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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지현, '재벌집' 최대 수혜자 될 수밖에 없던 이유

입력 2022-12-29 16:20 수정 2022-12-29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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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현박지현
배우 박지현(28)이 JTBC 금토일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다. 26.9%(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의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올해 최고의 미니시리즈 성적을 거둔 이 작품에서 순양그룹 이성민(진양철) 회장의 손주 며느리 모현민 캐릭터로 강렬한 존재감을 뽐냈다.


2017년 MBC 드라마 '왕은 사랑한다'로 데뷔, 5년 동안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드라마 '친애하는 판사님께' '내 뒤에 테리우스' '신입사관 구해령'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유미의 세포들' '너에게로 가는 속도 493km' 영화 '반드시 잡는다' '곤지암' '사자' '앵커' 등에 출연했다. 그리고 2022년 결정적 터닝포인트와 마주했다.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비중을 뛰어넘는 존재감으로 방송가와 광고계 러브콜이 쏟아지는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했다.


종영 후 박지현과 만났다. 마주했을 때 불현듯 떠오른 건 '될성부른 나무 떡잎부터 알아본다'라는 말이었다. "과거 오디션을 정말 많이 봤는데 떨어지거나 안 됐을 때 자책하게 되니 득이 될 게 없었다"라면서 "배우로서 가장 중요한 건 자신감이라고 생각해 오디션에 떨어져도 자책 대신 나중에 작품이 공개될 때 찾아가 보거나 찾아서 보며 그 이유를 찾곤 했다"라는 박지현. 훗날 자신에게 더 잘 어울리는 작품이 오지 않을까 생각하며 자책 대신 다른 배우의 장점을 터득하고 스스로의 다음 스텝을 준비한 그의 행보가 기자의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다.

-종영 소감은.


"우선 작년 말쯤부터 시작해서 거의 1년 가까이 촬영했는데 일단 함께하는 선배님들이 너무 연기를 잘하는 분들이라 나만 잘하면 된다, 재만 뿌리지 않으면 된다 생각했다. 노력하는 과정에서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대선배들과의 촬영이다 보니 긴장을 많이 했는데 결과가 너무 좋아서 요즘 너무 행복하다."

-인기를 체감하고 있나.

"아직 실감은 많이 안 난다. 역할적인 비중이 큰 것도 아니는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다만 주변 사람들이 얘길 많이 해주는 것 같다. '정말 그런가?'란 생각이 들고 아직은 이런 상황들이 얼떨떨한 것 같다. 어느 정도인지도 잘 모르겠고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씨름 선수 출신이라는 해프닝까지 있었다.

"씨름의 'ㅆ'자도 꺼내본 적 없는데 어디서 그런 얘기가 나온 건지 모르겠다. 정말 씨름을 해본 적 없다. 모래를 밟아본 적도 없어서 그런 얘기가 돈 게 신기하다. 회사에서 갑자기 연락이 와서 '예전에 씨름했었어?'라고 물어서 '네?!'라고 당황해 되물었던 기억이 난다. 초등학교 때 수영 선수로 활동을 한 적이 있긴 한데 그 뒤로는 운동선수의 길과 인연이 없었다. 사실이 아닌 얘기로 씨름 선수 당사자분께 영향을 끼친 점 죄송하다."

박지현박지현
-모현민 역할을 처음 제안받았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일단 대본을 보고 작가님이 너무 매력적으로 그려줬다고 생각했다. 그때 공개 오디션처럼 역할을 열어놓고 오디션을 봤다. 서민영, 모현민, 레이첼 등 세 가지 역할의 오디션이 있었고 가서 연기를 했는데 감독님이 모현민만 시키더라. 그래서 약간 안 되려나 보다 싶었다. 오디션 보는 입장에서 좀 길어야 된다 그런 느낌이란 게 있는데.(웃음) 감독님이 화술적인 부분에서 좀 쫀득하게 긴장감 있게 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고 그렇게 연기를 했다. 한 번의 오디션으로 캐스팅이 됐다."


