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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금수저' 통해 진짜 금수저 얻은 이종원

입력 2022-11-23 17:56 수정 2022-11-23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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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원이종원
배우 이종원(27)이 MBC 금토극 '금수저'로 미니시리즈 주연 신고식을 마쳤다. '계란으로 바위치기' 같았던 경쟁작 SBS 금토극 '천원짜리 변호사'와의 대결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 7.8%(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선전했다. 또래 배우들이 이뤄낸 저력이었다.


이종원은 '금수저'에서 황태용 역을 소화했다. 재벌가에 태어나 부족한 것 없이 부유한 환경에서 자란 캐릭터. 하지만 그에게 딱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가족의 사랑이었다. 어릴 때부터 친모가 없었고 냉혈인 아버지 최원영(황현도) 밑에서 자라 사랑이 늘 고팠다. 돈보다도 가족, 그리고 사랑이 먼저였다. 최종회 엔딩에서 '제가 바로 금수저입니다'란 명대사를 남긴 주인공은 이종원이었다. 운명을 스스로 바꾼 그 자체로 금수저였던 것.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명대사를 남기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첫 주연작이었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있었지만 적당한 불안감만 남기는 게 배우로서 신경 써야 할 일인 것 같다."

-동료 육성재와의 호흡은.

"성재도 처음 만났을 때 군대를 다녀왔다는 자신감과 행복감,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믿음과 자유가 느껴져 정말 에너제틱하더라. 그 마음으로 으샤 으샤 해서 끝난 것 같다. 군대라는 게 대한민국 남자라면 불가피하게 다녀와야 하는데 그 기간이 짧은 건 아니다. 이상하게 군대 다녀오면 자신감이 생긴다. 그 힘을 가지고 같이 '금수저'를 촬영한 것 같다. 원래도 자신감이 많은 친구로 알고 있었는데 거의 곱하기 두 배가 됐더라. 이 친구에게 자극도 많이 받았다."

-반전 카드였다.

"잘 끝나서 다행이다. 배우 육성재, 정채연, 연우 넷이서 똘똘 뭉쳐 열심히 만든 작품이었다. '우리끼리 뭉쳐서 이 정도 한 거면 다행이다', '잘했다' 그런 얘기밖에 안 했다. 결말도 잘 나왔고 사람들이 많은 관심과 사랑도 보내줬다. 서로 축하해주자고 했다. 다 같이 마지막 방송을 보면서 저녁 식사를 했다."

-첫 방송도 함께했나.

"채연이의 부상 때문에 1, 2화를 셋이서 봤다. 보고 안심을 크게 했다. 생각보다 너무 잘 나왔더라. 연기를 한 후 모니터링을 했지만 편집, 음악이 어우러지니 더 좋아졌더라. 너무 잘 나왔다고 웃으면서 봤던 생각이 난다."

-금수저보다 금수저를 손에 쥐고도 돈이 아닌 가난한 가족을 택하는 태용이의 모습이 판타지스럽다고 생각됐다.

"그 친구가 금수저로 밥을 먹으면 인생이 바뀐다는 걸 알고 먹으려다 내려놓지 않나. 그 장면을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한다. 사실 승천이도 금수저를 써서 태용이가 됐지만 자기처럼 돼보라는 식으로 먹어보라고 하지 않나. 근데 그 말이 후회라는 걸 해보라는 걸로 느껴졌다. 운명이 바뀌어 승천이의 인생을 10여 년 살아오면서 지금의 가족이 본인 가족이라고 믿고 지냈고, 이 친구가 바라던 따스한 손길을 느끼며 많은 걸 느꼈다고 생각했다. 그런 부분들이 크게 작용돼 금수저를 내려놓고 '야!'라고 소리를 지르는데 이 한 마디가 정신 차려야 한다는 의미로 느껴졌다. 태용이가 된 승천이는 그간 상상해오고 꿈꿔오던 어머니의 부재도 채워지고, 누구보다 가족에 대한 애착이 큰 친구다. 그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이종원이종원

-실제로 금수저가 주어진다면.

"나 역시 태용이처럼 쓰지 않을 것 같다. 너무 판타지스러운 발언이지 않나.(웃음) 오히려 가족들을 구하고 싶거나 도움을 주고 싶다면 단기적인 시간 안에 엄청난 부를 희망하는 것보다 내가 좀 더 노력하는 방향을 택할 것 같다."

-고등학교 3학년 때 급식, 우유를 무료로 지원받을 만큼 실제론 태용이보다 승천이와 가까운 삶을 살았다고 들었다.

