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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80대 노부부, 추위 속 폐지 450㎏ 주워야 '일당 3만원'

입력 2021-12-24 20:39 수정 2021-12-25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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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 밀착카메라는 통계로도 잡히지 않는 폐지 줍는 노인들의 이야기입니다. 폐지 수백kg을 모아도 손에 쥐는 돈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정부가 만든다는 노인일자리는 이들에겐 다른 나라 이야기라고 합니다.

이예원 기자가 한 80대 부부의 하루를 따라가 봤습니다.

[기자]

이른 새벽 어둑어둑한 골목을 여는 건 유태하 할아버지입니다.

[내 나이는 팔십둘이에요.]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이 빛나는 거리를 지나, 할아버지의 발길은 건물 옆으로 향합니다.

누군가 먹은 치킨, 하루 만에 온 택배.

내용물이 사라지고 남은 상자는 할아버지 몫입니다.

[(매일매일 나오세요?) 1년 열두 달 중 음력설하고 8월 추석. 그 이틀만 쉬어요.]

병원과 잡화점을 거쳐 채소가게로 향합니다.

지금은 영하 4도, 주민도 걱정입니다.

[(추워서 어떻게 하세요?) 괜찮아요. 이게 춥다면 일 못 하지.]

서툰 기자와 달리 할아버지는 빠르게 상자를 펴 냅니다.

[(선생님, 이거 되게 안 뜯어지는데…) 테이프 붙으면 못 뜯거든. 이걸로 칼로 해.]

오전 8시, 굴다리에서 기다리던 아내를 만났습니다.

[(안녕하세요.) 우리 할머니야.]

부부가 함께 폐지를 모은 지 10년이 넘었습니다.

계기는 해고였습니다.

[청소했었죠. 근데 나이 많다고 잘렸지…]

부부의 한 달 노령연금은 52만 원, 정부 노인일자리도 지원해봤지만 안 됐습니다.

결국 매일 종이를 주웠습니다.

[심심하지 않지. 할머니 얼굴을 자주 보니까.]

하지만 도로 위 차들은 달가워하지 않고, 큰길을 피해 골목으로 가자니 쉽지 않습니다.

[양쪽에 주차를 대 놔서 복잡해.]

연신 거절하던 기자의 도움을 처음으로 받아들인 건, 오르막길에서 입니다.

40kg짜리 수레에 폐지 130kg을 싣자, 할아버지 몸무게의 세 배가 됩니다.

[미끄러지면 여기 주저앉으면 리어카에 그냥 깔리지.]

부부가 이날 10시간 반 동안 모은 폐지는 450kg.

67500원을 벌었습니다.

폐지 값이 많이 떨어졌을 땐 막막했습니다.

[(1㎏당) 40원, 35원 이럴 땐 하루 종일 주워 봐야 짜장면 한 그릇 못 사먹어.]

현재 최저임금을 폐지로 벌려면 하루 465kg를 모아야 합니다.

폐지 값이 76원이었던 지난 1월 기준으론 908kg입니다.

[(좋은 일자리 많이 생기면…) 그럼 해볼 만하지. 날 받아주면. 이거보단 낫잖아. 힘이 덜 들잖아.]

오후가 되어서야 돌아온 집. 

수레엔 자물쇠를 채웠습니다.

[언젠가 한 번은 이 바퀴 2개를 빼 갔더라고./바퀴 하나에 1만3000원인데 나 원 세상에…]

폐지 수집 노인을 정부는 6만 6천 명, 고물상연합회는 170만 명으로 추산합니다.

25배가 넘는 차이는 명확한 파악이 안 된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화려한 거리 뒤편 어딘가에선 지금도 누군가 수레를 밀고 있을 겁니다. 

얼마나 많은지 정확한 통계조차 잡히지 않는 이들에게 다른 노동의 기회는 있었을까요. 직시하고 진단할 때입니다. 

(VJ : 김대현 / 영상디자인 : 신하림 / 영상그래픽 : 김정은 / 인턴기자 : 이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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