-예상과 다른 합격 소식에 기뻤겠다.

"정대윤 감독님이 전작이었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봤다고 했다. 감독님도 많은 고민을 했겠지만 그래서 바로 캐스팅이 된 것 같아 너무 기분이 좋았다. 앞서 캐스팅이 확정됐던 선배 라인업을 본 후 '내가 함께 연기할 수 있다니!' 그저 감개무량했다."


-원작보다 비중이 많아졌다.

"일단 원작 자체를 보지 않았다. '유미의 세포들'에 출연했을 때 원작을 봤는데 드라마 대본과 원작은 다를 수밖에 없는 지점이 있지 않나. 근데 연기할 때 헷갈리더라. 그래서 이번엔 원작 자체를 안 보려고 했다. 원작에서 현민이가 어떻게 그려졌는지 잘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부분이 크게 달라졌고 어떤 식으로 재해석이 됐는지 모르겠다."


-어떤 점에 집중해 작품을 준비했나.


"대사들이 고혹적이고 매력적이었다. 센스 있는 대사들이 많더라. '이걸 어떻게 하면 살릴까?' 그런 마음으로 촬영을 계속 준비했다. 시대극이라 스타일링도 해볼 수 있는 게 많겠다 싶었다. 열심히 준비했다. 헤어나 메이크업에 있어서 전작에선 진한 메이크업을 선호하지 않았다. 이번엔 결혼 전과 후로 나눠서 결혼 전엔 옆가르마를 하고 있고 결혼 후엔 앞가르마를 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를 주려고 했고 20대와 40대를 구별해야 했기 때문에 가발을 이용했다. 시대와 시간을 왔다 갔다 해야 해서 가발을 이용했다. 메이크업 같은 경우 그 시대 메이크업들을 굉장히 많이 찾아봤다. 스타일링은 심혈을 기울였다. 빈티지 샵들에서 옷을 개인적으로 구매했고 스타일리스트 실장님과 동생들이 산 옷들을 착용한 제품들이 많다. 모자도 직접 직구해서 사용한 것이었다. 옷과 화장에 맞게 네일도 맞췄다. 팁을 계속 붙였다 뗐다 하니 손톱이 상하더라. 그래도 끝까지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손톱 연결까지 신경을 썼다. 모두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모현민이다."


-잘 될 줄 알았나.

"대본이 워낙 흥미로워서 잘 될 줄은 알았다. 그리고 선배님들의 연기를 현장에서 매번 연극 구경하듯 구경했다. 그냥 최고였다. 가족분들 다 같이 모이는 신에선 촬영이 길어져도 현장에 계속 있고 싶었다. 돈 주고 봐야 하는 그런 연기들이지 않나. 배운 게 많고 존경스러운 분들이라 이 작품은 잘 될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했다."
박지현박지현

-배우 송중기, 김남희와의 호흡은.

"사실 송중기 선배님이랑 신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둘이서 촬영을 가장 많이 했던 배우는 김남희 선배님이다. 남희 선배님은 정말 천재다. 상상력이 정말 풍부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상상하지도 못했던 부분을 제시하고 거침없이 많은 것들을 능동적으로 제시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많이 배웠다. 호흡할 때 정말 진성준으로 느껴졌다. 덕분에 리액션하기 수월했던 것 같다. 연기를 매번 진심으로 해줘서 나 또한 진심으로 할 수 있었다.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소름이 돋았던 장면을 꼽는다면.

"단적인 예로 집에 가자마자 촬영 끝나고 주변에 연기하는 친구들에게 연락을 돌려 '김남희 선배님 최고다'라고 했던 장면이 있다. 결혼식 전에 신부 대기실에 현민과 성준이 둘이 갈등하는 장면이 있지 않나. 남희 선배님이 날 도발하고 마지막에 순식간에 표정이 바뀌어 먼저 나간다고 하고 나가는데 그 장면을 보고 너무 놀랐다. '어떻게 저런 생각을 했지?' '대본에 전혀 나와있지 않은 부분이었는데!'란 생각이 들면서 정말 감탄했다. 현장에서도 그랬지만 화면으로 보니 더 감탄하게 되더라."


