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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문자로 오는 '단체 스팸'…100명에게 내 번호가 노출됐다

입력 2023-04-26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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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락없이 단체문자 정말로 죄송합니다.'

얼마 전 이런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받았습니다. 무슨 말인가 자세히 보니 100명 가까운 사람들이 문자메시지 그룹채팅방에 초대돼 있었습니다. 온라인 카지노에 와 보라는 스팸 문자메시지였죠.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을 통해 스팸 메시지가 오는 건 종종 들어봤지만, 이렇게 문자메시지 그룹채팅을 통해 스팸 문자가 온 건 처음이었습니다.

더 당황스러운 건 초대된 사람들의 전화번호가 고스란히 노출된다는 점입니다.

문자메시지 그룹채팅 기능인 '채팅+'를 통해 온 스팸 메시지. 〈사진=이지현 기자〉문자메시지 그룹채팅 기능인 '채팅+'를 통해 온 스팸 메시지. 〈사진=이지현 기자〉

■ 안드로이드 '채팅+' 기능을 악용한 스팸

안드로이드 기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에는 그룹채팅 기능인 '채팅+'가 있습니다. 최대 100명까지 단체 채팅이 가능하고 용량이 큰 사진과 동영상도 쉽게 보낼 수 있습니다. 카카오톡처럼 상대방이 메시지를 읽었는지 확인할 수도 있죠. 이동통신 3사(KT·SK텔레콤·LG유플러스)가 카카오톡에 대항하기 위해 만든 기능입니다.

그런데 그 기능을 스팸 발송자들이 악용하고 있는 겁니다.

이달 초 카카오톡은 모르는 사람이 단체 채팅방에 초대했을 때 거부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했습니다. 그러자 스팸 발송자들이 문자메시지 단체 발송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A 통신사 관계자는 “최근 카카오톡의 단체 채팅방 초대 거부 기능이 생기면서 스패머들의 행동반경에 제약이 생기자 우회 경로로 채팅+를 악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010-XXXX-XXXX 님이 나갔습니다'…끝까지 남는 내 번호

강제로 대화방에 초대돼 스팸 메시지를 받는 것도 불쾌하지만, 더 당황스러운 건 초대된 사람들의 전화번호가 고스란히 공개된다는 겁니다.

이 채팅+ 기능은 전화번호를 기반으로 하다 보니 채팅방에 초대된 100명의 전화번호를 모두 볼 수 있게 돼 있습니다.

그룹채팅방에서 퇴장한다고 하더라도 '010-XXXX-XXXX 님이 대화에서 나갔습니다'라는 문구가 남기 때문에 번호는 끝까지 남는 셈입니다.

최근 이런 단체 스팸 문자를 받은 김모 씨(36)는 “노출된 내 전화번호를 누군가 저장하기라도 하면 카카오톡이나 SNS를 통해 얼굴과 성별, 이름을 모두 알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그렇게 노출된 개인정보가 또 다른 범죄에 악용될 수 있어 불안하다”고 말했습니다.

대화방에서 나가도 전화번호는 남는다. 〈사진=이지현 기자〉대화방에서 나가도 전화번호는 남는다. 〈사진=이지현 기자〉


■ 할 수 있는 조치는 '스팸 신고' 뿐

그룹채팅을 통해 스팸 문자를 받은 사람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현재로써는 '스팸 신고'밖에 없습니다. 스팸 신고를 하면 해당 번호로 오는 문자가 차단되는 식이죠.

하지만 스팸 발송자가 다른 번호를 이용해 또 단체 스팸 문자를 보낸다면 조금 전에 한 스팸 신고는 무용지물입니다.

게다가 스팸 신고 자체도 이미 내 번호가 모두에게 노출된 뒤 취할 수 있는 조치입니다. 개인정보 유출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는 겁니다.

문자메시지 그룹채팅 기능인 '채팅+' 기능을 끄는 것도 방법이 될 수는 있습니다.

'문자메시지 - 설정 - 채팅+설정 - 채팅+관리 - 채팅+끄기'를 하면 됩니다.

다만 이 경우 채팅+ 기능 전체를 이용할 수 없다는 단점은 있습니다.

B 통신사 관계자는 “지금으로써는 이용자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스팸 신고를 하고 번호를 차단하는 것”이라며 “통신사들도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다량의 문자를 한꺼번에 보내는 이용자에 대해서는 문자 발신 차단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카톡처럼 그룹채팅 '거부' 기능 도입 준비 중”

지난달 말 이 문제를 인식한 통신 3사와 삼성전자는 공동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일단 그룹채팅 문자의 '스팸 신고'를 좀 더 쉽게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이와 관련해 “이번 주부터 순차적으로 업데이트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카카오톡처럼 그룹채팅 초대를 거부할 수 있는 기능도 도입할 예정입니다.

A 통신사 관계자는 “모르는 사람이 그룹채팅에 초대할 경우 '수락/거부'를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하는 등 대응책을 신속하게 적용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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