"그래서 승천이와 연결고리가 만들어지고 승천이 일 때 감정이입이 더 잘 됐다. 어릴 때 내 모습이 투영됐다. 진짜 어릴 때랑 승천이가 처한 상황이 비슷했다. 고등학교 때 나 역시 반지하에 살면서 가족끼리 단란하게 밥을 먹는다던지, '돈 필요 없어. 가족들만 있으면 돼' 그런 극 중 아빠였던 최대철 선배님 시선에서의 이야기가 실제 아버지와 어머니 입장이었다. 가난함을 택한 건 아니지만 가난이란 게 우리에게 주어졌지만 이걸로 인해 가족이 망가질 일은 없다는 의미였다. 늘 같이 밥을 먹고 산책도 하고 같이 놀러 다닐 거니까, 오늘의 현실을 잘 살면 내일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잘 될 수 있다는 얘길 많이 해줬다. 필요한 게 돈일지는 몰라도 마음은 늘 평화로웠다. 덕분에 이러한 성장 과정이 어린 시절부터 책임감을 가지고 살게 했다. 금수저를 사용하지 않고 자기가 좋아하는 걸 좇으며 살면 인간 금수저가 되는 것 아닌가 싶다. 그런 걸 또 꿈꾸고 있다. 공감이 많이 됐다."

-부모님의 반응은 어땠나.

"어머니는 원래 그렇게 감정 표현을 많이 하는 분이 아니다. 속으로는 좋아해도 티를 잘 안 내는 편이다. 아버지는 티를 내다 못해 동네에 현수막을 걸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다.(웃음) 이미 대스타가 된 것처럼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도 했다. 반응이 명확하게 달랐다. '금수저'가 공개되고 나서 아버지가 너무 재밌다고 연락이 왔다. 어머니 주변 분들이 재밌다는 연락을 많이 했다고 하더라. 다음 회가 어떻게 되는지 질문도 많이 했다고 하는데 그런 부분들이 인기를 실감 나게 하는 요소 중 하나였다."

-'금수저'를 통해 얻은 것은.

"내 안의 태용이란 친구도 발견했고 승천이란 친구도 발견했다. 어떻게 보면 태용이였을 때 모습은 평소 이종원의 모습에서 몰랐던 모습이었다. 다시금 어릴 때 모습을 돌아볼 수 있었던 건 승천이었다.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고 과거의 나와 마주해보고 지금의 내 안에 있는 새로운 모습들도 발견하며 신기한 경험을 했다. 또 과거의 날 다시금 용서해줬던 것 같다. 촬영하고 시청하며 날 얻었다. 작품 덕분에 사람들이 유튜브에 짤도 만들어주고, 좋은 얘기도 많이 해줬다. 또 감독님도, 좋은 친구들도 생겼다. 이젠 친구로 남을 정도로 너무 친해져서 서스름 없는 사이기 된 것 같아 좋다. 요즘 하루하루가 신기하다. 계속 달라져가는 하루를 보내는 것 같다."

-아버지인 최원영의 금수저 사용이 제일 큰 반전이었던 것 같다.

"황현도란 인물 자체가 뭔가 싸한 느낌을 주지 않았나. 엄격한 아빠라고 해서 무조건 센 건 아닐 텐데란 생각이 들긴 했다. 감독님이 일부러 스포를 잘 안 해줬다. 그래서 더 궁금했다. 우리끼리 의심하고 그랬다. 그러던 중 감독님과 원영 선배님이 대화하는 걸 듣다가 알게 됐다. '맞구나!' 했다. 이게 드라마에 나오면 제일 큰 반전이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 반전을 주게 돼 기뻤다. 내가 봐도 놀라운 장면이었다."

-결말에 만족하나.

"이종원으로서나 황태용으로서나 만족했다. 태용이로서는 본인의 믿음에 따라 성공이란 걸 했고 본인 안에 있는 금수저를 발견해 진짜 금수저가 됐다. 그래서 '제가 바로 금수저입니다'란 대사가 이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대사가 됐다. 욕망과 욕심에 휩싸이는 건 단시간인데 여기서 나오면 후회뿐이지 않나. 그것들을 자기가 믿고 사랑하는 것들을 지켜내며 방어하며 끝까지 끌고 나가면 본인만의 금수저가 안에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시청자들에게 당신의 금수저는 무엇이냐는 물음을 던지는 느낌도 들었다."

-금수저의 의미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했을 것 같다.

"자연스럽게 '나의 금수저는 뭐지?'란 생각을 진짜 많이 했다. 내가 생각해봤을 때 태용이가 그림을 좋아하고 그림 그리는 재능을 금수저라고 생각하듯 난 연기와 사진인 것 같다. 순수하게 사랑한다. 순수한 창작물이면서도 진짜로 즐기는 것이다. 사진 찍는 걸 엄청 좋아한다. 쉴 때 많이 찍으러 다닌다. 1박 2일 쉬는 날이 생기면 바로 차 타고 떠난다. 내비게이션을 안 찍고 돌아다니는 거 좋아하고 산속 다니는 걸 좋아한다. '금수저' 끝나고 나서는 해외에 다녀왔다. 해외 가서 사진을 많이 찍었다. 체력적으로 힘들어도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것 같다. 진짜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아야 가능한 것이 아닌가. 그걸 했을 때 마음의 충전되는 것 같다. 언젠가는 내가 찍은 사진을 크게 걸어놓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이종원이종원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확실하게 아는 느낌이다.

