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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재벌집 막내아들' 조한철 "이성민, '대부' 말론 브랜도 떠올랐죠"

입력 2022-12-26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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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한철. 사진=눈컴퍼니배우 조한철. 사진=눈컴퍼니
배우 조한철(49)이 또 한 번 날았다.

전국 26.9%(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 수도권 30.1%, 2022년 미니시리즈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을 통해 많은 사랑을 받은 조한철. 전국민적인 신드롬을 일으킨 이 작품에서 조한철의 진가를 이변 없이 입증했다.

송중기 주연작이었던 '빈센조', 글로벌 인기를 누린 '갯마을 차차차' 등 다양한 흥행 드라마에서 신스틸러로 활약하고 있는 그는 '재벌집 막내아들'에서는 미워하려야 미워할 수 없는, 악역답지 않은 빌런 진동기를 연기했다. 재벌집순양가의 둘째로 태어나 가져야만 했던 '눈치', 그리고 욕망을 좇는 '눈빛'을 섬세하게 표현해 담아냈다.

직접 마주한 조한철은 드라마의 인기에 "너무 붕 뜨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지만, 숨길 수 없는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러운 진동기의 모습이었다.
배우 조한철. 사진=눈컴퍼니배우 조한철. 사진=눈컴퍼니

-시청률 상승 추이를 보며 행복한 나날을 보냈을 것 같다.
"신경을 안 쓰려고 하는데, 확인하게 되더라. 계속 올라가니까.(웃음) 드라마보다 그거 보는 게 더 재밌는 것 같다. 드라마를 한 지 10년 정도 됐고, 많은 작품을 했다. 시청률은 너무 감사하지만, 그걸로 너무 좋아할 일도 아니고, 너무 실망할 일도 아닌, 다독이는 지혜가 생겼다. 정말 감사하다. 그것 때문에 들뜨거나 이러지 않으려고 한다. 제 노력의 질량은 다른 드라마와 똑같으니까."

-세대 불문 흥행했는데, 주변 반응도 뜨거웠을 듯하다.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보통 드라마가 나가면, 한동안 길에서도 아는 척 해주신다. 이번엔 유독 아는 척해주시는 분들이 많다.(웃음) 어머니에게 매일 문자가 온다. '(얼굴에) 뭘 맞아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는 거다. 어머니는 TV로 보는 것보다 실제로 보는 게 잘생겼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하하. 어머니에게도 연락이 많이 오고, 집에서도 아내가 유일하게 대본을 읽고 있는 드라마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찾아보더라. '그렇게까지 재밌어?'라고 했다. 딸도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많이 듣나 보더라. '아빠 인기 좀 많아진 것 같더라'고 했다."

-기억에 남는 대사나 장면은 무엇인가.
"10회에서 술주정하는 장면이 방송되고, 여기저기서 통신 대화나 문자가 왔다. 그때 반응이 제일 많았다. 대본에는 잠이 드는 거로 돼 있다. 원래 대본은 '나와보세요' 하며 끌어들이는 거다. 아버지가 2층에 있고, 아버지에게 돌진하는 느낌으로, '오늘 완전 끝장 본다'는 느낌을 살리고 싶었다."

-캐릭터는 어떻게 해석했나.
"이 인물은 악역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결정해서 가기 나름인 것 같다. 그 전에도 악역들을 종종 연기했는데, 악랄하게 나빠지지 못하는 것 같다. 제 탓이다.(웃음) 연기를 하게 하는 에너지의 원천이라고도 생각하는데, 인물에 대한 애정이 생긴다. 대본을 읽었을 때, '쓰레기네' 싶어도 쓰레기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어야 연기를 하잖나. 자꾸 안쓰럽고 애정이 생기다 보면 그렇게 되는 것 같다. 완전히 나빠지지 못한다. 그게 좋을 때도 있고, '내 판단 미스가 아니었나' 싶을 때도 있다. 동기 같은 경우는, 나름 이 사람의 성장 과정이나 이런 것들을 생각해서 연기했다."
배우 조한철. 사진=눈컴퍼니배우 조한철. 사진=눈컴퍼니

