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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압이 터준 '태풍의 길'…예상보다 1시간 일찍 퇴장

입력 2022-09-06 20:13 수정 2022-09-06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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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시간 20분. 힌남노가 경남 거제에 상륙한 뒤 울산 앞바다로 빠져나갈 때까지 걸린 시간입니다. 태풍의 강도는 상륙했을 때의 중심기압으로 따지는데요. 힌남노는 955.9 헥토파스칼의 위력을 보여서, 그동안 우리나라에 영향을 줬던 태풍들 가운데 세 번째로 강했습니다. 또, 바람의 세기는 여덟 번째로 강했는데, 평균풍속 최고치가 초속 37.4 미터였습니다. 특히, 힌남노가 훑고 지나간 울산과 경주, 포항을 비롯한 남부지역에는 4백에서 많게는 천 밀리미터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내륙에 올라온 뒤부턴 속도를 올렸고, 예상보다 한 시간 일찍 빠져나갔는데, 그렇지 않았다면 피해가 더 심각할 뻔 했습니다.

이렇게 빠르게 지나간 이유를 박민규 기자가 분석했습니다.

[기자]

우리나라에 다가올수록 힌남노는 빨라졌습니다.

상륙 시간이 예상보다 계속 앞당겨지더니, 상륙해서는 2시간 20분 만에 동해상으로 빠져나갔습니다.

이유 중 하나는 제트 기류입니다.

태풍보다 더 높은 위치에서, 더 세게 부는 찬바람입니다.

우리나라 상공에서 강물처럼 흐르는데, 힌남노는 여기 마치 끌려가듯 빨라졌습니다.

보통 태풍이 제트기류를 만나면 위아래 바람세기 차이가 커지고, 금방 무너지기 마련입니다.

회전하는 팽이를 친 것처럼 중심을 잃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힌남노는 달랐습니다.

[허창회/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 (우리나라를) 지나고 나서도 '강'을 유지했거든요. 이런 태풍은 저는 지금까지 본 적이 없어요. 빨리 갔으니까 피해가 좀 적은 거예요.]

힌남노가 빠르게 지나가는 데 우리나라를 둘러싼 기압 구조도 한몫했습니다.

티베트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 사이, 태풍을 이끌어주는 '통로'가 이미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힌남노는 이 사잇길로 회전력을 높이며 올라왔고, 상륙 뒤에는 이동 속도가 50km대까지 빨라졌습니다.

예상 경로는 대체로 들어맞았습니다.

[윤원태/전 기상청 국가태풍센터장 : 2~3일 전부터 우리나라에는 (기압 구조가) 세팅돼 있어서 진로는 딱 그 길밖에 없었어요. 그러면서 빨리 견인을 해 줬죠.]

힌남노의 실제 동선도 예상보다 조금 짧았습니다.

당초 내다봤던 통영에서 포항보다 조금 더 바깥쪽으로 밀려나면서, 거제에 상륙해 울산으로 나갔습니다.

이렇게 빨라진 속도와 짧아진 동선 덕에 비를 만들어 뿌릴 시간도 적었습니다.

제주에서는 힌남노가 가장 가까이 왔던 자정 무렵, 비가 잠시 멈추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빨리 빠져나가지 않았다면 힌남노는 더 큰 피해를 남길 수도 있었습니다.

(영상디자인 : 오은솔·김관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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