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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효신·옥주현 등 韓배우들 기량 세계적 수준"

입력 2022-11-18 18:06

뮤지컬 '베토벤' 극작가 미하엘 쿤체(Michael Kunze)·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Sylvester Levay) 인터뷰
불멸의 대작 월드 프리미어 초연 국가 '한국' 선정 "신화적 존재에 선입견 없는 반응 기대"
"문화적 확장 시도" 11년 전 구상·제작 기간 7년…베토벤의 '음악과 삶·사랑' 연결
베토벤役 박효신·박은태·카이, 토니役 조정은·옥주현·윤공주 등 캐스팅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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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베토벤' 극작가 미하엘 쿤체(Michael Kunze)·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Sylvester Levay) 인터뷰
불멸의 대작 월드 프리미어 초연 국가 '한국' 선정 "신화적 존재에 선입견 없는 반응 기대"
"문화적 확장 시도" 11년 전 구상·제작 기간 7년…베토벤의 '음악과 삶·사랑' 연결
베토벤役 박효신·박은태·카이, 토니役 조정은·옥주현·윤공주 등 캐스팅 '신뢰'

뮤지컬 '베토벤' (좌)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Sylvester Levay)와 (우) 극작가 미하엘 쿤체(Michael Kunze)가 2023년 1월 한국 월드 프리미어를 앞두고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EMK Musical Company〉뮤지컬 '베토벤' (좌)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Sylvester Levay)와 (우) 극작가 미하엘 쿤체(Michael Kunze)가 2023년 1월 한국 월드 프리미어를 앞두고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EMK Musical Company〉

드디어 베토벤과 만난다.

2023년 1월 12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전관 개관 30주년 기념작으로 월드 프리미어 상연을 준비 중인 뮤지컬 '베토벤'의 극작가 미하엘 쿤체(Michael Kunze·80)와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Sylvester Levay·78)가 지난 16일 서울에서 국내 매체 인터뷰를 진행, 불멸의 대작 '베토벤'을 선보이게 된 이유와 소감과 캐스팅 비하인드 등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표했다. 두 원작자가 11년 전부터 구상했고, 총 7년의 제작기간을 거쳐 완성됐다.

'마타하리' '웃는 남자' '엑스칼리버' '프리다'에 이어 EMK가 선보이는 다섯번째 오리지널 작품 '베토벤'은 세기의 천재 음악가 베토벤의 음악가로서 면모와, 한 시대를 살아가는 한 인간이 내면의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는 작품이다. 베토벤의 인생을 통해 인간이 가진 감정, 본질, 핵심을 통찰력 있게 담아내고, 고난을 넘어 환희로 향하는 베토벤의 여정을 통해 인내와 용기라는 인류의 보편적 메시지를 전한다.

캐스팅 라인업 역시 화려하다. 루드비히 반 베토벤 역 박효신 박은태 카이, 안토니(토니) 브렌타노 역 조정은 옥주현 윤공주, 카스파 반 베토벤 역 이해준 윤소호 김진욱, 프란츠 브렌타노 역 박시원 김성민, 베티나 브렌타노 역 전민지 최지혜, 밥티스트 피초크 역 이정수가 역사적 초연을 함께 한다.

[인터뷰] "박효신·옥주현 등 韓배우들 기량 세계적 수준"

이 날 인터뷰에서 앞서서는 넘버 '사랑은 잔인해(LOVE IS CRUEL)'와 '매직 문(MAGIC MOON)' 청음 시간도 가졌다. '사랑은 잔인해'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의 2악장을 변주한 곡으로, 그의 인생에 가장 커다란 변곡점이 된 진실한 사랑을 만난 후 휘몰아치는 듯한 감정의 변화를 표현한다. '매직 문'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14번, 일명 '월광 소나타'를 변주한 곡으로, 공허한 삶을 보내던 안토니(토니) 브렌타노가 운명의 사랑 베토벤을 만난 후 격동하는 심정을 그려낸다.

