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윤 대통령·이재명 통화…'협치' 약속 '영수회담' 기싸움

입력 2022-08-30 18:45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오늘(30일)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첫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민생법안에 대한 '협치'를 약속하면서도 '영수회담'을 놓고서는 기 싸움을 벌였는데요. 관련 내용을 정치 인사이드에서 짚어봅니다.

[기자]

< 앞에선 '협치', 뒤에선 '신경전' >

이재명 당대표의 취임을 축하하러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국회를 방문한 건데요. 윤석열 대통령이 보낸 축하 난을 들고 다정하게 사진을 찍고 있지만 이내 무난한 듯 뼈있는 대화를 건네는 이 대표.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 국정에 대해서 협력할 건 협력하고 또 견제할 건 견제하되 최종 목표는 언제나 민생에 둬야 된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누가 더 국민들에게 인정받고 국민들의 뜻을 더 존중하고 국민들의 삶을 더 낫게 만드느냐를 경쟁하는 것이기 때문에…]

견제와 경쟁이란 단어에 좀 더 힘이 실린 듯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이겠죠?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미묘한 신경전, 사 실 이미 어제부터 시작됐습니다. 시간을 돌려볼까요? 돌려 돌려~ 오늘 이 대표 손에 들려있는 이 축하 난, 사실 대통령실에선 어제 전달하겠다고 일정을 공개했죠. 하지만 이 대표가 문재인 전 대통령 예방을 이유로 일정을 미뤘습니다. 그래서 오늘 받게 된 것이죠.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미묘한 신경전! 영수회담을 놓고선 대놓고 신경전이 벌어졌습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어제) : 윤석열 대통령께 다시 한번 공식적으로 영수회담을 요청드립니다.]

대통령실의 답변은?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 (음성대역) : 야당과의 대화의 문은 언제든지 열려 있습니다. 여야 지도부 면담과 관련해 저희가 언제든지 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씀드린 것으로 제가 기억하고 있습니다.]

영수회담 제안을 여야 지도부 면담으로 받은 건데, 한마디로 지도부 다 같이는 만날 수 있어도 1:1 만남은 하지 않겠다고 우회적으로 거절한 겁니다.

대통령실로선 여당 지도부가 현재 안정되지 않았고 자칫 잘못하면 이 대표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죠.

오늘 이 대표를 만나 20여 분간의 비공개 접견을 한 이 정무수석도 재차 '영수회담'이 아닌 다른 만남을 추진할 것이라 밝혔는데요.

[이진복/대통령실 정무수석 : 대통령께서는 '당의 내가 총재가 아니니까 영수라는 표현은 좀 안 맞다' 그런 말씀을 하시고 '대통령하고 당대표들 만남'이라는 말로 해서 앞으로 이런 일들을 진행해 나갈 겁니다. (독대 형식 여부는) 조율하면서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아직 결정된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어쨌거나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과 이 대표, 통화도 이뤄졌습니다. 3분 정도 짧은 통화였는데 윤 대통령의 요청에 따른 겁니다.

[박성준/더불어민주당 대변인 : 윤석열 대통령께서 아마 당대표 축하를 해주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재명 대표께서 대통령에게 '감사합니다' 하고 서로 이야기 나누시면서 민생입법과 관련해서는 협조를 서로 하자라는 말씀을 나누셨고요. 그다음에 이재명 당대표께서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라는 말씀을 하셨고…]

'협력' 강조했지만 두 사람의 만남 언제일지, 어떤 방식일지 두곤 기 싸움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세기의 기 싸움, 지난 대선 때의 모습과 비슷한데…각 당 지원군들의 모습도 왠지 어디서 많이 본 장면! 이거 지난 대선 데자뷔인가요?

민주당 지도부에선 어제 첫날부터 김건희 특검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탄핵이 필요하다면서 비판을 쏟아냈죠.

[서영교/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어제) : 박근혜 정부 때는 최순실이라고 하는 비선실세가 국정을 농단했다. 그런데 이제 윤석열 정권에서는 이상민, 한동훈, 그리고 윤핵관, 그리고 김건희, 김핵관이 우리나라의 헌법과 법률, 그리고 국민을 조롱하고 있다, 더 진화한 국정농단이다.]

오늘은 국정조사 요구까지 더해졌습니다.