"자주 가는 에어비앤비가 있다. 외진 곳에 오두막 빌리는 걸 좋아한다. 불 지피고 별 보거나 책 읽고 커피 내려먹고 그러는 따뜻한 오두막이다. 집에 있는 LP를 들고 가서 음악 듣고 장 보러 나가고 정처 없이 사진 찍으러 다니고 그런다. 그게 너무 큰 쉼이다. 서울에 오면 충전된다. 제일 좋아하는 쉼의 형태가 이거다. 다만 혼자 가야 쉼이 완성된다."

-자신만의 세계가 확실하게 구축된 느낌이다.

"생각을 진짜 많이 하고 사는 것 같다. 배우 하면서 더 이렇게 된 것 같다. 원래도 생각을 많이 하고 공상도, 상상도 많이 한다. 한 번도 꿈을 안 꾼 적이 없다. 가끔은 푹 자고 싶은데 매일 잘 때 꿈을 꾼다. 생각을 너무 많이 해서 그런 것 같다. 그만큼 생각을 많이 하니까 사람들한테 얘기하고 의견을 나누려면 정리를 해야 한다. 그러려면 더 깊어지는 것 같다. 진정 쉰다는 걸 느끼고 감정을 나열하고 정리를 자주해야 되는 것 같다. 근데 이건 배우란 직업을 하면서 더 자주 하는 것 같다. 어떤 캐릭터를 맡으면 그 캐릭터를 내 안에서 꺼내 보여줘야 하지 않나. 나를 헤집어놔야 한다. 그렇게 나열해서 보고 꺼내기 직전까지 내가 이런 사람이구나 느낀다. 배우는 평생 자기를 알아가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점점 더 나만의 생각이나 철학이 뚜렷해지는 것 같다."

-아무래도 배우란 직업 자체가 감정 소비가 많지 않나.

"감정을 많이 소비해야 하고 감정이 소비되면 마음이 텅 비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본인이 뭘 했을 때 좋은지 알면 그걸로 다시 채우면 된다. 근데 그걸 모르면 사람에 기대고 깊숙한 곳에 더 빠지게 되는 것 같다. 그러기 때문에 제일 먼저 마음의 세러피가 필요하다면 자신을 돌아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어릴 때부터 선배님이 언젠가 그런 마음의 공허함이 찾아올 거고 힘든 시절이 올 수 있다고 마인드 컨트롤을 잘해야 한다고 했다. 일찍부터 준비하란 얘길 많이 들어서 준비한 것도 있고 워낙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 그런 면도 있는 것 같다."

-군대를 일찌감치 다녀왔더라.

"내가 2015년에 갔고 성재가 2019년 초에 간 것 같다. 휴대전화를 군대에서 사용했다고 하더라. 근데 오히려 휴대전화를 쓰는 게 더 지옥 같을 것 같다. 바깥 생활과 단절되어야 내부반 생활에 집중할 수 있는데 오히려 애매하면 바깥세상이 부럽고 그럴 것 같다. 군대에 있으면 약간 자격지심이 생길 수 있다. 뭔가 빨리 해야 하는데 하는 조급함도 생긴다. 나로선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에 다녀온 게 다행인 것 같다. 군대로 인해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편지 쓰는 게 취미가 됐다. 아날로그에 관심이 많다. 필름 카메라, 레코드 수집도 좋아하고 패션도 레트로나 빈티지 클래식한 걸 좋아하는 편이다. 그때 것을 놓치지 못한다. 편지를 쓰는 이유는 상대방에게 하고 싶은 말도 많고 손으로 꾹꾹 눌러 담는 게 진심으로 와닿는 게 많아서다. 아날로그적인 것들이 낭만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한다."

-연말 계획은.

"일단 '금수저'가 잘 마무리가 됐고 시청자분들의 반응이 좋아서 일단 잘 보내주는 게 내 목표다. 내 마음속에선 아직 안 끝났다. 정리 후에 이종원이라는 인간으로서 잘 쉬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도 알고 어떤 걸 해야 행복한 지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걸 꽉 채운 휴일을 보내고 싶다. 그렇게 연말을 보내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다가올 30대는 어떻게 채워가고 싶나.

"생각보다 20대를 잘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20대가 가기 전에 주연을 해보기도 했고, 좋은 성적도 가지고 왔고, 좋은 경험 역시 많이 해서 경험치가 좀 쌓인 것 같다. 30대엔 쌓여있는 나만의 노하우, 스킬, 경험치를 가지고 성숙한 연기를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고 싶다. '저 친구 나오면 재밌잖아' 이런 이야기가 나올 만큼 다양한 연기를 해보고 싶다. 다양한 캐릭터를 해보는 게 꿈이다. 30대엔 더 많은 걸 도전할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한다. 재밌을 것 같다. 기대된다. 늘 기대를 하고 산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에코글로벌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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