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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컥한 한지민의 19년 "일상의 삶도 포기하지 않아"(종합)

입력 2022-10-09 11:39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액터스 하우스' 첫 주자 한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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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액터스 하우스' 첫 주자 한지민

배우 한지민이 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2022 BIFF)  '액터스 하우스 한지민'에 참석해 소감을 말하고 있다.  박세완 엔터뉴스팀 기자 park.sewa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배우 한지민이 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2022 BIFF) '액터스 하우스 한지민'에 참석해 소감을 말하고 있다. 박세완 엔터뉴스팀 기자 park.sewa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마냥 평탄하기만 했던 19년은 아니다. 카메라가 먼저 찾은 얼굴로 자연스럽게, 그리고 당연하게 연예계에 입성했지만 매일 울었던 신인 시절, 같은 자리에 맴도는 듯한 슬럼프를 넘고 넘어 지금의 단단한 배우 한지민이 됐다.

데뷔 후 19년 간 단독 팬미팅 한 번 진행해 본 적 없다는 한지민이 8일 진행된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국제·BIFF) '액터스 하우스' 첫 주자로 나섰다. 지난 해 신설 된 액터스 하우스는 한국 영화계 아이콘과 같은 최고의 배우들과 관객이 만나 그들의 연기 인생과 철학을 직접 나누는 스페셜 토크 프로그램.

올해 온 스크린 섹션에 공식 초청 된 '욘더(이준익 감독)'로 부국제에 방문한 한지민은 작품으로 함께 한 일정 외 배우 한지민을 집중 탐구하는 액터스 하우스 주인공으로도 팬들을 마주했다. "객석이 비면 어쩌나" 나름의 쓸데없는 고민도 했다는 한지민은 민폐 없이, 모두의 소중한 시간을 알차게 활용했다.

'착하고 예쁜'은 배우 한지민을 가장 명확하고 빠르게 표현할 수 있는 대명사처럼 19년 째 유효하지만, 여기에 '변화가 기대되는 배우'라는 새로운 이미지가 덧씌워졌고, 새 작품과 캐릭터마다 궁금증도 따라 붙는다. 무엇보다 결코 잃지 않은 인간미는 한지민을 애정 할 수 밖에 없는 사람으로 완성 시킨다.

배우 한지민이 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2022 BIFF)  '액터스 하우스 한지민'에 참석해 소감을 말하고 있다.  박세완 엔터뉴스팀 기자 park.sewa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배우 한지민이 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2022 BIFF) '액터스 하우스 한지민'에 참석해 소감을 말하고 있다. 박세완 엔터뉴스팀 기자 park.sewa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배우 한지민이 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2022 BIFF)  '액터스 하우스 한지민'에 참석해 소감을 말하고 있다.  박세완 엔터뉴스팀 기자 park.sewa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배우 한지민이 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2022 BIFF) '액터스 하우스 한지민'에 참석해 소감을 말하고 있다. 박세완 엔터뉴스팀 기자 park.sewa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올해의 '액터스 하우스' 첫 번째 주인공이다.
"처음에 내용이 잘못 전달돼서 원래는 이영애 선배님과 이 자리를 함께 한다고 들었다. 선배님을 너무 좋아하고 '같이 하면 뜻 깊은 시간이겠다' 싶어 '좋다'고 했다. 근데 혼자 해야 한다고 하더라. 약간 무서웠다. '객석이 비면 어쩌나 걱정하기도 했다.(웃음)"

-객석 걱정을 할 줄이야.
"내가 아직 한국에서 팬미팅을 해 본 적이 없다. 사람들의 소중한 시간을 내가 어떻게 값지게 꽉 채워드릴 수 있을지 막막해서 못했던 것 같다. 배우는 가수에 비해 무대에 서는 기회가 적지 않나. 연기할 때 카메라는 괜찮은데 포토월 같은 촬영은 싫었다. 정말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오랜만에 부국제가 다시 성대하게 열리는 해이기도 하고, 나름 데뷔 19년 차가 되다 보니까 요즘에는 이런 모든 시간이 소중하더라. 매년 있을 땐 잘 모르다가.(웃음) 너무 귀한 시간일 것 같아서 '꼭 해봐야겠다' 용기 냈다."

-스타들을 보면 다양한 경로로 데뷔를 하기 마련인데, 한지민 같은 경우는 카메라가 먼저 알아 본 케이스다.
"어릴 적부터 꿈이 배우는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너무 감사하게 기회가 주어졌던 것이다. 잡지 모델, TV 광고로 일을 시작했고, 배우는 '올인'이라는 드라마에서 송혜교 선배님의 아역으로 데뷔했다. 연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상태에서 오디션에 참가했던 건데, 그런 무지한 내 모습을 오히려 좋게 봐 주셨던 것 같다. 욕심이 없었기 때문에 긴장도 잘 안 했다."

-그렇게 19년, 20여 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어느덧 그렇게 됐다. 중간에 저만의 슬럼프도 있었고, 역할에 대한 한계도 많이 느끼면서 새로운 것을 찾아나간 과정이었다. 어떻게든 매년 열심히 하다 보니까 19년 흘렀다."