[박홍근/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 국민께서 궁금해하는 극우 유튜버,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관련 인물 등 김건희 여사와 사적 관계가 있는 인사를 누가 (취임식에) 초대했는지 여전히 오리무중입니다. 여당은 정부의 위기를 방조할 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입법부로서의 책임을 다해 국정조사에 협조할 것을 거듭 촉구합니다.]

그러자 이재명 수사 물타기라며 응수한 국민의힘 지도부.

[권성동/국민의힘 원내대표 : 이재명 당대표는 당선되자마자 바른길로 간다면 정부·여당의 성공을 돕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자신부터 바른길로 가야 합니다. 부부가 검·경 수사 받고 있을 때 가야 하는 바른길은 수사에 성실히 협조하는 것이지, 물타기 특검이 아닙니다.]

이렇게 여야의 싸움이 계속되는 와중에 우리가 아주 잠시 잊고 있었지만, 슬슬 드리우는 또 다른 어둠의 기운이 있으니!

바로 민주당 내 집안싸움의 기운! 어제까진 '우리 민주당은 하나' 모드였죠. 이 대표는 어제저녁에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셀카를 직접 공개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당내 주요직 인선을 앞두고 슬슬 목소리를 내는 비명계!

[이원욱/더불어민주당 의원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 (이번 전당대회는) 이재명 후보를 위한,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기 위한 그들만의 리그, 이벤트 아니냐. 인사가 만사라고 하지 않습니까? 나의 목소리가 아니고 나한테 쓴소리 할 수 있는 그러한 반대파의 의견도 최고위원에게 충분히 들어와야 된다.]

친이재명계가 여당을 향해 싸울 때 주로 내세우는 '김건희 특검' 추진에 대해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박수현/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YTN '이재윤의 뉴스 정면승부' / 어제) : 민주당이 특검을 도입하니 이런 문제를 계속 거론하게 되면, 오히려 그것이 정치의 영역으로 자꾸 변질돼 가지고요. 본질을 국민들께서 판단하시는데 혼란이 있을 거라고 저는 생각을 하고요. 국민께서 이미 판단하고 계시다. 특검까지 거론하는 것은 좀 과유불급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탄핵 주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원욱/더불어민주당 의원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 한동훈 장관에 대한 탄핵 이런 것들은 최악의 카드입니다. 그런 카드를 썼을 때 한동훈 장관을 제2의 윤석열 후보로 키워주는 역할을 우리가 할 가능성이 있다.]

[고민정/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YTN '뉴스라이더') : 한동훈 장관의 모습들을 보면서는 한편으로는 '탄핵까지 가지 않아도 스스로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도 좀 듭니다. 지금은 스스로 무너져 내리고 있는 모습들을 보이고 있다…]

한 정당이 어떤 사안에 대해서 한 가지 목소리만 내는 것도 건강하지 못하다지만 치열하게 싸우던 친명계와 비명계 과거가 있는 만큼 이런 작은 조짐이 언제 또 큰 불씨로 번질지 모를 일입니다. 어쨌거나 이 대표는 오늘도 '통합' 행보 이어나갔습니다. 우선 오늘 아침엔 20여명이 넘는 당내 의원들과 아침 번개 모임을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 참가한 한 의원은 "친명계, 비명계 모두 모인 자리였다."면서 "이 대표가 당내 통합을 위한 방안에 대해 의원들에게 물었고 본인이 말하기 보단 귀 기울여 들으면서 메모까지 했다."고 전했는데요.

의원들이 당 지명직에 호남 출신을 임명하자고 건의하는 등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다고 합니다.

이후 점심, 저녁 식사도 전당대회에서 함께 경쟁했던 강훈식, 박용진 후보와 함께 했습니다.

이 또한 이 대표가 먼저 제안해 만들어진 자리로 당내 통합을 위한 이야기들을 나눈 것으로 전해집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당대표, 여당과 야당 그리고 같은 당내 서로 다른 계파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대의를 위해 협력해야 하지만 협력이 절대 쉽지 않은 관계라는 점입니다.

이들을 보고 있으니 문득 제가 신입사원 때 자주 되새기던 '사회생활의 제1 법칙'이 떠오릅니다.

오늘 정치인사이드, 이 한마디 소개하면서 마칩니다. '끝까지 웃는 게 일류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