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늘(17일) 밤 서울에 눈 소식이 있고 당분간 영하권 날씨가 이어집니다. 이런 날, 망가진 보일러 대신 이불 속에서 추위를 견뎌야 하는 쪽방촌 주민들이 있습니다.
재개발을 앞둔 곳들의 상황이 특히 심각하다고 하는데요, 그 이유를 신진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이곳은 서울 영등포 쪽방촌입니다.
보일러가 고장났는데도 고쳐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요.
직접 한번 돌아보겠습니다.
지하 쪽방엔 한낮에도 볕이 들지 않습니다.
여든여덟살 할아버지는 하루 대부분을 누워서 생활합니다.
[서울 영등포 쪽방촌 주민 : 일단 이 방에 들어오면 이렇게 앉아있지 못해. 이불 속에 들어가야 해. 냉장고 같아서…]
월세 23만원을 내고 있지만, 보일러는 망가졌습니다.
[서울 영등포 쪽방촌 주민 : 주인을 통해서 고치는 건 안 되는 거예요. 얘기해봐도 소용 없으니까…]
이웃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울 영등포 쪽방촌 주민 : 바닥은 완전 얼음이지.]
집주인에게 보일러를 고쳐달라고 해도 반응하지 않습니다.
[서울 영등포 쪽방촌 주민 : 씨알이 먹혀야 얘기를 하지. 전화하는 사람만 바보예요. {이유를 뭐라고 해요?} 그냥 바쁘다고.]
이런 상황, 이유가 있습니다.
재개발 소식이 들리면서 집주인들로선 고쳐줄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손은식/프레이포유 목사 (봉사자) : 집주인 입장에서는 집을 허물어야 되고 보상을 받아야 하고 여러 가지 상황에 놓여 있으니까 '굳이 고쳐줄까?' 그런 말씀도 들었습니다.]
다른 재개발 지역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굳이 수리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유가 생기면서 금이 간 건물 곳곳은 스티로폼으로 메꿔졌습니다.
세입자들 삶은 더 팍팍해졌습니다.
[김재철/서울 동자동 쪽방촌 주민 : {난방이 안 되나요?} 네 전기장판만 되고 있어요.]
춥고 좁은 방, 이마저도 언제 내몰릴까 걱정입니다.
[서울 동자동 쪽방촌 주민 : 여기 있는 사람들도 불안한 거예요. 가야 되면 어딜 갈 거예요.]
추위를 견딜 수 없거나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쪽방촌 상담소를 통해 대피처로 갈 수 있지만 임시방편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