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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옛날 옛적에…"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선물하는 할머니들

입력 2023-06-14 20:54 수정 2023-06-14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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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할머니들이 들려주는 옛날이야기 앞에서 눈을 반짝이지 않을 아이들이 있을까요. 매주 아이들을 찾아가는 이야기 할머니들이 전국에 3천명 정도 있다고 하는데요.

이들의 이야기를, 밀착카메라 권민재 기자가 담아왔습니다.

[기자]

이야기 할머니들의 하루는 새벽 6시 반부터 시작입니다.

[여러분 오늘 할머니가 들려줄 이야기는, 제목 나와라 뚝딱!]

손동작도 눈짓도 모두 아이들을 앞에 두고 하는 것처럼 연습합니다.

[문 좀 열어주세요. 제발 문 좀 열어주세요!]

녹음한 걸 다시 들으면서 어색하진 않은지, 빼먹은 건 없는지 꼼꼼하게 살핍니다.

[조연희/이야기 할머니 : 저는 시간이 너무 모자라요. 하루에 한 세 시간만 더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4시간 뒤 아이들을 만납니다.

[{안녕하세요! 할머니 오셨다} 안녕하세요. {할머니!}]

할머니의 노래에 맞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하나 둘 셋 넷 이야기 시작~ 우리 모두 신나게 잘 들어보아요. 귀는 쫑긋 눈은 반짝. 출발합니다 빵빵!]

아이들의 눈동자도 반짝입니다.

[옛날 옛날 어느 마을에…]

숨죽여 집중하는 아이들 모습에 할머니는 더욱 신이 납니다.

[그것을 본 학동이가 큰 소리로 말했지요. 훈장님 어? 수염에 뭐가 묻었는데요?]

아이들을 만나며 할머니는 수십개의 목소리를 갖게 됐습니다.

['여보시오 나 돈 서푼만 꿔 주오'하고 장난스러운 도깨비가… '에이 주머니속에 돈 있는거 다 아는데' 그럼 이제 또 농부가 '정말 내일 꼭 갚을 거요?']

[박영주/이야기 할머니 : 이 이야기만 하면 아이들이 정말 부스럭거리는 소리도 안 내요.]

일주일에 20분, 짧은 시간이지만 아이들에겐 잊지 못할 기억입니다.

[박영주/이야기 할머니 : '할머니 또 오세요. 사랑해요' 이야기 하죠. 그 아이가 초등학생이 돼도 제 눈엔 그냥 아기 같아서 확 안아주기도 하고…]

어느새 자식도, 손주도 모두 커버려 돌볼 사람이 없어진 할머니는 더 많은 아이들의 할머니가 되기로 했습니다.

[박영주/이야기 할머니 : 갑자기 준비 없이 손주 육아를 딱 끝내고 나니까 하루가 너무 무료하고 그 공허함과…(이제) 동네 할머니예요. 이야기 할머니. 너무 좋죠.]

처음 내 이름이 적힌 명찰을 받던 날을 잊지 못합니다.

[박영주/이야기 할머니 : 정말 태어나서 처음 이렇게 목에 걸어봤거든요. 내가 뭐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더라고요.]

이젠 아이들의 곁에서 오래 오래 이야기로 할머니로 남는 것이 할머니의 꿈입니다.

이야기 할머니는 2009년 30명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전국에 3천명이 넘습니다.

어릴 적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옛이야기가 잊히지 않는 건 그 따뜻한 품 때문이겠죠.

매주 찾아가는 이야기할머니들의 목소리도 아이들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을 겁니다.

(작가 : 유승민 / VJ : 김대현 / 영상디자인 : 황수비 / 영상그래픽 : 김지혜·이송의·장희정 / 인턴기자 : 정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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