-촬영 외적으로의 소통은 어떻게 했나.

"주로 막내는 나였다. 대선배들이 잘 챙겨줬는데 방해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최대한 예의 있게, 조신하게 행동하려고 노력했다. 다행히 인연이 있는 조한철 선배님이 있었다. 연습생 당시 연기 선생님이었다. 그때 선생님이 '현장에서 꼭 만나자'라고 했었는데 전작에서 뵙고 이번에 또 만나게 됐다. 예뻐해주기도 하고 다른 선배님들한테 내 칭찬도 많이 해줘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계속 '쌤'이라고 호칭했다. 한철 선배님은 '무슨 선생님이냐, 우린 이젠 한 작품에 출연하는 동료'라고 해줘 너무 감격스러웠다."

-대사를 귀에 착착 감기게 하는 장점이 있더라.

"사실 현민이가 감정을 드러내는 친구는 아니지 않나. 모든 걸 숨기고 감추고 '뒤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지?'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표정이나 눈빛은 최대한 많은 걸 표현하지 않고 오히려 신비롭게 가려고 노력했다. 화술적인 부분을 가장 많이 신경 썼다. 과하지 않고 밋밋하지도 않게 하려고 했다. 분량이 많지 않음에도 극 중 갈등을 조성하는 인물이어야 하니까 화술적인 부분을 신경 쓰며 다양하게 연습을 했다. 현장에 갔을 때 가장 적합한 화술로 연기했던 것 같다."


-모현민과의 싱크로율은.

"0%다. 정말 모현민처럼 인생을 살라고 하면 절대 못 산다. '오늘만 행복하자'는 주의라서 그렇게 생각을 깊게 하고 몇 수를 내다보고 머리를 쓰고 그런 부분이 내 인생에 있어 그리 행복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현민이의 야망은 순양을 자신의 아이에게 물려주는 거였다. 그 목적이 있는 친구니까 이뤄졌다면 행복했을 것 같다. 근데 난 그렇게 않다. 하루하루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이기 때문에 싱크로율이 높지는 않은 것 같다."


-빠른 성공, 성과를 바라지 않았나.

"예전엔 그랬다. 연기를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초반엔 욕심도 많고 성과도 빨리 내고 싶었는데 그럴수록 스스로 자책하고 힘들어지더라. 돈을 벌려고 연기하는 것도 아니고 연기가 재밌어서 시작했고 지금도 재밌어서 하는 것이지 않나. 평생 연기할 것이니 조급해하거나 욕심을 부리면 나만 힘들구나 이런 걸 생각보다 빨리 알게 됐다. 그래서 그때부터는 편안하게 큰 욕심 없이 내 할 일, 내 맡은 바 나를 선택해준 분들의 기대에 부응하자 그 정도의 마음으로 촬영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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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마음가짐을 가지게 된 결정적 계기가 있나.

"오디션을 많이 봤다. 정말 많이 봤고 오디션에서 아쉽게 떨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자책하더라. 득이 될 건 없었다. 연기함에 있어서 배우로서 가장 중요한 건 자신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때부터 오디션이 떨어지거나 안 됐을 때 '내가 문제가 아니라 역할이 안 맞았겠지', '이미지가 안 맞았겠지'란 생각으로 참여했다. 그리고 오디션에서 안 된 작품을 나중에 공개됐을 때 챙겨봤다. 볼 때마다 왜 저분이 캐스팅 됐는지 알겠더라. 언젠간 내게 잘 어울리는 작품이 오지 않을까 생각하며 준비했던 것 같다."

-가족들이 이번 작품을 정말 좋아했겠다.