배우 한지민이 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2022 BIFF)  '액터스 하우스 한지민'에 참석해 소감을 말하고 있다.  박세완 엔터뉴스팀 기자 park.sewa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배우 한지민이 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2022 BIFF) '액터스 하우스 한지민'에 참석해 소감을 말하고 있다. 박세완 엔터뉴스팀 기자 park.sewa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준비해서 시작한 직업이 아니다 보니 처음엔 고충도 있었을 것 같다.
"이번에 작품은 신하균 선배님과 함께 호흡 맞춘 '욘더'로 부국제에 오게 됐는데, 신인 때, 19년 전에 하균 선배님과 함께 하는 미니시리즈 주인공으로 덜컥 캐스팅이 됐다. 할 수 있는 것에 비해 너무 과분한 역할이 주어진 것이다. 내 MBTI가 INFP인데 민폐 끼치는 것을 제일 싫어한다. 근데 민폐가 됐다. 모든 스태프들이 날 기다리고, 내가 부족해서 몇 번을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 너무 괴로웠다."

-누군가 자신을 흡족해 하지 않는 상황이 태어나 처음이었을 것 같다.
"모~두가 나를 흡족해 하지 않았다. 사실 자라면서 부모님에게 혼났던 기억이 없는데, 내가 혼 날 일을 많이 하지 않으면서 살았더라. 근데 연기를 시작하고 진짜 그 현장에서 엄청 혼났다. 그 땐 못하면 무섭게 대하는 시대였다. 집에 가서 매일 울었다.

그러다 '대장금'이 한창 인기 있을 때, 이영애 선배님의 친구 역할이 들어왔다. 주인공이 아니어서 너무 좋았다. 그리고 한번 보고 싶었다. 선배님들이 연기 하는 모습을 보면서 배우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 땐 이영애 선생님의 말투도 따라 해보고 그랬다. 목소리가 이렇게 다른데, 지금 생각해 보면 말도 안 되는 일이다.(웃음) 근데 그렇게 지켜보니까 아주 조금 알겠더라. 카메라가 어디 있고 조명을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하나 둘 보였다."

-그럼에도 '배우를 직업으로 삼아야겠다' 생각한 계기가 있었을텐데.
"영화 '청연'이었다. 지금은 하늘에 계신 장진영, 김주혁 선배님이 주인공인 작품인데, 지금까지도 인터뷰를 하면 '청연' 감독님(윤종찬)에 대한 감사함을 늘 말한다. 그 때도 나는 부족하고 모자란 사람이었겠지만, 감독님이 욕심을 내 주셨다. 캐릭터의 감정선을 이끌어 주셨고, 진짜 디렉션을 받는 느낌이었다. 특히 진영 선배님과 호흡 맞춰야 하는 슬픈 신이 있었는데 찍고 나니까 처음으로 '해냈다!'는 쾌감이 들더라. '아, 나도 계속 해본다면 이런 순간들이 더 생기지 않을까' 싶어 계속 배우를 하게 됐다."

배우 한지민이 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2022 BIFF)  '액터스 하우스 한지민'에 참석해 소감을 말하고 있다.  박세완 엔터뉴스팀 기자 park.sewa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배우 한지민이 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2022 BIFF) '액터스 하우스 한지민'에 참석해 소감을 말하고 있다. 박세완 엔터뉴스팀 기자 park.sewa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이후엔 브라운관 스타로 거듭났다. 그러한 과정에서 슬럼프가 찾아 오기도 했나.
"감정이 이해가 안 돼도 그냥 해야 했고, 대사를 외울 시간도 부족했다. 연기를 하려면 나 스스로를 속여야 하는데 안 되더라. 무엇보다 20~30대 초반까지는 나에게 들어오는 작품이 대부분 로맨틱코미디 장르였다. 어느 날은 어떤 신을 촬영하는데 되게 익숙하게 많이 해본 느낌이 들더라. 로맨틱코미디의 흐름이 비슷하지 않나. '내가 왜 이렇게 비슷하게 하고 있지?' 자괴감이 들더라. 아무리 다르게 하고 싶어도 상황이 비슷해 변화를 주기 쉽지 않았다. 그때 작품을 좀 쉬었다."

-일부분 한정 된 캐릭터의 한계를 느꼈을 것 같다.
"지금은 그래도 좀 다양해졌지만 예전에는 여성 배우가 맡을 수 있는 캐릭터가 정말 많지 않았다. 그나마 내가 다양성을 찾는다면 영화에서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드라마에서는 주연을 하지만 영화에서 주인공을 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회사에도 '주인공이 아니어도 된다'고 요청했고, 그렇게 '밀정' '그것만이 내 세상' '장수상회' 등 작품을 하면서 다시 재미를 느꼈다."