미하엘 쿤체 극작가는 "이 넘버들은 우리가 뮤지컬 '베토벤'을 어떤 콘셉트로 만들어 가고 있는지에 대한 힌트가 될 것이다. 가사는 베토벤이 썼던 실제 편지를 근거했고, 불멸의 사랑을 베토벤의 음악 정신에 녹여내고 싶었다. 또한 단순히 베토벤의 음악을 차용하는 것이 아니라 원곡을 동시대와 연결시키고자 노력했다"며 "유럽에서는 신화와도 같은 베토벤이라는 인물을 뮤지컬화 하는 것이 금기시 되는 분위기가 있기에 선입견이 없는 나라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도해 보고 싶었다. 그 중 열린 마음으로 받아주는 한국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선 매우 의미 깊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독일이 낳은 세계적 극작가이자 뮤지컬 작사가 미하엘 쿤체는 1943년 프라하 출생으로 60년대 말 작사를 시작해 70년 대까지 팝 가수들에게 히트 송을 선사했고, 80년대에는 독일어권 뮤지컬 호응에 이바지했다. 실베스터 르베이와 함께 '플라이 로빈 플라이'로 그래미 상을 수상, 2005년에는 독일 음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에코어워드를 받기도 했다. 90년대 초부터는 직접 뮤지컬을 기획해 '엘리자벳' '댄스 오브 더 뱀파이어' '모차르트!' '레베카'를 완성했다.

헝가리 대표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는 1954년 헝가리에서 태어나 음악을 전공, 1962년부터 유럽 전역에서 콘서트 투어를 가졌고 1972년 이후에는 뮌헨에서 작곡가와 편곡가로 활동했다. 80년대에는 할리우드에서 영화음악 작곡가로 활동하며 100편 이상의 영화와 TV프로덕션 음악을 맡았다. 미하엘 쿤체와는 1975년 인연을 맺은 후 1989년 다시 밀접하게 작업해 '마녀, 마녀'를 탄생 시켰고 '엘리자벳' '모차르트!'를 함께 했다.

뮤지컬 '베토벤' (좌) 극작가 미하엘 쿤체(Michael Kunze)와 (우)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Sylvester Levay)가 2023년 1월 한국 월드 프리미어를 앞두고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EMK Musical Company〉뮤지컬 '베토벤' (좌) 극작가 미하엘 쿤체(Michael Kunze)와 (우)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Sylvester Levay)가 2023년 1월 한국 월드 프리미어를 앞두고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EMK Musical Company〉

-앞선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베토벤' 역시 굉장히 오랜 기간 준비했다.
미하엘 쿤체 "'베토벤'을 처음 구상한 것은 11년 전, 순수한 작업 기간은 6~7년 정도 된다. '엘리자벳'을 만들 때 르베이와 일주일 간 만나 작업을 하면 그 다음 1~2주는 거리를 두고 쉬면서 점검의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그러한 시간이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어떤 작품이든 서두를 필요 없다. 퀄리티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마음도 통했다. '엘리자벳'이 4년 반에서 5년, '모차르트!'가 5년 걸렸다. '베토벤' 역시 여러 해에 걸쳐 작품을 준비했다.

무엇보다 '베토벤'은 우리에게 완전히 새로운 작품이었다. 베토벤의 '불멸의 사랑'이라는 것은 베토벤의 '음악'으로만 표현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베토벤의 경우에는 모든 감정들을 음악 안에 깊이 쏟아내는 음악인이다. 때문에 작품 역시 그의 음악을 통해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들만의 스타일로 작업을 했지만, 그 중심은 당연히 베토벤이 있었고, 베토벤의 음악 위에서 만들려는 의도가 있어 많은 시간 집중했다."

-유럽보다 한국에서 먼저 선보이기로 결정했다. 한국 월드 프리미어 초연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미하엘 쿤체 "유럽 제작자들은 베토벤이라는 인물, 소재를 구현하는 것에 오히려 머뭇거릴 수 있다. 그들에게 베토벤은 하나의 신화적 존재일 정도로 너무나 중요한 인물이고, 뮤지컬화 등에 대한 금기와 같은 느낌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베토벤에 선입견이 없는 나라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도해 보고 싶었다. 그 중 한국이 어떠한 선입견 없이 열린 마음으로 받아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EMK와 오랜 시간 작업하면서 쌓인 믿음도 컸다. 전 세계 관객들에게 선보여지기 전, 한국에서 초연을 올릴 수 있다는 것 그 자체 만으로도 깊은 의미가 있다."

-뮤지컬 '베토벤'이 전하고자 하는 궁극적 메시지가 있다면.
미하엘 쿤체 "베토벤도 결국 하나의 인간이라는 점. 그의 인간적 면모를 바라보게 만들었다. 이야기는 1810년~1812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당시 베토벤은 40대 초반이다. 우리가 늘 그림으로 접하는, 나이 있는 위대한 작곡가의 모습이라기 보다 아직은 굉장히 활동적인 중년의 남성이었다. 보편적인 사랑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되지만 개인적 문제들도 있어 사람들에게 쉽게 감정을 열어 놓거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인물은 아니었다.

