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설 연휴 전날, 큰불로 피해를 입었던 구룡마을 주민들은 어느 때보다 혹독한 겨울을 나고 있습니다. 남아있던 일부 가구에는 전기마저 끊겼습니다.
윤정주 기자입니다.
[기자]
꽁꽁 얼어붙은 땅에 연신 호미질을 하더니, 무언가를 소쿠리에 주워담습니다.
[구룡마을 이재민 : 동전이요. (저금통에) 모아놓은 돈들이 있어서. 안 나와서 없는 줄 알았더니 계속 파보니까 있더라고요.]
20년 세월이 쌓인 집은 한순간에 사라졌습니다.
[구룡마을 이재민 : 다른 해보다 연탄(지원)이 많이 나와서 많이 재워놨는데 다 타버렸어.]
이재민들은 작은 흔적이라도 담으려는 마음에 하루 대부분을 임시 숙소가 아닌 화재 현장에서 보냅니다.
[구룡마을 이재민 : 오늘도 새벽 2시에 일어나서 지금까지 잠 못 자고 있는데…]
가까스로 불길을 피한 집에는 매서운 추위가 들어찼습니다.
불이 나면서 전깃줄이 타버려, 일부 가구는 전기도 끊어졌습니다.
[구룡마을 주민 : 햇볕 있는 데 밖에 나와 있어요. 주전자 물 있는 것도 다 얼고 안에서 생활을 못 합니다.]
얇은 합판으로 만든 벽을 타고 한파는 고스란히 집안 곳곳을 채웁니다.
[구룡마을 주민 : 항상 외풍이 있고 이불을 두 개, 세 개씩 덮어야 하고 몸이 (항상) 움츠려져 있으니까 밖에 나오면 막 머리가, 뒷목이 찌릿찌릿해요.]
주민들은 현장 한 켠에 만들어진 작은 천막에 들어서서야 잠시 몸을 녹입니다.
관할 구청은 "이재민 임시 숙소를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주민들, 관련 기관과 협의해 현장 수습부터 하겠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