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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적 "결국 '유머'가 세상을 구원하지 않을까…요즘 마음에 꽂혀"

입력 2023-06-17 19:46 수정 2023-06-17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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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용보도 시 프로그램명 'JTBC 뉴스룸'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인터뷰의 저작권은 JTBC에 있습니다.
■ 방송 : JTBC 뉴스룸 / 진행 : 강지영


[앵커]

뱉고 나면 흩어져 버린 말들에 음정을 붙이면 노래가 되지만 글로 남기면 책이 되죠. 수많은 명곡들을 만든 싱어송라이터 하지만 오늘은 가수 겸 작가로 소개해 드립니다. 이적 씨를 뉴스룸에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적/가수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이적입니다.]

[앵커]

저희가 앞서 언급드린 대로 음반이 아니라 책으로 돌아오셨습니다. 사실 그런데 오래 전부터 작가로 활동해 오셨더라고요. 다양한 책들을 쓰셨는데 이번엔 처음으로 산문집을 또 내셨습니다.

[이적/가수 : 네 '이적의 단어들'이라는 콘셉이 먼저 있고 그래서 한 단어의 어떤 글들을 쓰는데 사진을 주로 올리는 SNS에 한 번에 한 화면에 딱 담기는 글을 쓰자, 그러면 어떤 이야기들의 군더더기를 점점 점점 걷어내게 되고 한 번에 주르륵 읽으면서 이렇게 마음에 확 와 닿는 무언가를 이제 만드는 작업을 하게 됐죠.]

[앵커]

단어 하나도 사실은 그냥 그냥 붙이는 것이 아니라 생각 끝에 고민 끝에 이런 것들을 붙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래서 오늘은 특별히 단어들로 인터뷰를 진행해 볼까 합니다. 이적의 단어이기 때문에 (예) 먼저 나이 (나이) '나이를 먹는다는 건 나 자신을 다루는 법을 조금이나마 더 잘 알게 되는 것' 사실 잘 다루려면 나 자신을 잘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적 씨가 이제 어느덧 50대… 

[이적/가수 : 아, 이제 만 나이를…]

[앵커]

도입됐기 때문에 (아직 49세, 49세입니다 예예) 바라보고 있는 상황에서 48, 49이지만 50대를 바라보면서 (네) 이적 씨가 알지 못했던 더 잘 알게 된, 더 잘 다루게 된 나의 모습이 있습니까?

[이적/가수 : 우리가 다른 사람이랑 살 때도 저 사람이랑 익숙해지는 게 필요하듯이 우리 자신을 잘 모르잖아요. (맞아요) 언제 흥분하는지 어떤 버튼이 나를 화나게 하는지도 이게 계속 뭐가 살아봐야 알게 되는 게 있고 (맞아요) 저 굉장히 게으른데 얘를 잘 꼬셔서 어르고 달래서 뭘 하게 하려면 얘한테 뭘 좀 당근을 제공하고 어떤 채찍을 써야되는지…]

[앵커]

당근이 뭡니까? 혹시

[이적/가수 : 그게 이제 이런 거예요. 이런 글을 혼자서 방 안에서 책 한 권을 쓰게는 안 되니까 그러면 SNS에 올리고 반응을 보고 그리고 좋은 얘기든 뭐 지적이든 이런 얘기를 통해서 아 또 이렇게 이렇게 또 만들어 나가고 이런 게 이제 제가 저를 다루는 방식이죠. 안 그러면 십 년이 지나고 이십 년이 지나도 이 책이 완성이 안 될 거예요.]

[앵커]

메모장에 갇혀 있겠죠. 

[이적/가수 : 네네. 그리고 계속 고치고 있고 그러니까 이제 그런 것들이 좀 이제 그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이제 스스로를 좀 다루는 그리고 어떤 거는 '안 돼 기다려' 뭐 이런 것도 있잖아요.]

[앵커]

그런 것도 좀 많이 있군요.

[이적/가수 : 네, 그럼요.]

[앵커]

다음 단어 '성공'. 싫은 사람과 같이 일하지 않아도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는 상태' 그렇다면 이적 씨는 성공하셨습니까?

[이적/가수 : 저는 어느 정도 그런 것 같아요. 제가 어느 순간 이 사람이랑은 정말 일하기 싫은데 아우 그래도 어쩔 수 없지 (현실적인 부분들과 타협해서) 지금 먹고 살 부분도 있으니까 해서 하지 않고 '죄송합니다. 저는 이 일은 하지 않겠습니다.' 결정할 수 있다면 그건 굉장히 큰 성공이고 사실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잖아요. (않잖아요. 맞아요) 그래서 저는 그냥 그게 굉장히 간단해 보이지만 성공의 정의라고 생각했어요.]

