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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정사진도 없이 세 이름만…이제라도 "우리가 미안합니다"

입력 2022-08-25 20:04 수정 2022-08-25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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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질병과 생활고로 괴로워했지만 도움을 받지 못하고 떠난 세 모녀의 추모식이 오늘(25일) 진행됐습니다. 남긴 사진조차 없어서 영정 사진 대신, 이름만 적혀 있었습니다. 도움받을 길 없던 이들은 숨진 뒤에야 처음으로, 사회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해선 기자입니다.

[기자]

국화꽃 사이 영정엔 사진이 없습니다.

지난 21일 시신으로 발견된 수원 세 모녀.

고립된 채 세상을 등진 세 사람은 웃는 얼굴 사진 하나 남기지 못했습니다.

맡겠다는 친척이 없어 빈소도 못 차릴 뻔했지만, 상주 없는 공영 장례식을 열었습니다.

얼굴 한번 보지 못했던 조문객들이 오늘 종일 찾아왔습니다.

향에 불을 붙이고 고개를 숙이는 마음은 미안하고도 미안합니다.

[심중식/시민 조문객 : 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일단 좀 와보고 싶어서 와봤는데 상주도 없고, 아무도 안 계시고 하니까 속상해서…]

도와주지 못했고, 존재를 알지도 못했다는 죄책감이 큽니다.

[왕옥순/시민 조문객 : 저도 3남매를 혼자 키웠거든요, 남편 없이. 남편 일찍 돌아가시고 혼자 키웠는데 그 사람은 또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생각이 들고…]

한 시민 단체 인사는 내 할 일을 못했다는 마음에 눈물이 터지기도 합니다.

[유덕화/경기복지시민연대 대표 : 이런 것을 막지 못했다는 게 너무나 가슴이 아파서… 내가 (이웃) 돌봄을 정말 못하고 있구나 그런 죄책감이 드는 거죠.]

이승에서 도와주지 못했지만 영혼이나마 추모하기 위한 추도식도 진행됐습니다.

[김덕수/원불교 경기인천교구장 교무 : 어떻게 한 집안에 이렇게 자녀들 모두가 다 병으로 아플 수가 있을까. 좀 더 다음 생에 오실 때는 괴롭고 외롭고 아팠던 그런 분결들은 다 놓아버리시라…]

시민들 틈 사이로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와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 정치인들도 빈소를 찾았습니다.

정치인 대부분이 복지 사각지대를 더 잘 챙기겠다고 표현까지 비슷한 약속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세 모녀는 숨진 뒤에야 처음 관심을 받았고 아직 알려지지 않은 위기 가족들은 지금도 수십만이 넘는 걸로 추산됩니다.

세 모녀 발인식은 내일 오전 11시 30분.

화장한 유해는 수원 연화장에 안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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