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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개인물병 들고오면 물 드려요" 이런 가게 늘어난다

입력 2023-06-14 17:31 수정 2023-06-14 19:12

환경 보호 위해 텀블러 등 갖고오면 물 주는 오아시스 서울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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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보호 위해 텀블러 등 갖고오면 물 주는 오아시스 서울 프로젝트



오아시스 서울에 참여하고 있는 매장에 붙어있는 스티커. 〈사진=이지현 기자〉

오아시스 서울에 참여하고 있는 매장에 붙어있는 스티커. 〈사진=이지현 기자〉

서울 동작구 한 주유소는 개인 물병을 가지고 오는 시민들에게 무료로 물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사진=이지현 기자〉

서울 동작구 한 주유소는 개인 물병을 가지고 오는 시민들에게 무료로 물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사진=이지현 기자〉


“혹시 물 한 컵만 마실 수 있을까요?”(취재기자)

“그럼요. 들어오세요. 저쪽 정수기에서 받아 가시면 돼요.”(동작구의 한 주유소측)

물 한 컵을 부탁한 곳은 서울 동작구의 한 주유소입니다.

기름을 넣는 손님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물을 마실 수 있는 곳입니다.

개인 컵이나 물병만 가지고 오면 됩니다.


“여기 근처에 둘레길이 있어요. 날이 더우니까 산책하시는 분들이 물 안 파냐고 찾아와요. 그래서 물을 드리기 시작했어요. 편의점 같은 곳에서 물 사 먹으면 요즘은 너무 비싸기도 하고, 플라스틱 쓰레기도 많이 나오잖아요. 여기선 본인 컵이나 물병만 가지고 오면 마음껏 물 받아가셔도 돼요.” - 장모 씨(주유소 관계자)

이 주유소처럼 고객이 아니더라도 물을 나누는 가게들이 서울 곳곳에 있습니다.

텀블러나 개인 물병을 가지고 온 사람들에게 무료로 마실 물을 주는 '오아시스 서울'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가게들입니다.

'폭염 대비·일회용품 줄이기'…자발적으로 참여한 가게들


시작은 지난해 7월이었습니다. 폭염에 대비해 물을 나누자는 취지였죠. 근처를 지나가는 사람들뿐 아니라 야외에서 일해야 하는 근로자들이 가게를 이용하지 않아도 언제든 물을 마실 수 있도록 한 겁니다.

또 개인 물병을 사용하도록 해 페트병 같은 일회용품 사용도 줄여보자는 차원이었습니다.

취지에 공감한 가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습니다. 프랜차이즈 카페와 식당은 물론 개인 자영업자들도 나섰습니다.

서울 동작구에서 제로웨이스트 샵을 운영하는 박 모 씨도 지난해부터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일회용품을 조금이라도 줄여보자는 취지였습니다. 이곳에선 커피도 공짜로 마실 수 있습니다.

박 씨는 “주변에 대학교가 있어 자취하는 학생들이 많다”며 “물값이 따로 나가는 것도 아니니 학생들에게 텀블러만 가지고 와서 물이든 커피든 마시라고 얘기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집에서 마시는 물도 페트병으로 사지 말고 얼마든지 받아가도 좋다고 얘기하는데, 미안해서인지 자주 오지는 못하더라”고 말했습니다.

서울 동작구 한 제로웨이스트 샵에서는 개인 컵을 가지고 오는 사람들에게 물과 커피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이지현 기자〉

서울 동작구 한 제로웨이스트 샵에서는 개인 컵을 가지고 오는 사람들에게 물과 커피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이지현 기자〉


가게들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다고 해서 별도로 서울시로부터 지원을 받는 건 아닙니다.

서울시 기후환경정책과 관계자는 “프로젝트 자체가 나눔의 취지로 시작된 것이어서 별도 예산은 잡혀있지 않다”며 “서울시 스마트맵에 표출해주고 스티커를 붙이는 것 외에는 지원되는 게 없다”고 말했습니다.

취지 좋지만 이용률은 낮아…“도서관·서점으로도 확대 계획”


올해부터는 공용 음수대가 있는 구청과 주민센터, 은행 등도 참여해 서울에서 총 1700여곳 매장에서 물을 마실 수 있게 됐습니다.

참여하는 곳은 늘고 있지만 이용하는 시민들은 많지 않은 편입니다.

박 씨는 “작년부터 프로젝트에 참여했는데, 많이 와봐야 일주일에 1~2명 정도”라며 “올해는 거의 이용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이런 프로젝트가 있다는 것을 잘 몰라서입니다.

주유소 관계자인 장 씨는 “이 사업을 알고 찾아온다기보다 어쩔 수 없이 물 한 잔만 얻을 수 있냐고 찾아오는 분들이 대부분”이라며 “홍보도 더 되고, 참여하는 가게들이 곳곳에 많이 있어야 시민들이 쉽게 들어와 이용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습니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매장 정보를 쉽게 알 수 없는 것도 한계입니다.

오아시스 서울에 참여하고 있는 매장에 붙어있는 스티커. 〈사진=이지현 기자〉

오아시스 서울에 참여하고 있는 매장에 붙어있는 스티커. 〈사진=이지현 기자〉


현재는 참여 매장을 확인하려면 포털 사이트에서 '오아시스 서울'을 검색해 서울시 홈페이지에 접속한 뒤 매장 위치를 확인해야 합니다.

가게에 '오아시스 서울' 스티커가 붙어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크기가 작아 눈에 잘 띄진 않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앞으로 도서관이나 서점 등 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곳들로도 참여 매장을 확대해갈 계획”이라며 “프로젝트가 좀 더 활성화되면 네이버·카카오맵에 참여 매장을 표시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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