[앵커]

사실 요즘에 성공과 자유를 좀 많이 동의어처럼 쓰이는 경우도 많거든요. 그게 사실 내가 선택할 자유가 있는 거잖아요. (그렇죠 그렇죠) 그렇기 때문에 저는 그 글이 굉장히 와 닿았습니다.

[이적/가수 : 저는 그 글을 올리면서 다양한 분들이 지금은 내가 성공했는가 나는 아직 성공 안 했는가 혹은 심지어 퇴사를 하시면서 저는 성공한 것 같아요 라고 말씀하시는 분은 저 때문에 했다는 게 아니라 그러니까 퇴사 자체를 실패라고 규정하지 않게 (만들어준) 생각했다 라는 거죠. 그래서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셔서 이게 이제 그냥 혼자서 책을 다 써서 낼 때랑 다른 것 같아요. 여러분들의 반응이 전혀 제가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이 오니까 저도 아 그렇구나 하면서 또 배우게 되고.]

[앵커]

사실 저는 이적 씨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이 몇 개 있거든요. 그중 하나가 '청춘'이었어요. 이런 것들에 대해서 글을 쓴다면 어떤 느낌의 글들이 나올 수도 있을까요?

[이적/가수 : 아 이건 진짜 지금 처음 들은 얘기인데 '청춘'이라는 단어는 그냥 한자어잖아요. 푸른 봄, 아 청춘이 있으면 예를 들어 '홍추'라든지 (오) 붉게 단풍이 물든 가을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 이런 것 정도 한번 써보고 싶네요. 지금 생각하니까.]

[앵커]

제가 갑자기 사실 이건 대본에 없던 질문이어서 (예) 갑자기 드렸는데도 '홍추'라는 멋진 단어를 말씀해 주시니까…

[이적/가수 : 네, 약간 청실 홍실 같이 이렇게 청 다음에 홍이 나오면 좋을 것 같아서.]

[앵커]

확실히 언어에 대해서 단어에 대해서 말에 대해서 연구를 많이 하신 게 느껴지는 대답이었습니다.

[이적/가수 : 연구보다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예.]

[앵커]

이적 씨의 그 단어들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는데 요즘 이적 씨의 마음에 꽂혀 있는 단어가 있습니까?

[이적/가수 : 요즘 마음에 꽂혀 있는 단어는 저는 '유머'예요.]

[앵커]

유머. 

[이적/가수 : 웃음. 실제 세상에서 너무 심각한 거 많잖아요. 그런데 그거를 예를 들어 드라마나 영화에서까지 또 보는 게 힘들어요 (힘들어요 맞아요) 그래서 거기서 약간 그거를 조금 비틀어서 씁쓸하지만 좀 웃음 지을 수 있는 그런 것들을 좀 보게 되고 그래서 이 세상은 결국은 유머가 구원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앵커]

제가 이적 씨의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뻔하지가 않아서입니다. 또 한글 가사로만 돼 있다는 점도 굉장히 눈에 띄기도 하고요. 고집하시는 이유가 있는 겁니까 의도하신 겁니까?

[이적/가수 : 전에는 진짜로 좀 일부러 그랬었고요. 지난 앨범에 제가 돌팔매라는 곡에 get up, stand up 이런 가사 정도를 넣었어요. 그런데 그거 넣으면서 되게 되게 새로운 저 혼자. 발발발 떨면서 이거를 영어로 한 번 하는 거는 참 이거 괜찮을까 막 이러면서 하긴 했었죠.]

[앵커]

stand up 정도는 일어나 정도로 할 수 있었는데 stand up을 굳이

[이적/가수 : 근데 일어나 하니까 너무 명령조인 것 같아서 약간 옛날 학교 다닐 때 혼날 때 생각이 나 가지고 (hands up도) 예 (손들어 이거보다는) 예 손들어 이건 좀 (뉘앙스가 좀) 그렇죠. 어떤 순간에 어떻게 쓰이냐의 문제니까, 예.]

[앵커]

나름대로는 굉장히 고심해서 (맞습니다) 과감한 시도였다. (예 저 혼자) 종종 '늙지만 말고 늘기도 했으면 좋겠다' 뭐가 늘었으면 좋겠는지.

[이적/가수 : 저는 개인적으로 데뷔했을 때보다 지금 노래를 더 잘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게 굉장히 저한테는 큰 위안거리 혹은 뭐 자부심 같은 거예요. 뭔가 늘긴 늘었구나. 쓰는 곡도 어차피 제 곡은 제가 부르기 위해서 쓰는 거기 때문에 아 이 정도까지 부를 수 있어 이런 이것도 한번 해볼래 이렇게 되면서 영역이 점점 넓어진 것 같거든요. 그런 의미죠.]

[앵커]

이적 씨의 단어들의 조합이라 볼 수 있는 멋진 가사가 담긴 노래도 기대하겠고요. 책도 많은 분들께 부싯돌 같은 그런 역할들이 되어주길 기대해 보겠습니다. 인터뷰 고맙습니다.

[이적/가수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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