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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집 앞 4.5m 거리에 고속도로…"공사 소음도 고통"

입력 2021-12-29 20:28 수정 2021-12-29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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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 집에서 4.5미터 떨어진 곳에 고속도로가 지어지면 어떨까요. 그렇게 가까울 거라고는 미리 알려주지도 않았다고 말하는 주민들은 당장 공사 소음 때문에도 못살겠다고 합니다.

무슨 상황인지, 밀착카메라 이희령 기자가 찾아가 봤습니다.

[기자]

경기도 용인에 있는 안산 전원마을. 마을로 들어가자 높은 펜스가 보입니다.

제 뒤에 있는 곳이 공사현장에서 두 번째로 가까운 주택인데요. 여기서 펜스가 얼마나 가까운지 재보면요.

이렇게 성인 걸음으로 다섯 걸음만 가면 펜스가 나옵니다. 이 펜스 바로 뒤에 고속도로가 생기는 겁니다.

집 바로 옆에 세워진 펜스, 그 뒤 공사를 하고 있는 곳이 고속도로가 될 땅입니다.

경기 화성시와 광주시를 연결하는 이천~오산 고속도로입니다.

도로와 가장 가까운 집은 펜스와의 거리가 3m도 채 안 됩니다.

펜스 뒤로 들어가봤습니다. 아직 공사 중인 옹벽과 자재가 있습니다.

주민들은 도로가 이렇게 가깝게 지어질 줄 몰랐습니다.

[곽수웅/마을 주민 : 여기를 법면(흙으로 쌓은 경사면)으로 해서 나무 심어서 조경으로 예쁘게 해주겠다고 그랬죠. 12m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고속도로 간다고 그랬죠, 처음엔.]

도로와의 거리는 더 가까워지고 옹벽의 높이는 더 높게 바뀌었습니다.

도로까지 경사면을 만들고, 그 위에 나무를 심어준다던 계획도 사라졌습니다.

[곽수웅/마을 주민 : 이게 더 올라간다고 생각을 해보세요, 더 가까이. 지금은 하늘이라도 보이지. 하늘 보이겠어요? 안 보이지?]

[정영숙/마을 주민 : 고속도로가 12m 떨어져서 들어오는 것도 좋지는 않았지만, 공익을 위하고 이게 나라 사업이니까. 약속을 하니까 그 말을 믿고 몇 년간을 그냥 지냈어요.]

주민들을 당장 괴롭게 하는 건 또 있습니다. 바로 공사 소음입니다.

공사 현장과 두 번째로 가까운 주택으로 올라와봤습니다.

이곳이 3층인데요. 지금도 밖에서 공사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소리가 얼마나 큰지, 소음측정기로 한 번 재보겠습니다. 80 데시벨이 넘었습니다.

생활 소음 기준치는 65데시벨인데 훌쩍 넘은 겁니다.

[곽의/마을 주민 : 중장비를 이용해서 다진다든지 크게 왔다 갔다 하면 침대가 흔들리는 정도고요.]

[신수연/마을 주민 : 답답하죠. 어디 가서 말할 방법은 없고.]

취재진이 관찰하는 동안에도 비슷한 수치가 나타났습니다.

[용인시 처인구청 환경위생과 : 여기가 총 2차까지 위반을 했는데요. 과태료와 행정처분이 나왔습니다.]

주민들은 지난해 말, 공사 현장에 가서 물어본 뒤에야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정영숙/마을 주민 : '공사가 언제쯤 오나, 시작되나요?' 이렇게 물어보는 과정에서 설계가 변경돼 있단 걸 알았어요.]

시공사는 설명회를 열었다고 했지만 정작 도로와 거리가 가까워지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설명회 참석 주민 : 옹벽 이런 건, 우리 집 옆에. 이런 설명은 전혀 없었다고. 인터체인지(나들목) 형태가 바뀌었다, 이거였단 말이에요.]

대다수 주민들은 설명회가 열린다는 사실조차 몰랐습니다.

[사연숙/마을 주민 : 우편물 그런 것도 온 게 없고. 마을 자체에서도 저희한테 '이런 게 있으니 너네 와서 봐라' 이런 얘기 들은 적도 없고.]

논란이 이어지자, 시공사는 방음벽을 설치하는 등 시설을 보완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정영숙/마을 주민 : 공익을 위해서 너희가 희생해라, 지금 이런 거잖아요? '이런 세상을 내가 살고 있었구나' 이런 참담함이 있고요.]

몇 달 뒤면 이곳에 새 고속도로가 생깁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주겠지만, 동시에 누군가의 편안한 일상을 앗아가게 될지도 모릅니다.

공공을 위해 진행해야 하는 일이라면, 그 일 때문에 피해를 보는 소수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요. 밀착카메라 이희령입니다.

(VJ : 김대현 / 영상디자인 : 김충현 / 영상그래픽 : 박경민 / 인턴기자 : 정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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