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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받은 느낌" 박혜수 '세월호 퀴어 영화'로 웃으며 컴백(종합)

입력 2022-10-12 11:30 수정 2022-10-12 12:32

영화 '너와 나'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공식 초청
'학폭 가해 지목' 박혜수, 세 번의 GV 참석 "피하지 않을 것"
배우 조현철 메가폰·매진 행렬…세월호 추모·퀴어 소재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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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너와 나'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공식 초청
'학폭 가해 지목' 박혜수, 세 번의 GV 참석 "피하지 않을 것"
배우 조현철 메가폰·매진 행렬…세월호 추모·퀴어 소재 관심

배우 박혜수가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한국영화의오늘-비전' 섹션에 공식 초청된 영화 '너와 나(조현철)'로 영화제 관객과의 대화(GV)에 참석했다. 〈사진=JTBC엔터뉴스〉배우 박혜수가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한국영화의오늘-비전' 섹션에 공식 초청된 영화 '너와 나(조현철)'로 영화제 관객과의 대화(GV)에 참석했다. 〈사진=JTBC엔터뉴스〉

눈물은 없었다. 조심스럽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럼에도 당당하고, 담담하고, 꽤나 유연하게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자리가 자리인 만큼 개인적인 이슈에 대한 아쉬움을 감정적으로 어필하기 보다는, 관객들과 다시 만나게 된 순간을 즐겼고, 시종일관 미소 지었다.

학교폭력(학폭) 의혹 꼬리표를 쉽사리 떼지 못하고 있는 박혜수가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국제·BIFF)를 찾았다. 작품을 선보이는 건 지난 2020년 개봉한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이후 꼬박 2년 만, 공식석상에 나선 것은 지난해 학폭 논란에 휩싸인 후 1년 9개월 만이다.

'너와 나'는 화사한 봄날을 배경으로 수학여행 전날, 교실 한쪽에서 낮잠에 빠졌던 세미(박혜수)가 문득 불길한 꿈에 눈물을 흘리며 깨어나고, 자전거 사고로 다리를 다쳐 잠시 병원에 입원해 있는 '둘도 없는 친구' 하은(김시은)에게 달려가면서 벌어지는 특별한 하루를 그린다.

지난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냈으며, 영화적으로 두 여고생의 우정과 사랑 사이 퀴어 분위기를 전하기도 한다. 작품성 및 독창성을 가진 독립영화의 최신작을 선보이는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섹션으로 소개됐다.

박혜수는 9일과 10일, 그리고 11일 한 차례 씩 진행 된 관객과의 대화(GV)에 모두 참석해 인사했다. 취재진이 몰릴 것이 예상 됐던 첫 GV 때는 박혜수도 인사말을 통해 미리 준비한 학폭 관련 현재의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박혜수는 "아마 제 상황에 대해 조금 궁금해 하고 계신 분들이 있을 것 같다. 저는 지금 상황을 피하지 않고 마주하면서 최선을 다해서 해결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면 정확히 상황이 정리됐을 때 자세히 다 말씀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두 번째, 세 번째 GV에서는 행사 시작 전 사회자가 첫 날 박혜수가 말한 입장을 언급하며 개인적 질문을 사전 차단했다. 영화제에서는 사실상 감독이 주인공이 되고, 관객들 또한 영화에 대한 애정으로 어렵게 자리한 만큼 보다 심도 깊은 대화가 오갔다. 팬들은 박혜수를 위한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박혜수 역시 촬영 당시를 회상하며 때론 재미있게, 때론 울컥하는 심경으로 솔직한 답변들을 이어갔다. 특히 '너와 나'는 박혜수의 학폭 이슈가 한창 주목 받고 있을 당시 촬영을 강행한 작품. 조현철 감독이 박혜수에게 손을 내밀고 기회를 준 것이나 다름 없다.

박혜수는 세 번의 GV에서 "이 작품을 촬영했을 땐, 내가 정신적·육체적으로 건강한 상태가 아니었다. 운명처럼 만나 영화를 찍으면서 그 시기에는 사랑밖에 느껴지지 않았던 것 같다. 구원 받는 느낌도 들었다. 영원히 잊지 못할 순간들이다"는 마음을 내비쳤다.