-'빈센조'에 이어 '재벌집 막내아들'까지, 네티즌이 '송중기에게 혼나려고 태어났나'더라.
"작품을 하다 보면 (작품 속 캐릭터와) 닮아간다. 관계가 그렇게 형성되는 경우가 있다. 지금 그렇게 형성됐다. 일상에서도 자꾸 털린다.(웃음) 평소에도 워낙 친하다. 진짜 좋은 동생이다. 인간적으로 멋있다고 생각하는 동생이다. 진짜 멋있다. 한류스타인데, 한류스타라고 하면 같은 업계에 있으면서도 약간 어렵지 않나. 근데 제일 만만한 동생이다. 그런 친구다. '나 송중기야' 이런 게 아예 없다. '쟤는 그래도 한류스타인데, 저렇게 소탈하나'라고 생각했다. 모임도 송중기가 다 연락을 돌려서 모은다. 이렇게 바쁜 와중에, 정말 대단한 친구다. 현장에서도 주인공에 대한 배려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분량도 너무 많고 잠도 잘 못 자니까. 그 와중에 가장 주변을 돌아보며 다니는 그런 친구다."

-슈트를 입고 나오는데, 옷 핏이 좋다.
"식사 조절은 한다. (몸무게) 리미트를 정해놓고, 넘어가면 거기에 맞추려고 한다. 웨이트를 아주 싫어한다. 예전에 몸을 만들어본 적이 있는데, 별로 안 좋더라.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으면 도망가는 스타일이다. 만들었다가 도망간 적이 있었다. 하하하."

-연극 무대를 거쳐 오래 갈고 닦아 결국 이 자리까지 왔다.
"인생을 의도하지 않는다. 우연히 사는 사람이다. 근데 참 복이 있다. 아내나 어머니에겐 미안한 감도 있다. 미리 잘된 배우도 있지 않나. 그 분들(아내, 어머니)이 느끼기엔 '내 아들은 왜 이렇게 느릴까'란 생각도 할 것 같다. 저는 아니다. 저는 제가 되게 만족스럽다. 진짜 운이 좋다. 처음 시작할 때, 조그만 소극장이었다. 중고등학교 때는 대학로 소극장에 서 있는 게 꿈이었다. 그걸 일찍 이뤘다. 조금씩 계속 윤택해졌다. 이런 게 진짜 복인 것 같다. 사실 (송)중기를 보면 안쓰럽다. '불안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드라마를 다 책임져야 하지 않나. 저는 중기 뒤에 숨는다. 하하. 기대고 의지한다. 주연 배우들도 조연진에게 기대서 간다고 하겠지만, 정말 큰 힘이 되는 것 같다. '그 무게를 어떻게 견딜까'란 생각이 든다. 행복이란 게 상대적인 것이라고 하지 않나. 조금씩 계속 나아진 것 같다. 운이 좋았다."
배우 조한철. 사진=눈컴퍼니배우 조한철. 사진=눈컴퍼니

-비슷한 행보를 걸은 이성민이 본보기가 됐을 듯하다.
"본보기라고 하기엔 형이 너무 저 하늘에 있다.(웃음) 성민이 형은 대학로에 어느 날 중년 배우가 나타난 거다. 내 데이터에 없는 배우가 나타났는데, 막 날아다녔다. '이 사람 도대체 어디서 온 거야?'라고 했다. 알고 보니 대구에서 활동하다 대학로에 온 거다. 그때도 놀랐는데, 근데 이번이 더 충격이었다. 그냥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정말 놀랐다."

