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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찌 '치명적 약점'…"절단 않고도 경보음 없이 풀었다"

입력 2021-12-27 21:36 수정 2021-12-28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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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금부터는 전자발찌 운영에서 드러난 치명적인 문제에 대해서 JTBC가 새롭게 취재한 내용을 보도해 드리겠습니다. 열흘 전, 전자발찌 부착 대상자인 30대 남성이 발찌를 벗어 놓고 성범죄를 저지르려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에 전자발찌를 풀면 울려야 할 경보음도 울리지 않았습니다. 저희 취재 결과, 이 남성은 경보음을 울리지 않고 발찌를 풀어내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고 진술한 걸로 파악됐습니다.

먼저, 신아람 기자입니다.

[기자]

성범죄를 저지르려다 구속된 30대 남성 A씨가 호송차에 올라탑니다.

지난 17일 저녁 서울 영등포 일대에서 모르는 여성의 집에 따라 들어가 성폭행을 하려한 혐의로 경찰에 구속된 뒤 검찰로 송치되는 겁니다.

[A씨/특수강도강간미수 피의자 : (발찌 어떻게 뺐습니까? 혐의 인정하십니까?)…]

과거 성범죄를 저질러 2018년부터 전자발찌 부착 대상자였지만 발찌를 뺀 채 인천에서 서울로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발찌를 자르는 등 훼손하면 경보음이 울려서 법무부 산하 관할 보호관찰소가 바로 파악할 수 있지만 당시엔 경보가 울리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보호관찰소도 A씨의 이동 사실을 모르고 있었고 경찰이 통보해 준 뒤에야 범행을 알았습니다.

A씨는 범행 뒤 다른 곳으로 달아나지 않고 인천의 집으로 돌아와 있다가 다음날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벗겨 낸 전자발찌도 집에서 발견됐습니다.

수사 기관은 A씨 발찌에 문제가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충격을 가해 봤는데 곧바로 경보음이 울렸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씨 발찌가 고장난 게 아니었던 겁니다.

처음에 묵비권을 행사하던 A씨는 계속 추궁을 받자 최근 조사에서 발찌를 풀어낸 과정을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발찌의 취약점을 이용해 특수한 방법으로 경보음을 울리지 않고 풀어낼 수 있었다는 겁니다.

절단기로 끊어내거나 비눗물 등 미끄러운 제품을 써서 억지로 벗겨내는 방식도 아니었습니다.

법무부는 "수사 중인 사안으로 공식적으로 확인해 주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A씨의 특수강도강간미수 사건과 별개로 법무부는 발찌를 풀어낸 경위에 대해 추가 수사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앵커]

법무부는 그동안 전자발찌 훼손 문제가 터질 때마다 재질을 더 튼튼하게 하겠다고 대책을 이야기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발찌 자체에 기술적인 취약점이 있을 수 있단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지금 전자발찌 찬 사람이 5천 명 가까이 되는 만큼 더 큰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어서 조소희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8월 강윤성은 전자발찌를 훼손한 뒤 여성 두 명을 잇따라 살해했습니다.

공구용품점에서 산 절단기로 발찌를 끊어낸 겁니다.

법무부는 곧바로 재질을 보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윤웅장/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 (지난 8월 30일) : 먼저 전자장치 견고성 개선 등 훼손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습니다.]

최근 6년 간 전자발찌 훼손 사건은 100건이 발생했습니다. 올해만 14건입니다.

대부분 발찌를 물리적으로 끊은 사건이었습니다.

법무부는 이 때마다 재질을 더 강하게 하겠다는 대책을 내놨습니다.

유지 보수엔 해마다 10억원이 넘는 돈을 써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경우처럼 물리적으로 발찌를 훼손하지 않고 풀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올해 9월을 기준으로 전자발찌 부착 대상자는 5000명에 가깝습니다.

법무부는 현재 A씨 사례에 대한 정밀 조사와 함께 해법을 모색하는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상디자인 : 강한결)

[앵커]

이 사건을 취재한 신아람 기자와 한걸음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일단, 가장 궁금하기도 하고 문제인 게 대체 어떻게 풀어내는지 이거 아니겠습니까?

[기자] 

현재 법무부가 구체적인 경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저희도 취재 과정에서 A씨의 사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파악한 내용이 있지만 모방범죄가 우려되는 만큼 구체적인 내용까지 공개하기는 조심스럽습니다.

[앵커] 

그런데 전자발찌가 도입된 지 10년도 넘었잖아요. 혹시 이런 사례가 전에도 있었습니까?

[기자] 

2008년도에 도입됐으니까 13년 넘게 이어져왔습니다.

앞서 보셨지만 그동안 발찌를 절단기로 끊어낸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럴 경우에는 경보음이 울려서 곧바로 체포에 나서는 등 대응이 가능했습니다.

물론 미끄러운 제품으로 억지로 벗겨낸 사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처럼 기술적으로 발찌를 풀어냈다고 진술한 것은 처음 있는 일로 알려졌습니다.

절단한 흔적도 없었던 겁니다.

[앵커] 

그런데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어떻게 그런 기술적인 약점이 있을 수가 있었던 거죠?

[기자] 

그동안 역대 법무부 장관들은 보호관찰소를 찾아가서 전자발찌를 직접 부착해 보면서 우수성을 홍보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7월에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직접 전자발찌 제도를 점검했습니다. 한번 보시죠.

[박범계/법무부 장관 (지난 7월 26일) : (우리나라) 모바일과 같은 ICT 분야가 세계적인 수준이니까 가능한, 그죠?]

IT 강국이라는 이점을 흉악범죄자 사후 관리에 그대로 적용했다는 건데요.

하지만 이번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는 정황이 드러난 겁니다.

[앵커] 

그런데 그동안 여러 차례 전자발찌 성능을 개선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현재까지 나온 전자발찌가 5세대 모델입니다. 

지금까지 지난해까지 총 5번 성능을 개선했습니다.

처음에는 우레탄 재질이었다가 스테인리스, 금속 철판을 넣기 시작했고요.

지난해부터는 얇은 철판을 여러 개 넣어서 쉽게 끊지 못하게 했습니다.

이렇게 성능 개선은 주로 재질을 강화하는 데 치중돼 왔습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기술적인 약점을 보완하는 것을 비롯해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관리하는 법무부가 입장과 대책을 뭐라고 좀 내놓을지 봐야겠습니다. 신아람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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