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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식당서 말이 필요없네…태블릿 주문 넘어 '결제'까지

입력 2023-04-12 09:05 수정 2023-05-22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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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분이세요? 편한 자리 앉으세요.”(서울 마포구 상암동 식당 직원)

지난 10일 찾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한 식당. 이날 식사를 마치고 나올 때까지 가게 직원과 나눈 말은 이 한 마디가 전부였습니다.

주문은 테이블 위 태블릿으로 하면 됩니다. 요즘 식당에서 자주 보이는 '태블릿 메뉴판'이죠. 메뉴를 고르고 주문하기 버튼만 누르면 끝. 여기까진 익숙합니다.

그런데 주문하기를 누르자 곧바로 결제 화면까지 뜹니다. 자세히 보니 태블릿 아래에 카드 리더기가 붙어 있습니다.

앉은 자리에서 주문부터 결제까지 한 번에 끝내는 '선결제 태블릿 주문' 시스템입니다.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한 식당에서는 태블릿으로 주문과 결제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영상=이지현 기자〉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한 식당에서는 태블릿으로 주문과 결제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영상=이지현 기자〉

필요한 게 있으면 '직원 호출하기'를 누르면 됩니다. 밥을 다 먹고 나가면서 계산해달라고 직원을 부를 필요도 없습니다.

태블릿에 '더치페이' 기능도 있으니, 바쁜 점심시간에 나눠서 계산하려고 계산대 앞에 한참 서 있는 민망함도 당연히 없습니다.

■구인난, 인건비 부담에 진화하는 '무인 주문·결제' 시스템

무인 주문·결제 시스템이 진화하고 있습니다.

매장에 1~2대 있던 키오스크에서 테이블마다 놓인 태블릿 주문으로, 이제는 선결제까지 가능한 태블릿 주문으로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는 겁니다.

배경에는 코로나 19가 있었습니다. 지난해 코로나 19 대유행이 잠잠해지고 규제가 풀리면서 외식하는 사람들이 늘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식당은 구인난에 시달렸습니다. 그사이 오른 인건비도 큰 부담이었습니다.

그래서 사람 대신 기계가 필요했습니다. 선결제가 가능한 태블릿 주문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확산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주문도 받고 결제까지 알아서 해 주는 든든한 홀 직원인 셈이죠.
 
서울 시내 한 백화점 푸드코트에서 키오스크로 음식을 주문하는 사람들. 〈사진=연합뉴스〉서울 시내 한 백화점 푸드코트에서 키오스크로 음식을 주문하는 사람들. 〈사진=연합뉴스〉

■“인건비 기존의 10분의 1 수준”…시스템 사용 식당 월 이용료 2만 원 안팎

대전 유성구에서 혼자 식당을 운영하는 A 씨는 지난해부터 태블릿 주문·결제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A 씨는 “홀에 아르바이트생을 쓰던 때보다 비용 부담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고 말했습니다.

업체마다 가격이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태블릿 한 대당 월 1만 5000원~2만 원이면 태블릿 주문·결제 시스템 이용할 수 있습니다. 테이블이 10개 규모인 가게면 월 20만 원이 드는 겁니다.

태블릿 주문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이 시스템을 사용하는 업주들의 80% 정도는 긍정적인 평가를 한다”며 “인건비를 아낄 수 있는 점이 가장 만족스러운 점으로 꼽힌다”고 설명했습니다.

A 씨처럼 가게를 혼자 운영할 경우엔 특히 장점이 많습니다. A 씨는 “결제가 돼야만 주문이 들어가기 때문에 '먹튀'가 불가능하다”며 “주문이 누락되는 일도 없어 신경 쓸 일이 줄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 시내의 한 음식점에 설치된 태블릿형 셀프 결제기. 〈사진=연합뉴스〉서울 시내의 한 음식점에 설치된 태블릿형 셀프 결제기. 〈사진=연합뉴스〉

일부 손님들 반응도 좋습니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사는 직장인 김모 씨(35)는 “태블릿 주문은 많이 해봤는데 결제까지 되는 건 처음 봤다”며 “바쁜 점심시간에 결제하려고 기다리지 않아도 돼 편하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 사는 안모 씨(34)도 “식당 들어와서 직원을 부르지 않아도 돼 좋다”며 “젊은 사람들이 많은 식당에서는 유용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선결제 태블릿 주문, 단점은? 번거로운 '추가 주문 때마다 결제'

물론 선결제 태블릿 주문이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닙니다.

추가 주문이 번거롭다는 점이 가장 큰 단점입니다. 주문할 때마다 매번 결제해야 하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호프집에서 이런 시스템을 도입하면 술 한 병을 더 시킬 때마다 결제해야 하니 불편하다는 손님도 적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선결제 태블릿 주문 시스템이 폭발적으로 확산하지는 못한 상황입니다.

태블릿 주문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자사의 경우 태블릿 주문 시스템을 이용하는 업체 중 12%만이 선결제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며 "추가 주문이 어렵다는 점 때문에 주로 점심 영업을 하는 외식업체에 시스템을 추천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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