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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수십kg' 맨홀 뚜껑과의 싸움…수도검침원의 하루

입력 2023-04-25 20:44 수정 2023-04-25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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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길에 있는 수십kg짜리 맨홀 뚜껑을 하루에도 몇십 개씩 열어봐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수도 검침원들인데요. 어깨, 허리, 무릎. 성한 데가 없다고 합니다.

밀착카메라 이희령 기자가 따라가 봤습니다.

[기자]

이 건물 가게들이 물을 얼마나 썼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나무판을 열고, 보호통 뚜껑을 들어 올리면 수도 계량기가 나옵니다.

수도검침원들이 이 수치를 매달 확인해서 수도 요금을 부과합니다.

공원에도 계량기가 숨어 있습니다.

무거운 덮개를 들어 올리고 맨홀 뚜껑을 여니 깊은 곳에 설치된 계량기가 보입니다.

직접 내려가는 건 위험해 이른바 셀카봉을 길게 늘려 영상을 찍습니다.

[김승현/수도검침원 : 예전에 이런 도구가 없을 때는 다 밑으로 내려갔죠. (요즘도) 부스러기 같은 게 잔뜩 올라갈 때가 있어요. 그러면 안 보이잖아요. 그럼 내려가야 해요.]

도로 아래에 설치된 계량기를 확인하려면, 여기 있는 여기 있는 이 맨홀 뚜껑을 열어야 한다고 하는데요.

도구를 보통 사용합니다. 그냥 열기는 힘들어서인데, 도구를 써도 안 열립니다.

가벼운 게 10kg, 무거운 건 40kg 정도 됩니다. 힘과 요령 모두 필요한 작업입니다.

[김승현/수도검침원 : 하루에도 저런 걸 몇십 개씩 들고 하면 허리 병 생기죠. 그래서 (몇 년 전에) 구급차에 실려 가서 바로 디스크 수술을 했어요.]

위험한 상황도 일어납니다.

[김승현/수도검침원 : 사다리가 휘청하는 거예요. 그래서 쏙 빠져서, 운동화 다 젖고.]

이 건물의 수도계량기를 확인하려고 하는데 주변을 둘러봐도 계량기 함이 보이지 않습니다.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니까 바로 이 아래에 계량기 보호통이 있습니다.

이 차가 이동해야만 볼 수 있습니다.

차 주인에게 전화를 걸어보지만,

[30~40분 있다가 오신다고요?]

결국 포기합니다.

[김승현/수도검침원 : 잠자는데 깨워서 이걸(차를) 빼달라고 하니까. 짜증을 내시더라고요.]

쪼그리고, 꺼내고, 숙이고, 엎드리고… 하루에도 수십 번 같은 동작을 반복합니다.

인천에선 수도검침원 180여 명이 수도계량기 약 43만 개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점검 기간엔 한 사람이 하루 평균 100개 이상을 확인해야 합니다.

[수도검침원 : 물리치료나 파스, 진통제. 이런 걸 거의 달고 사는 상황입니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370여 명 중 일부를 조사했더니, 약 76%가 근육과 관절 통증 같은 근골격계 질환을 갖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실태조사마저 제대로 안 되고 있습니다.

[인천광역시 상수도사업본부 : 자체적으로 하는 것이다 보니까 인력이 너무 없고…]

'관리자 눈치가 보여서', '어차피 인정이 안 될 것 같아서' 등의 이유로 산업재해 신청을 꺼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서울에서 최근 3년 동안 근골격계 질환을 산업재해로 신청하고, 인정받은 건 딱 한 명입니다.

계량기의 작은 숫자를 보기 위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맨홀 뚜껑을 열고,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사람들.

세상에 위험하고 아픈 게 당연한 일은 없습니다.

(VJ : 김대현 / 인턴기자 : 신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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