-성장에 대한 갈망도 있었을 것 같고. 스스로에게 가혹한 편인가.
"'배우를 업으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한 순간부터는 말 그대로 일이니까, 작품을 거듭할 수록 연기로 빨리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20대 땐 막연히 '30대가 되면 그 사이 많은 감정을 경험하겠지. 그러면 새로운 것을 더 많이 할 수 있겠지' 그런 마음도 있었다.(웃음) 나는 나에게 굉장히 가혹한 편이었다가 그래도 30대를 지나면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자책하는 저를 마주하면서 '남한테는 관대하면서 왜 내가 못한 점은 질책만 할까' 깨닫게 됐고, 고생한 나를 다독여주는 방법을 깨우쳤다"

배우 한지민이 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2022 BIFF)  '액터스 하우스 한지민'에 참석해 소감을 말하고 있다.  박세완 엔터뉴스팀 기자 park.sewa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배우 한지민이 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2022 BIFF) '액터스 하우스 한지민'에 참석해 소감을 말하고 있다. 박세완 엔터뉴스팀 기자 park.sewa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그런 의미에서 '미쓰백'은 더욱 빼놓을 수 없는 필모그래피가 됐다.
"'미쓰백' 시나리오를 읽었을 땐, 작품이라기 보다 어느 한 동네에 벌어진 일을 바라본 느낌이었다. 내가 배우를 한 동력 중 하나가 '감정적인 것을 전달하는 직업'이라는 것 때문이었는데, 늘 그런 것에 의미를 두고 작품과 캐릭터를 선택하는 건 아니었지만, 사회복지학과를 나왔다 보니 '미쓰백'은 정말 화가 났다. '이건 꼭 세상에 필요한 영화겠다' 싶어 도전했다. 물론 두려움은 있었지만 시작은 확 불타올랐다."

-'미쓰백' 전과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사실 개봉을 앞두고 엄청 무서웠다. '욕 먹을 일 밖에 없겠다' 싶었다. 근데 꿈 같은 경험을 하게 만들어 준 '미쓰백'을 덕분에 뭘 하든 주저하는 마음보다는 용기가 생길 것 같더라. 촬영하면서 성격도 많이 바뀌었다. 내가 걱정충이라(웃음) 1부터 10까지 벌어지지도 않은 일을 생각부터 하는 편인데, '미쓰백'을 찍으면서 '큰 산을 마주하더라도 조금 더 빠른 걸음으로 넘어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미쓰백'에서 담배 피우는 연기를 하니까 속이 시원하더라. 하하. 다른 것을 하고 할 수 있다는 자체가 좋았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도 호평 받았다.
"장애를 가진 가족을 대변하는 이야기라 글자로 보면 설명적으로 느껴질 수 있었다. 거기에 감정신마다 상대 배우는 대사가 없었다. (김)우빈 씨는 항상 대사가 없어서 '왜 말을 안 하는 거야' 했다.(웃음) '우리들의 블루스' 대본을 읽는데 눈물이 쏟아져서 못 보겠더라.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노희경 작가님의 지문이 다양하다. 감정을 처음부터 다 연결해야 하는데 10번 동안 같은 감정을 보여야 해서 어려운 신이기도 했다. 음…. 그리고 저에게 영옥 역할을 맡겨 주신 이유 중의 하나가 가족 중에 조카이긴 하지만 다운 증후군을 가진 친구가 있다. 가까운 사이로는 조카다. 자폐와 발달장애를 가졌다."

배우 한지민이 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2022 BIFF)  '액터스 하우스 한지민'에 참석해 소감을 말하고 있다.  박세완 엔터뉴스팀 기자 park.sewa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배우 한지민이 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2022 BIFF) '액터스 하우스 한지민'에 참석해 소감을 말하고 있다. 박세완 엔터뉴스팀 기자 park.sewa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이미지 변신에 대한 고민은 꾸준한가.
"어느 순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분들이 내가 착한 줄 알고 착한 역할을 많이 주셨는데(웃음) 나쁘지 않지만 이미지가 나를 얽매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근데 그런 고민의 시간이 지나니까 그래도 또 내가 착한 이미지로 여기까지 온 것 같더라. 하하. 내가 해봤던 것, 잘 하는 것, 잘 하는 걸 또 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는 건 나쁘지 않은 것 같다. 한 순간에 이미지를 바꿀 순 없지만 시작은 중요하다고 본다."

-연기를 하지 않을 때 한지민은 어떤가.
"몇 달을 캐릭터로 살다가 일상으로 돌아오면 확실히 공허하다. 억지로라도 '인간 한지민의 삶을 많이 쌓아 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분들이 알아봐 주시니까 혹여 불편한 순간이 있더라도 나의, '인간 한지민의 삶을 포기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작품이 끝나면 나를 가장 일상적으로 대해주는 사람들, 가족들과 여행을 간다. 비워내지 않으면 새로운 것을 시작하지 못하는 편이라 비움을 잘 하려 노력 중이다."

-마지막으로 남기고 인사가 있다면.
"배우로서 대중들에게 드릴 수 있는 건 작품 밖에 없더라. 기회가 주어져야겠지만 여러분의 곁에서 꾸준히 작품을 해나가고 싶다."

부산=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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