공식석상 컴백인 것은 맞지만, 이번 GV가 박혜수의 활동 물꼬를 완전히 트이게 만들지는 미지수다. '너와 나' 개봉 시즌이 되어 서야 다시 만나게 될 지도. 다만 더 이상 숨지 않고 활동 강행 의지를 드러냈다는 건 분명한 의미가 있다. 어떻게 받아 들일지는 역시 대중의 몫이자 박혜수의 숙제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한국영화의오늘-비전' 섹션에 공식 초청된 영화 '너와 나' 조현철 감독과 배우 박혜수·김시은이 관객과의 대화(GV)에 참석했다. 〈사진=JTBC엔터뉴스〉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한국영화의오늘-비전' 섹션에 공식 초청된 영화 '너와 나' 조현철 감독과 배우 박혜수·김시은이 관객과의 대화(GV)에 참석했다. 〈사진=JTBC엔터뉴스〉


-'너와 나'를 통해 부국제에서 인사하게 됐다.
"이렇게 많이 찾아 주시고 영화에 관심 가져 주셔서 진심으로 너무 감사하다. 일단 아마 제 상황에 대해 조금 궁금해 하고 계신 분들이 있을 것 같은데, 저는 지금 상황을 피하지 않고 마주하면서 최선을 다해서 해결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면 정확히 상황이 정리됐을 때 자세히 다 말씀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이 작품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감독님과는 '삼진그룹 영화토익반'에 함께 출연하면서 인연이 됐다. 이후 시나리오를 전해 주셔서 읽고 미팅을 하게 됐는데, 시나리오가 너무 감동적이고 뭉클했다. '함께 하고 싶은 작업'이라 생각했고, 함께 할 수 있어 다행이다. 감사하다."

-동료 배우가 아닌 감독 조현철은 어땠나.
"첫 미팅에서부터 너무 말이 없으시더라.(웃음) 현장에서는 '좋아요~'라는 말씀을 제일 많이 하신다. 리허설 때도 '어떠셨어요?'라고 물으면 '다 좋아요~'라고 하신다. 너무 편하게, 행복하게 촬영했다."

-세미라는 인물을 처음 마주했을 때 느낌은.
"너무 나 같아서 놀랐다. 꼭 내 속마음을 훔쳐보고 쓴 것 같더라. 감독님은 본인의 모습도 있다고 하셨지만(웃음), 나와 많이 닮아서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세미는 굉장히 밉상일 때도 있고, 제멋대로 일 때도 있고, 짜증을 내기도 하지만 사랑이 많은 친구라 생각했다. 하은이를 사랑하고, 너무 좋아하는 마음 때문에 이해되지 못할 수 있는 행동들을 하지만 그런 불완전함이 세미를 사랑스럽게 만들어준 것 같다."

-촬영하면서 어려웠던 지점은.
"하은이와 건물 밖으로 나가 말다툼을 하는 장면이 있다. 세미는 하은이를 너무 사랑해서 그랬을 뿐인데, 혹시 관객 분들에게는 '세미가 마냥 미워 보이면 어쩌나' 살짝 걱정이 되기도 했다. 연기할 때 어느 정도로 완급 조절을 해야 하는지 조금 어려웠던 지점이다. 그래도 촬영 전 감독님, 시은 배우와 많은 시간 동안 리딩을 하면서 인물을 구체화 시킬 수 있었고, 세미의 여러가지 면도 잘 담기지 않았나 싶다."

