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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안구단] 침묵하다 한꺼번에 도발 공개한 북한…당분간 '숨고르기'?

입력 2022-11-07 13:52 수정 2022-11-07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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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온라인 기사 [외안구단]에서는 외교와 안보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알찬 취재력을 발휘해 '뉴스의 맥(脈)'을 짚어드립니다.

북한은 지난 주 연달아 대남, 대미용 무력 도발을 감행했지만 같은 기간 북한 주민들에게는 도발 사실을 알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오늘(7일) 북한군 총참모부는 주민들이 보는 대내 매체인 노동신문 등을 통해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단행한 군사 작전을 한꺼번에 보도했습니다.
 
북한은 지난주에 단행한 강도 높은 도발이 한미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스톰'에 대응하기 위한 군사작전이었다고 주장하며 사진 공개 (출처=북한 조선중앙통신)북한은 지난주에 단행한 강도 높은 도발이 한미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스톰'에 대응하기 위한 군사작전이었다고 주장하며 사진 공개 (출처=북한 조선중앙통신)

■ 북한, 군사작전 뒤늦게 공개…"대응 무자비할 것"

이날 북한은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을 통해 한·미 연합 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에 대응한 북한 인민군의 군사 작전을 공개했습니다. 특히 노동신문 2면에는 북한군의 훈련 모습이 담긴 사진 26장이 전면에 걸쳐 대대적으로 실렸습니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이번 한·미 연합훈련이 "사실상 지역의 긴장을 의도적으로 고조시키는 공공연한 도발 행위이며, 우리 국가를 직접적인 목표로 겨눈 침략적 성격이 매우 짙은 위험한 전쟁 연습"이라고 했습니다. 이는 "묵과하고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북한군은 이에 대응해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군사 작전을 단행했다며 날짜별로 어떤 작전을 수행했는지 세세하게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적들의 도발적인 군사적 망동이 끈질길수록 우리의 대응은 더욱 철저하며 더욱 무자비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울산 앞 공해상에 전략 순항 미사일 2발로 '보복 타격'을 가했다며 당초 우리 군이 밝히지 않은 사실도 새롭게 공개했습니다. 이에 대해 우리 군은 “한·미 정보당국이 분석한 결과와 다르다”는 입장입니다. 북한은 다만 지난 3일 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았습니다. 앞서 한·미 당국은 북한이 쏜 '화성-17형'이 2단 분리까지는 성공했으나 정상 비행에는 실패했다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북한이 대내 매체에 ICBM 발사 사실을 언급하지 않은 만큼 발사 실패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 주민에 공개 않던 북한, 왜 한번에 공개?

지난 주 북한이 도발하던 기간에 북한군 서열 1위인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낸 담화나 외무성 대변인 담화는 내부 매체에서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한·미 연합훈련과 관련해서도 주민들이 보는 매체에는 전혀 실리지 않았습니다. 매체들은 오히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올해 주요 업적을 선전하거나 전염병 대비 소식 등을 전하면서 내부 결속에 집중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한·미 연합훈련이 종료되고 북한이 주장하는 군사적 대응이 끝난 시점에 지난 주 있었던 훈련이 북한 주민들에 한꺼번에 공개된 겁니다. 이런 공개 방식은 북한이 선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북한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며 대내 보도를 통해 결집과 선전을 시도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고강도 대응이 계속될 것임을 재확인했고, 향후 북한 내 더욱 강화된 동계훈련이나 동원 대응에 대한 심리적인 대민 예방주사 역할도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봤습니다.

북한이 도발 사실을 모았다가 한 번에 주민들에게 소식을 전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9월 핵무력 정책을 법제화한 뒤 한미·한미일 연합훈련을 겨냥해 각종 무력 도발을 이어갈 때도 한 달 가까이 공개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지난 달 10일 김 위원장이 보름 동안 '핵전술 운용부대' 실전훈련을 지휘했다며 노동신문 등은 그간 활동을 알린 바 있습니다.

■ 북한, 당분간 도발 '숨고르기'?

아직 안심하기 이르지만, 북한이 당분간은 숨고르기에 들어갈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오늘(7일) 북한이 군사 작전 일지를 북한 주민들에게 공개한 것도 한·미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전개되지 않는 이상 당분간 군사적인 조치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현지시간 내일(8일) 미국 중간선거가 예정돼 있는 만큼 북한은 이 결과를 본 뒤 다시 무력 도발을 할 수도 있습니다. 당분간은 여러 상황을 지켜보면서 북한이 ICBM 재발사나 핵실험 시기 등을 정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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