 모기처럼 사람을 물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러브버그의 애벌레는 나무나 낙엽을 분해해 토양에 영양분을 전달하기도 해 환경정화에 도움을 줘 '익충'으로 알려져 있죠.
 

"러브버그 발생 원인, 연구 중"…2~3주 뒤면 개체수 줄어


지난해 처음 등장한 뒤 올해도 또 나타난 러브버그, 왜 자꾸 나타나는 걸까요.

아직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습니다. 관련 연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박선재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은 "붉은등우단털파리(러브버그)는 지난해 미기록종으로 발표됐었다"며 "갑자기 우리나라에서 발생하게 된 원인은 연구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수도권 서북부 쪽에서 주로 발생하는 이유와 관련해 박 연구관은 "추정하기로는 북한산 일대가 러브버그들이 서식하기 좋은 낙엽층 조성이 잘 되어 있어서인 것 같다"며 "그곳에 집중적으로 알을 낳는 것 아닐까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양영철 을지대학교보건환경안전학과 교수는 "보통 털파리 종류는 비료로 쓰이는 축분(가축의 분뇨)에 알을 낳고 유충이 서식한다"면서 "누군가 퇴비로 쓰고 버린 축분에서 문제가 생겼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해 러브버그가 문제가 됐을 때 그 원인을 찾지 못했다"며 "원인부터 찾고 난 뒤 원인을 제거하거나 방제수단을 결정했어야 했는데 그게 안 되니 작년처럼 러브버그가 재발생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러브버그가 대발생한 지난해 서대문구 보건소 관계자가 방역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러브버그가 대발생한 지난해 서대문구 보건소 관계자가 방역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확한 발생 원인을 모르니 지금으로써는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방역밖에는 없습니다.

은평구청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러브버그가 대량 발생한 뒤 2~3주 후부터 개체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며 "지금은 방역을 하면서 최대한 피해를 줄이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러브버그는 물을 싫어합니다.

러브버그가 벽에 많이 붙어 있다면 물을 끼얹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살충제에도 약한 만큼 가정용 살충 스프레이로도 퇴치할 수 있습니다.

또 러브버그는 밝은색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러브버그를 피하려면 가능한 어두운색 옷을 입는 것이 좋습니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