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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시험 합격, 여친 기원…산타버스에 실린 새해 소망

입력 2021-12-22 20:41 수정 2021-12-22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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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년째 맞게 된 코로나 크리스마스, 힘들고 지친 승객들을 위로하는 특별한 버스가 있습니다. 시민들은 소원을 적은 메모지를 붙이면서 한 해를 돌아봅니다.

밀착카메라 이희령 기자가 산타버스를 직접 타봤습니다.

[기자]

이곳은 부산의 한 시내버스 정류장입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화려한 산타버스가 다니고 있다고 하는데요.

지금 제 뒤로 보이는 버스가 화려하게 장식한 것을 보니, 이 버스인 것 같습니다. 한 번 타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산타버스입니다. 선물 받아가세요.]

처음 타본 아이의 눈이 동그래집니다.

[박찬민/부산 해운대구 : 차 타면 원래 인형 같은 거 없는데, 여기선 인형이 막 이렇게 있고.]

[이아령/부산 해운대구 : 산타할아버지 있는 거 아니냐고, 그래서 타자고 해서 탔어요.]

[박찬민/부산 해운대구 : 진짜 산타할아버지 아니야? (기사님이?) 네.]

춤이 절로 나옵니다. 혹여 놓칠까 아이를 안고 뛰어온 아빠도 있습니다.

[한방준/산타버스 탑승객 : 바로 뛰어왔어요. 시간 맞춰서 오느라. (지금 숨이 막) 네, 못 탈까 봐. 며칠 전부터 타려고 그랬는데 못 타서 울어서 애가.]

버스 안에 펼쳐진 풍경에 다들 카메라를 꺼냅니다.

[박옥례/부산 연제구 : 우리 손자 애들 보여주려고. 손자가 좋아하니까 한 번 태워주려고.]

산타버스 중간엔 볼펜과 메모지가 놓여 있습니다. 새해 소원과 전하고 싶은 말을 남기라는 건데요. 이쪽엔 밖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이 메시지가 붙어 있습니다. 이 중에서 몇 가지를 골라서 읽어보겠습니다. 임용 시험에 한 번에 합격하게 해달라는 소원부터, 크리스마스 선물로 여자친구를 선물해달라는 소원까지 다양하게 적혀 있습니다.

어린이는 그림을 그리고,

[(뭐 그렸어요?) 눈사람이랑 산타버스 탔어요.]

학생들은 티격태격하며, 추억을 남겨 봅니다.

[야, 좀 정성 들여 그려. (괜찮은데?) 하나도 안 괜찮거든?]

버스를 타지 않는 사람들도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합니다.

해가 지면, 버스는 더 눈에 띕니다.

지금 시간 밤 9시 39분입니다. 이 산타 버스가 오늘(22일) 마지막으로 운행하는 시간이 9시 30분인데요.

밤 늦은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버스를 타기 위해 이곳을 찾은 가족 손님들이 이렇게 많은 상황입니다.

종이 안경을 나눠주고,

[주형민/산타버스 기사 : 어머님들, 아버님도 쓰셔야 합니다. 안 쓰면 출발 안 합니다. 이리로 오세요, 자 가족사진. 1년에 한 번밖에 없어요. (하나, 둘, 셋!)]

어린이들과 구호도 외칩니다. 늦은 시간이지만 멀리서 찾아옵니다.

[이상훈/부산 부산진구 : 대중교통 이용하면 한 40분에서 50분 정도 걸립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니까 괜찮은 것 같습니다.]

버스가 달리는 사이 아이는 어느새 잠이 들었습니다.

[주형민/산타버스 기사 : 하루 중 제일 힘들게 일을 하고 마지막에 집에 귀가하는 분들이기 때문에 좀 더 예쁘게 꾸며놓고.]

밤 11시가 넘은 하루의 끝, 막차를 탄 손님은 힘을 얻어갑니다.

[곽나린/부산 동래구 : 서울에서 시험 치고 내려와서 지금 집에 돌아가는 길이에요. 고단한 하루의 끝에 예쁜 선물을 받은 것 같아서 기분이 너무 좋고요. 기사님 이런 선물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의 마지막 손님은 가게 일을 마치고 온 사장님입니다.

[오은하/부산 해운대구 : 자영업자들 힘들어하면서도, 꿋꿋하게 이겨냈으면 좋겠어요.]

[주형민/산타버스 기사 : 코로나로 다들 힘든데요. 산타버스를 타는 동안만이라도 그걸 잊고 위로가 될 수 있게끔… 제가 이 일을 그만둘 때까지는 앞으로 계속 쭉 해야 하겠다.]

오늘 산타버스는 600명이 넘는 손님을 태웠습니다.

사진을 찍고 인사를 건넨 시민은 훨씬 더 많았습니다.

내일도 산타버스는 작은 위로와 따뜻함, 즐거움을 전하러 찾아올 겁니다. 밀착카메라 이희령입니다.

(영상그래픽 : 김지혜 / 인턴기자 : 정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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