"부모님이 내게 티를 많이 내려고는 하지 않지만 정말 많이 좋아했다. 동생이 말하길 '엄마 맨날 '재벌집 막내아들'만 틀어놓고 있어' 그러더라.(웃음) 그리고 방송 전에 '오늘은 언제 많이 나와?' '오늘은 얼마나 나와?' 물어봤다. 뿌듯하더라. 연기를 시작한 후 부모님이 믿어줬고 무한한 지원을 해줘 버틸 수 있었다. 감사한 마음뿐이다. 앞으로 더 많은 인생캐를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사전 제작 시스템에 참여한 소감은.

"영화 외에 사전 제작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사전 제작이었기 때문에 후반 작업에 좀 더 충분한 시간을 공들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대본을 가끔 본다. 대본이랑 비교하면서 방송 보며 공부를 한다. 다른 선배님들의 연기를 직접 못 본 신들이 많으니 대본과 비교하며 본다.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것 같아서 굉장히 좋다."


-시청하며 놀랐던 지점이 있나.


"대본을 봤기에 내용을 다 알고 있었지만 막상 영상으로 보니까 시청자로서 '와!' 그런 신들이 많았다. 그 많은 신들 중에 1위를 꼽자면 이성민 선배님이 섬망 걸렸을 때 신과 엘리베이터 안에서 소변을 실수했을 때 신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계속 울었다. 최고의 러브라인은 진양철과 진도준이라고 생각한다. 그 부분에 있어서 두 선배님 모두 멋있었고 대본을 읽으면서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너무 재밌게 봤다."

-방송에 나오지 못한, 탈락한 웨딩드레스까지 화제였다.

"웨딩드레스를 이번에 처음 입어봤다. 높은 힐을 신고 걷는 게 힘들더라. 화장실 한 번 가려면 모든 걸 다 벗어야 하고 시간도 지체되고. 웨딩드레스를 입는 분들을 존경하게 됐다. 결혼이 쉬운 일이 아니란 걸 느꼈다. 내가 방송에 선택했던 드레스는 노출이 없는 단아한 스타일이었다. 클래식은 영원하다는 말이 있지 않나. 그런 콘셉트였다. 만족했다."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포착됐다.


"사실 월드컵을 좋아한다. 세계적인 축제이지 않나. 16강 자체가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내 20대에 월드컵을 언제 직관하겠어란 생각을 하고만 있었다. 근데 축구 팬인 친동생이 '누나 짐 싸, 가자. 내가 다 준비했어' 그러더라. 그렇게 2박 4일로 두바이를 경유해 카타르를 갔다. 축구를 직관한 적이 몇 번 있기는 하지만 월드컵 직관은 처음이었다. 정말 재밌었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 대표팀에 너무 수고했다고, 고생했다고, 덕분에 16강 전부터 너무 행복했다고 전하고 싶다. 월드컵 현장에 가니 전 세계인의 축제에 모여 모두가 친구가 된다는 말을 체감할 수 있었다."


-20대의 끝을 향해 가고 있다.

"나이는 상대적인 것이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가 몇 살인지 잘 생각하지 않고 살고 있다. 그래서 딱히 20대가 끝나간다는 생각도 안 해봤고 내년부터 이제 만 나이를 쓰지 않나. 생일이 좀 늦어서 아직 20대인 시간이 좀 더 길 게 남은 것 같다.(웃음) 올해 세 작품을 했다. '너가속' '재벌집 막내아들' 영화 '히든 페이스'까지 세 작품을 함께할 수 있어 너무 행복했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했는데 '재벌집 막내아들'이 공개되며 많은 사람들의 응원과 관심을 받게 돼 더 행복하다."


-앞으로 듣고 싶은 수식어가 있나.


"대중, 관객도 중요하지만 현장에 있는 스태프들, 감독님, 배우 선배님들에게 다시금 작품에서 만나고 싶은 배우란 인식이 생겼으면 좋겠다."

-내년 목표는.

"하루하루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다. 내년에 '히든 페이스'가 개봉할 것 같다. 조여정, 송승헌 선배님과 함께한 그 현장 자체가 너무 행복했기에 결과에 연연하지 않지만 많은 분께 나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나무엑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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