-함께 연기한 김시은과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했을 것 같은데.
"우리가 이 자리에서는 점잖고, 얌전하게 이야기 하고 있지만(웃음) 실제로는 하은이 세미처럼 엄청 장난도 많이 치고,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는 사이다. 시은이가 워낙 사랑스러운 친구여서 처음부터 마음이 활짝 열렸다. 촬영할 때도 기본적 상황은 두고 이렇게 저렇게 바꿔가면서 반복해 연습하고 연기하니까 그 인물이 되는 게 쉬웠다. 호흡에 어려움은 없었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한국영화의오늘-비전' 섹션에 공식 초청된 영화 '너와 나(조현철 감독)' 스틸 〈사진=부산국제영화제〉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한국영화의오늘-비전' 섹션에 공식 초청된 영화 '너와 나(조현철 감독)' 스틸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한국영화의오늘-비전' 섹션에 공식 초청된 영화 '너와 나(조현철 감독)' 스틸 〈사진=부산국제영화제〉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한국영화의오늘-비전' 섹션에 공식 초청된 영화 '너와 나(조현철 감독)' 스틸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체념'을 완창한다. 버티면서 감정을 끌어 올리는 것이 쉽지 않았을텐데 어떤 마음으로 연기했나.
"완창은 오랜만이었다. 익숙하고 많이 들었던 노래인데도 불구하고, 가사가 그렇게까지 슬픈 줄 몰랐는데, 하은이에 대한 감정을 생각하면서 그 상황에서 노래를 부르니까 너무 힘들더라. 마지막에는 너무 벅차서 노래를 못하게 될 까봐 울음을 많이 참았다. 테이크는 많이 가지 않았지만 신기한 경험을 했다."

-엉엉 우는 장면에서는 같이 감정이 울컥해 지더라. 연기를 하면서 감정이 넘쳤던 부분이 있었는지도 궁금하다.
"하은이랑 투닥투닥하는 장면. 마지막에 미안한 마음과 좋아하는 마음을 고백하는 장면은 항상 감정이 넘쳤다. 기억나는 장면 중 하나가, 공룡 아이가 죽고 할머니와 걷고 있을 때 혼자 남겨진 세미가 벤치에 앉아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있는데 카메라가 정말 가까웠다. 그러면 사실 집중하기 어려울 수 있는데, 그 공룡을 줍는 모습이 마치 내가, 세미 캐릭터이면서 사람인 내가 되게 구원 받는 느낌을 느꼈다. 세상에 카메라도 없고 아무것도 없고 나와 구원 받는 공룡만 남겨진 것 같았다.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

-잠들었다 깨어나는 엔딩 신도 눈에 띄었다.
"한 8분 정도 촬영했는데, 엄청 긴 순간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찰나의 짧은 순간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바람이 막 불고 새가 지저귀고 햇빛이 따듯하고…. 꼭 꿈 같았다. 실제로 조금 잠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웃음) 깨어나면서 미소 짓는 장면을 나도 좋아한다. 엔딩을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다.

-안산 촬영은 어땠나.
"안산에서 계속 많이 촬영하면서 사실……. 단원고 학생들이 걸었을 법한 거리, 학교 앞 편의점 등을 보면서 감정이 좀 많이 요동쳤던 것 같다."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시나리오를 여러 번 읽으면서, 세미를 정말 잘 표현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세미가 정말 살아있다'는 느낌을 많이 드리고 싶었다. 내가 연기한 역할을 이렇게 이야기 하면 어딘가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난 진짜 세미가 어디선가 살고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보시는 분들도 그런 느낌을 느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또 연기하면서 세미가 떠난 후 남겨질 분들, 가족들, 하은이에 대한 생각도 많이 했다."

-'너와 나'를 함께 한 소감은.
"촬영할 당시 내가 정신적·육체적으로 건강한 상태는 아니었다. 하지만 운명처럼 만나 영화를 찍으면서, 그 시기에는 정말 사랑밖에 느껴지지 않았던 것 같다. 내가 독립 영화는 처음이었는데, 스태프 분들과 함께 더 다같이 똘똘 뭉쳐서 한 작품을 위해 온 정성과 마음을 쏟고 있다는 게 느껴지는 작업이었다. 영원히 잊지 못할 것 현장이다."

-관객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한다면.
"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진다. 우리 영화의 첫 번째 관객이 되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고, 좋은 반응 해주셔서 감사하다. 나는 이 영화가 좀 더 많은 분들과 함께 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세상에 널리 퍼져 나가기를 바란다. 함께 해 주시기를 부탁 드린다."

배우 박혜수가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한국영화의오늘-비전' 섹션에 공식 초청된 영화 '너와 나(조현철)'로 영화제 관객과의 대화(GV)에 참석했다. 〈사진=JTBC엔터뉴스〉배우 박혜수가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한국영화의오늘-비전' 섹션에 공식 초청된 영화 '너와 나(조현철)'로 영화제 관객과의 대화(GV)에 참석했다. 〈사진=JTBC엔터뉴스〉
부산=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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