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금 이 순간에도 불길이 타오르는 산 속에서 곡괭이와 호스를 들고 사투를 벌이는 분들이 있습니다. 산불재난 특수진화대원들입니다. 헬기가 물을 뿌릴 때, 이분들은 산을 타며 두 손으로 불을 끄고 있는데요. 헬기도 못 뜨는 밤사이 민가를 위협한 불길이 사그라든 데에는 이분들의 헌신이 있었습니다.
서준석 기자가 이들의 하루를 담아왔습니다.
[기자]
강원도 동해시 백봉령 부근.
매캐한 연기가 능선을 가득 메웠습니다.
현대 공중전에도 육군이 꼭 필요하듯 헬기가 물을 길어 나를 때 땅에서 불과 부딪혀 싸우는 이들이 있습니다.
산림청 소속 산불재난특수진화대입니다.
[김차환/진압대장 : 예. 임도(숲속 길) 쪽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철조망을 자르고, 그 위를 뛰어 넘습니다.
언뜻 봐도 70도 넘는 경사를 성큼성큼 올라갑니다.
산 속을 누비는 이들에게 발닿는 곳은 모두 길입니다.
불이 붙은 현장은 가만히 서 있기도 힘든 경사로입니다.
약 10kg가량 되는 가방을 들춰메고, 곡괭이를 지팡이 삼아 불길로 향합니다.
물을 뿌리고 흙으로 덮어보지만 하얀 연기는 계속 새어 나옵니다.
마스크 위에 방독면까지 썼지만 정화통 까지 스며드는 잿더미는 그냥 참아야합니다.
[김차환/진압대장 : 처음은 (불이) 무섭고 두렵기도 했는데… 산림 소방관으로서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일하고 있습니다.]
변덕이 심한 바람은 불씨를 이곳저곳으로 옮겨 붙었습니다.
다 꺼진 것 같았던 불도 뒤돌아보면 다시 타오르고 있습니다.
언제 어떤 상황이 터질지 몰라 대원들은 쪽잠을 자야 했고,
[최동영/진압대원 : (잠은 잘 주무셨어요?) 다 합쳐서 3일 동안 6시간 정도…]
밥을 먹다가도 출동하기 일쑤였습니다.
가족과는 잠시 떨어져 있어야 했습니다.
[최현서/진압대원 : 연락할 겨를이 없어요. 계속 불 끄러 왔다 갔다 하고, 핸드폰 배터리도 다 돼서…]
울진과 삼척, 그리고 강릉까지 불만 쫓아 다닌 이들의 3일.
그사이 얼굴과 마스크는 검게 그을렸고, 몸에는 상처가 남았습니다.
[최현서/진압대원 : 눈 밑이나 얼굴, 팔뚝에 잔 상처는 다들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누군가 알아주지는 않아도, 그저 묵묵하게 주어진 일을 할 뿐입니다.
[김차환/진압대장 : 젊은 대원들도 그렇고 모두가 한마음 한뜻일 겁니다. 주민 피해가 최소화되고 산불이 진화되어서 안정적인 생활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불길이 다소 주춤하고 민간인의 피해가 최소화된 그 배경엔 이렇게 온몸으로 막아선 대원들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