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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사로잡은 파격과 유머…박찬욱 "상 엉뚱하게 받았다"

입력 2022-05-30 20:02 수정 2022-05-30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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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네 시간 먼저 귀국한 배우 송강호 씨는 박찬욱 감독을 '영화적 동지'라고 불렀습니다. 몰려든 취재진들이 내민 커다란 마이크 꾸러미를 보고 웃어버린 박 감독은 "배우들이 받았으면 했던 상을 엉뚱하게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오선민 기자입니다.

[기자]

마이크가 문제였습니다.

[박찬욱/감독 : 되게 무겁네, 이거.]

건네받은 배우 박해일 씨는 휘청합니다.

[박해일/배우 : 들어드릴게요.]

높은 관심 속에 칸 트로피를 들고 돌아온 박 감독.

[박찬욱/감독 : 제가 원했던 상은 남녀 연기상이었는데요. 엉뚱한 상을 받게 돼서…]

감독상을 받은 걱정부터 털어놓습니다.

[박찬욱/감독 : (이번) 영화가 너무 재밌어서 칸영화제 같은 데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볼 수도 있는데, 너무 대중과 거리가 먼 예술영화로 인상 지어질까봐…]

영화를 시작한 지 30년, 지나온 시간이 늘 선물처럼 반짝였던 건 아닙니다.

['달은…해가 꾸는 꿈' (1992년)]

서른 살에 내놓은 첫 작품이 처참하게 실패하면서 충무로에서 내몰릴 위기에 처했고, 그럼에도 보따리 장수처럼 시나리오를 싸들고 돌아다닌 끝에 만난 이 영화가 박찬욱의 인생을 바꿀 줄은 아무도 몰랐습니다.

['공동경비구역 JSA' (2000년) : 그냥 가면 어떡해! (네가 가라 그러지 않았어?) 살려주세요.]

낮에는 적, 밤에는 동지가 됐던 남북 군인들의 이야기는 그해 최고의 흥행작이 됐고, 이후 박 감독은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본격적으로 펼칠 수 있었습니다.

['복수는 나의 것' (2002년) : 나름대로 착하게 살았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왜.]

'괴작이면서 동시에 걸작'이란 묘한 평가에도 '복수 3부작'을 밀어붙인 끝에,

['올드보이' (2003년) : 누구냐 너]

독특한 설정과 파격적 영상미를 인정받아 심사위원 대상을 받으며 '깐느박'의 인연을 시작했습니다.

['현기증' (1958년)]

대학 시절 히치콕 감독의 '현기증'에 반해 감독이 됐다고 말하지만,

[박찬욱/감독 : 사람들한테 ('헤어질 결심'과) 히치콕의 '현기증'과의 유사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그런가?' 저는 전혀 생각을 안 해봤거든요.]

박찬욱만의 파격과 유머, 은유는 그 자체만으로 새로운 장르가 됐고, 호불호를 넘어, '박찬욱식 영화'의 존재 가치가 무엇인지를 이해시켰던 30년이었습니다.

(영상그래픽 :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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