사춘기 시절부터 베토벤이라는 사람은 아웃사이더와 같은 존재로 사람들이 쉽게 다가가지 않는 미심쩍은 사람이었다. 학교에서도 놀림을 받았고 '추하다'는 식의 안 좋은 표현을 듣고 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고난 음악적인 재능으로 인해 존경을 받게 됐다. 하지만 곧 끔찍한 시련도 찾아온다. 작곡가임에도 청력을 상실했다는 지점이다.

그리고 삶의 위기 가운데 한 여인을 만나게 된다. 그녀는 베토벤의 영혼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베토벤은 그녀를 통해 새로운 힘을 얻어 굵직한 음악을 창조해 나간다. 또한 그 시기부터 사람들의 박수 갈채에 연연하는 음악이 아니라, 내면에서 끌어 나오는 음악으로 창작 활동 이어간다. 뮤지컬 '베토벤'은 외롭고, 영혼의 상처가 많았던 이들이 구원 될 수 있는 이야기라 생각한다."

뮤지컬 '베토벤' 극작가 미하엘 쿤체(Michael Kunze)가 2023년 1월 한국 월드 프리미어를 앞두고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EMK Musical Company〉뮤지컬 '베토벤' 극작가 미하엘 쿤체(Michael Kunze)가 2023년 1월 한국 월드 프리미어를 앞두고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EMK Musical Company〉

-사실 베토벤의 불멸의 연인 후보는 상당히 많다. 그 중 안토니를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
미하엘 쿤체 "음악학에서도 관련 내용에 대한 연구와 논쟁들이 꾸준히 있다. 그래서 베토벤의 불멸의 연인은 과연 누구였는가. 음악학은 연가곡을 근거해 '누구였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반면 역사학자들은 시대적 배경을 먼저 바라본다. '이 때 베토벤이 프라하에 있었는데, 여인들 중 누가 프라하에 있었을까' '유명한 편지를 썼을 땐 어디에서 어떻게 썼을까' 시기적 고증에 따라 선별해 바라보기도 하더라. 아주 명확한 증거가 있어 '이 사람이다' 단정 짓기에는 어렵지만 이러한 여러 자료와 논쟁들을 토대로 '안토니가 불멸의 연인이지 않았을까' 추정하고 접근했다.

극작가 입장에서 더 흥미로웠던 건 안토니가 결혼을 했고, 아이가 4명이 있었다는 점이다. 극적 상황을 만들기에는 제격이었다. 그리고 이 사랑이 베토벤에게 어떠한 변화를 발생 시켰는지도 중요한 지점이었다. 윤리적 잣대 안에서만 살아가던 사람이 모든 것을 벗어 던지고 감정을 표출하고자 한다? 베토벤이라는 사람에게는 드문 지점이다. 작가의 시선에서 사랑 전과 후, 분명히 달라진다는 점을 놓칠 수 없었다."

실베스터 르베이 "두 사람의 첫 만남은 콘서트장에서 이뤄진다. 상류층이 즐기는 콘서트인데, 베토벤은 흔히 알고 있는 거장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귀족들은 웃고 떠들고 음악가에 대한 존중을 보이지 않는다. 이 때 토니가 사람들을 조용히 시키면서 '지금 우리는 음악가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때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게 되는데, 그건 남녀의 성적 교감이 아니라 '마법 같은 순간'이라 생각했다. 처음엔 현실적 제약으로 인해 만남을 거부하지만, 서로에 대한 감정은 점점 더 깊어진다. 사랑을 거부하려고 해도 사랑은 늘 승자가 되지 않나.(웃음) 이들도 거부할 수 없게 된다."


-'사랑은 잔인해' '매직 문' 등 넘버에 대한 기대도 크다.
미하엘 쿤체 "'사랑은 잔인해'는 우리가 이 뮤지컬을 어떤 콘셉트로 만들어 가고 있는 지에 대한 힌트가 된다. 가사는 실제 베토벤이 썼던 내용에 근거했다. 베토벤이 사망했을 당시, 불멸의 연인에게 보내지고자 했던 편지가 우연히 발견된다. 그 편지를 보고 그의 많은 친구와 지인들, 또 그를 좋아했던 사람들은 매우 놀라워 했다. 베토벤이 진정한 사랑을 경험했다는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착안해 르베이와 내가 '불멸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뮤지컬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특히 베토벤은 음악 안에 감정적 메시지를 담아내기 때문에 편지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의 음악 정신 자체를 전달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베토벤 음악을 단순 차용하는 것이 아니라, 원곡을 동시대와 연결 시키고자 노력했다."