-어떤 면에서 놀랐나.
"저를 온전히 사용하기가 어려운, 캐릭터라이징을 많이 해야 할 때 어렵다.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걸 들키지 않기가 어렵다. TV 앞 관객과 무대 관객은 다르다. 무대 관객은 관대하다. '젊은 사람이 노역을 해도믿어줄 거야'다. 직접 무대를 보니, 이런 관대한 맘을 가지고 볼 수밖에 없다. 카메라는 완전 반대다. '오늘 한번 보자. 걸리나 보자'다. 이 공간이 현실이라고 착각하고 보는 매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젊은 사람이 노역을 하거나 하는 시도가 극히 드물다. 이성민은 그 나이에 진양철을 연기한다는 게 처음엔 의아했다. 거기다 첫아들은 윤제문이고, 제가 둘째 아들이다. 근데 성민이 형이 아버지라고? '그게 돼?' 이랬다. 근데 믿어진다. 진짜 힘든 일이다. 연기하는 걸 들키지 않는 것이 진짜 힘든 일이다. 성민이 형이 들으면 닭살 돋는다고 할 수 있지만, '대부'를 보고 말론 브랜도가 할아버지라고 생각했는데, 그때 40대였다. 성민이 형을 보며 말론 브랜도가 약간 오버랩됐다."

-이성민도 그렇지만, 김신록도 호평받고 있는데.
"그 커플이 정말 재미있더라. 김신록과 제가 연극을 할 때, 같이 상대역으로 나온 적 있다. 이번에 오랜만에 만나서 정말 좋았다. 그리고 몇 번 합을 맞춘 다음에 얘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르겠더라.(웃음) 저도 순간 제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해버려야 하는 배우다. 감독님이 '그거 이상해. 하지 마'라고 하면 쾌감이 있다. 근데 저보다 신록이가 더 예상이 안 된다. 느닷없이 뭘 하고 이러니까, 재미있고 기대도 된다. 신선했다."

배우 조한철. 사진=눈컴퍼니배우 조한철. 사진=눈컴퍼니
-드라마가 진짜 재벌의 이야기를 담았다는데, 연기하기 부담스럽지 않았나.
"실제 재벌가 이야기가 많이 있지 않나. 그 중에선 충격적이고 센 이야기도 몇 차례 있었던 적이 있고. 그런 이야기를 모르면, 대본을 보면서 '이건 너무 간 것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었을 터다. 그런 이야기가 많이 있어서 연기하기 부담이 덜했다. 실제 있었던 이야기들을 접했기 때문에, 이것도 사실적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결말은 만족하나.
"괜찮은 결말이라고 생각한다. 드라마가 방영되면서, 시청자의 사랑이 크다 보니 애초 생각했던 드라마의 주제와 다르게 엔딩이 가는 경우도 있지 않나. 오히려 그건 좀 아쉽더라. 근데 우린 사전 제작이다. 찍고 있는 중이면 엔딩이 바뀔 수도 있을 것 같다. 근데 그 엔딩이 맞는 것 같다."

-'재벌집 막내아들'이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운이다. 드라마를 계속해오다 보니, 잘 되는 드라마나 못 되는 드라마나 배우들이 쏟는 노력은 똑같다.
사랑해주시는 원인이 뭘까. 그걸 알면 잘 안 되는 드라마가 없을 텐데. 우리끼리 합이 좋았던 것 같다. 배우들이 하면서 되게 즐거웠다. 그 힘이 있지 않았을까."

-연기 제자였던 박지현과 호흡을 맞춰 화제를 모았다.
"너무 감동적이었다. 그 아이는 처음 만났을 때도 훌륭한 친구였다. 많은 그 나이 또래 배우들이 미래가 깜깜하다고 느낄 거다. 당시 송강도 있었고, 나무엑터스 신인들 수업을 제가 맡아서 했다. 인생을 걸고 왔는데 얼마나 치열한가. 그런 친구를 현장에서 만났는데, 눈으로 '저 여기 와 있어요' 하더라. 눈으로 주고받은 인사가 기억난다. 그때 되게 감동적이었다. 동료가 됐으니 정말 좋았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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