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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왜] 마이크론 사태, 韓반도체 진영 심사 복잡한 이유

입력 2023-04-13 06:57 수정 2023-04-15 10:06

中 인터넷당국 美 마이크론 조사
FT "삼성·하이닉스 반사이익 기대"

中 시스템반도체, 美 의존 구조
확전 가능성보다 기싸움에 방점

마이크론 피해 예상보다 커지면
韓 반도체 진영도 유탄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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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인터넷당국 美 마이크론 조사
FT "삼성·하이닉스 반사이익 기대"

中 시스템반도체, 美 의존 구조
확전 가능성보다 기싸움에 방점

마이크론 피해 예상보다 커지면
韓 반도체 진영도 유탄 가능성


[사진= 에어 유니버서티 캡처][사진= 에어 유니버서티 캡처]
중국 정보통신당국이 미국 메모리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보안조사를 둘러싸고 반도체 메이커 각각의 진영마다 손익 계산이 분주합니다.

마이크론은 미국 메모리칩 산업의 선두 주자이며 삼성과 SK하이닉스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메모리 칩 기업입니다. 특히 중국 시장은 마이크론에겐 젖과 꿀이 흐르던 곳이었습니다.

2018년 마이크론의 중국 매출은 전체 매출 비중의 58%를 차지했습니다. 미·중 무역전쟁 이후 마이크론의 중국 매출 규모와 비중은 매년 줄어들기 시작해 지난해엔 10.8%를 기록했습니다.

[사진- 바이두백과 캡처][사진- 바이두백과 캡처]
마이크론은 지난해 중국 상하이 소재 D램 칩 설계 부서를 정리했습니다. 급기야 200억 달러를 들고 미국에 새 공장을 짓는다고 선언해버렸습니다. 중국 당국으로선 더 이상 미련을 둘 게 없다고 판단할 지경까지 밀어붙인 걸까요.

미국이 동맹국들과 연합해 최첨단 반도체 장비의 대중 수출을 막으면서 반도체 산업이 자력갱생 위기에 몰렸던 중국. 입씨름 외에는 별다른 대응을 안 했습니다.

[사진= Gizmochina 캡처][사진= Gizmochina 캡처]
반격 카드로 꺼내 든 게 마이크론 조사입니다. 첫 물리적 대응입니다.

중국 인터넷정보판공실(CAC)은 지난달부터 국가안보를 이유로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제품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반도체 규제에 맞서 퀄컴이나 인텔과 같은 중국 시장 점유율이 높은 미국 기업을 겨냥하지 않고 마이크론을 선택한 이유로 두 가지를 꼽는 것 같습니다.

첫째, 마이크론의 대중 수출을 끊어도 다른 공급자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둘째, 대중 반도체 규제의 배후에 마이크론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이제 시간이 흘러 열흘이 넘은 사건이 됐는데요. 이런 사건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증시에선 삼성과 하이닉스가 반사이익을 보는 게 아니냐며 파장의 향방에 촉수를 곤두세웠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 중앙포토]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 중앙포토]
앞으로 한국 진영의 반도체 매출 흐름이 표면의 도식 대로 흐를까요.

일단 보안조사를 받으면 결과 여하에 따라 대중 수출이 타격을 입을 수 있습니다. 비록 전체 매출의 10.8% 시장으로 후퇴했지만 시장을 그냥 내주는 기업은 없는 법입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 일단 비관적 관점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FT는 로펌 DLA파이퍼의사이버보안팀장캐럴린빅을 인용해 “사이버 보안규정을 위반하면 벌금을 부과하는 유럽과 달리 중국에선 사업 운영권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중국에서 메모리 생산을 하는 삼성과 하이닉스는 반사이익을 볼 수 있습니다. 마이크론의 대중 수출 물량 상당 분을 이어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큽니다.

FT도 이런 관점에 동의합니다. 투자은행 번스타인의 수석 반도체 애널리스트 마크 리의 예상을 전하고 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는 표준화돼 공급업체를 쉽게 바꿀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마이크론의 중국 내 주문량 대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도 반사이익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지수입니다. 반도체를 둘러싼 미·중 갈등이 복마전 같은 셈법으로 점철돼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 AP,연합뉴스][사진= AP,연합뉴스]
일단 마이크론만 해도 중국 수출에 타격을 입겠지만, 메모리 반도체는 표준화돼 있기 때문에 다른 수입선을 찾아 피해를 상쇄할 수 있습니다. 반격이라고 하니 '매 한 대 맞아주는' 정도라고 볼 수 있겠네요.

현재로선 중국이 반격전을 확대할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다른 공급처로 대체할 수 있지만 시스템 반도체는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FT는 전문가들을 인용, 엔비디아에서 만든 AI칩셋과 인텔, 퀄컴 등에서 만든 중앙처리장치(CPU)에 대한 중국의 의존도를 고려할 때 추가 보복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언제 매듭짓느냐일 겁니다. 일회성 사건으로 끝나지 않고 연쇄 규제로 이어지게 되면 상황이 어디로 흘러갈지 불확실성이 커집니다.

사태가 장기화되거나 마이크론에 치명적 결과가 예상될 경우 미국은 중국 공장으로 반입되는 장비의 허들을 높여 얼마든지 우리 반도체 진영을 압박할 수 있습니다.


공급 대체선을 믿고 마이크론을 압박하는 구조니까 그 구조를 흔들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 기업들이 유탄을 맞을 가능성도 대비하고 있어야 합니다.

마이크론 사태의 추이를 주시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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