-이 외에도 베토벤의 어떤 곡들이 넘버로 사용됐나.
실베스터 르베이 "모든 넘버는 베토벤의 원곡 선율을 기반하고 있다. 유명한 곡이 많을 것이다. 쿤체의 말처럼 베토벤의 음악 안에는 그의 영혼과 감정이 함께 깃들어 있기 때문에 캐릭터와 이입할 수 있는 지점을 찾기 위해서는 '원곡들이 사용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만 우리는 현대 뮤지컬 관객들에게 베토벤 음악들이 클래식하게만 느껴지지 않고, 공감 살 수 있는 음악으로 다가가게 만드는 작업을 추가적으로 해야 했다. 클래식 음악이 현대적 감성과도 만날 수 있게 많이 고려했다. 일단 베토벤의 음악을 듣고, 사용하고 싶은 음악들을 선별하는 작업을 거치면서 필요시 리듬을 살짝 추가하기도 했다. 뮤지컬 음악이 클래식 음악에 한 발자국 다가간 것이라면, 반대로 클래식 애호가들도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관심을 더 많이 갖게 되길 원했다. 클래식과 현대 음악의 공식을 통해 더 큰 문화적 확장을 시도해 본 것이다. 그래서 무대에도 기타 연주자들을 양 옆에 배치해 현대적이고 대중적인 느낌을 같이 활용하려 한다."

미하엘 쿤체 "솔직히 말하면 다양한 매체에서 베토벤의 음악이 활용됐지만, 잘 활용되지 않아 아쉬운 마음이 컸다. 실베스터 스탤론이 출연한 액션 영화에는 '5번 교향곡'이 사용된 적이 있는데, 전혀 맞지 않는 장면에 나와 '음악에 대한 존중이 없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우린 음악적 진정성을 저속하거나 질 낮게 풀어내지 않으려 했다. 하늘에 계신 베토벤도 미소 지으면서 작품을 편안하게 관람하지 않을까 싶다.(웃음)"

-뮤지컬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오랜 시간 베토벤의 음악을 들어 왔을텐데, 어렸을 때 들었던 음악과, 중년·노년을 거치면서 듣게 된 음악의 차별점이 있을까.
실베스터 르베이 "베토벤의 음악은 내 안에 변함없는 영혼처럼 존재한다. 한 가지 차이 있다면 베토벤 음악은 있는 그대로 존재하지만 나는 늙어 간다는 것이다.(웃음) 그러면서 한층 더 가깝게 다가가고 있다는 느낌은 든다. 음악에 깊게 연결 된 느낌이다. 이번 뮤지컬 넘버를 작곡하면서도 베토벤이 음 하나하나에서 어떤 영혼의 메시지를 담아냈는지 찾아 보고 끌어 내고자 했다."

미하엘 쿤체 "나 역시 흥미롭게 생각하고 있는 지점이다. 과거에는 베토벤의 음악을 외적으로만 바라보거나, 즐기면서 들었던 것 같은데, 베토벤을 가까이들여다보고 알게 된 후에는 한 음 한 음마다 상처 입은 영혼이 보였다. 음악을 들어도 한층 더 감정적으로 다가온다. 인간적으로 다가간 만큼, 음악이 갖고 있는 본질, 핵심에 다가가는 것 같은 기분이다. 외로운 한 사람 한 사람의 절규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다."

뮤지컬 '베토벤'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Sylvester Levay)가 2023년 1월 한국 월드 프리미어를 앞두고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EMK Musical Company〉뮤지컬 '베토벤'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Sylvester Levay)가 2023년 1월 한국 월드 프리미어를 앞두고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EMK Musical Company〉

-가장 공들인 장면이 있다면.
미하엘 쿤체 "'진정성'을 잃지 않아야 했기 때문에 모든 장면들이 중요했고, 어려웠다. 그러면서도 큰 축은 사람 이야기가 그려지되, 멜로 클리셰에서는 벗어나고 싶었다. 그보다 더 깊은, 타인을 통해 구원 받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때문에 단순한 사랑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실제로 사랑이 이뤄진 다거나 완성이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현실적 부분도 충분히 담고 있다고 생각했다."

실베스터 르베이 "불행하고 고독한 사랑이었지만, 청력까지 상실한 작곡가가 사랑을 통해 온전히 바뀔 수 있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 들려 드리고 싶은 것이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나 하자면, 나 역시 몸이 아파 아무것도 못할 때, 아내가 살포시 손만 갖다 대도 치유가 되는 느낌을 받는다. 진정한 사랑이자 연인이라면, 삶 전체가 바뀌는 경험은 이뤄진다고 생각한다."


