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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서 흔적 지우나"…천안문시위 추모상 끝내 철거

입력 2021-12-23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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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중국의 민주화운동 '흔적 지우기'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홍콩대 교정에 있던 천안문 민주화운동 추모상이 최근 철거됐는데요. 시민들은 역사를 지우려는 것이라며 반발했습니다.

박성훈 특파원입니다.

[기자]

수십 개의 비틀린 몸과 고뇌에 찬 얼굴들.

아비규환의 역사가 소리없는 아우성으로 새겨졌습니다.

홍콩대 교정에 설치된 천안문 시위 추모상 '수치의 기둥'입니다.

덴마크 작가가 홍콩 민주화운동 단체에 기증해 24년 전 홍콩대학에 설치됐습니다.

하지만 보안법이 통과된 홍콩에서 추모상은 더이상 자리를 지킬 수 없었습니다.

8미터 높이의 추모상이 천막에 가려졌습니다.

한밤중 철거가 진행됩니다.

현장에 진입하려던 언론 취재진은 당국에 의해 막혔습니다.

[안 됩니다. 빨리 나가세요. 나가세요.]

몇 시간에 걸친 작업 끝에 추모상 윗부분이 절단돼 밖으로 들려 나옵니다.

여러 조각으로 나뉜 동상은 트럭에 실려 옮겨졌고 바닥엔 하얀 천만 남았습니다.

홍콩대 측은 동상이 이미 노후화됐고 계속 전시하는 것이 홍콩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과 시민들의 의견은 달랐습니다.

[빌리 궉/홍콩대 학생 : 소위 표현의 자유나 언론의 자유가 가장 많은 대학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예상한 사람들은 없을 겁니다.]

[파스토 딘/홍콩시민 : 정부는 아마도 1989년 천안문시위에 대한 우리의 기억을 지우고 싶었을 겁니다.]

홍콩은 지난 19일 의원 선거에서 현행 법을 따른다고 서약한 후보만 출마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민주진영 인사가 한 명도 당선되지 않았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번 선거결과 보고를 받고 홍콩이 번영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치하해 씁쓸한 뒷맛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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