-박효신 박은태 카이, 조정은 옥주현 윤공주 등 초연 캐스팅이 화려하게 완성됐는데 원작자로서 만족하는 라인업인가.
실베스터 르베이 "우리들에게 있어서는 최고의 아티스트라 생각한다. 노래 뿐만 아니라 연기, 무대에서 보여주는 몸짓 하나하나의 기량이 남다르다. 지난 10여 년 간 EMK와 함께 파트너 십을 맺고 작업하면서, EMK 대표들이 배우들을 뽑아내는 안목이 놀라웠다. 또 작품을 거듭할 수록 '배우들이 이렇게 훌륭해질 수 있구나' 몸소 느끼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박효신 박은태 카이는 최고의 베토벤에 적합하다는 생각이다. 베토벤 뿐만 아니라 옥주현 등 모든 배우들 역시 보컬 적으로는 가히 천재라 할 수 있다. 전혀 힘들어하지 않고 음악을 소화하는 재능을 가졌다. 전세계를 돌아 다녀도 한국 배우들 만큼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배우들을 찾기는 쉽지 않다. 아주 어렵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됐고, 그래서 한국 초연을 더욱 행운이라 생각한다."

-극작가와 작곡가로 5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활동했다. 에너지의 근원을 찾는다면. 장단점도 꼽을 수 있을까.
미하엘 쿤체 "기본 이유를 찾아 보자면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는 것 아닐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는 건 하나의 동력이 된다. 그리고 그것이 잘 성취 되었을 때, 너무나 큰 기쁨을 느낄 수 있다. 행복해 하는 관객들의 모습도 에너지로 작용한다."

실베스터 르베이 "우리의 파트너십은 50년 정도에 이르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더 좋은 방향으로 협업 하게 된다. 일과 우정 다 좋은 관계를 지속 중이다. 물론 의견이 다를 때도 있고, 내가 다혈질 적인 부분도 갖고 있기는 하지만(웃음) 시간이 지나면서 생길 수 있는 충돌을 잘 조율하는 방법도 배웠다. 사실 서로 고집 부릴 이유도 없다. 소통의 힘이 성공적 파트너 십을 이끌 수 있는 중요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 싶다."

-원작자들의 작품이 특별히 더 인기 있는 나라가 한국과 일본이다. 그 중에서도 시대극에 열광하는 관객들이 많은데, 왜 이렇게 역사물을 좋아하는지 이유를 생각해 본 적은 있나.
실베스터 르베이 "이유 자체를 찾기에는 어려운 지점이 있다. 다만 '우리가 왜 역사적 소재를 선택 하는 지'에 대해 말씀 드려보자면, 개인적으로 역사를 전공하기도 했지만, 다양한 역사적 소재는 오늘 날의 이야기를 하기에 좋은 장치가 된다. 역사적 인물 같은 경우도 조금 더 깊이 있는 문제들을 바라보게 만든다. 10여 년 간 한국과 일본, 중국 상하이 공연 등을 경험하면서 느낀 건 아시아는 유럽과 거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유럽 역사에 생각보다 관심이 더많다는 것이다. 비엔나까지 몸소 찾아 와 역사와 문화적 체험을 하는 관객들도 많이 봤다. 뮤지컬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무대 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문화의 틀 안에서 이야기 할 수 있다는 점이 우리들에게는 의미가 큰 것 같다."

-한국 뮤지컬 시장이 점점 더 성장하고 있는데, 타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두드러지는 특징이 있다면.
미하엘 쿤체 "가장 큰 차이라면 관객의 감성이다. 우리가 전 세계 시장에 작품을 내놨을 때, 어디서든 중요하게 보는 것이 '관객과 어떻게 연결되고 있냐'는 지점이다. 반응의 차이는 나라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똑 같은 이야기가 전달되고 있는지 깊이 있게 확인한다. 한국은 우리의 이야기, 메시지를 있는 그대로 받아 들여주고 크게 반응해 준다."

실베스터 르베이 "지난 몇 년 간 한국 뮤지컬 관객을 만나면서 느낀 것이 감정적 표현에 있어 주저함이 없다는 것이다. 노래가 마음에 들었을 땐 박수로 바로바로 표현한다. 우리에게는 아주 특별한 경험이 되는 것 같다. 이번 작품에 대한 반응도 기대된다."

뮤지컬 '베토벤' (좌)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Sylvester Levay)와 (우) 극작가 미하엘 쿤체(Michael Kunze)가 2023년 1월 한국 월드 프리미어를 앞두고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EMK Musical Company〉뮤지컬 '베토벤' (좌)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Sylvester Levay)와 (우) 극작가 미하엘 쿤체(Michael Kunze)가 2023년 1월 한국 월드 프리미어를 앞두고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EMK Musical Company〉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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