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너희들만은 굶지 않기를…" 어릴적 결핍의 기억을 기부로

입력 2021-12-18 19:16 수정 2021-12-18 20:50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전쟁 속 책 한 권 보기 힘들었던 기억, 가난으로 일주일을 굶은 기억. 어릴적 어려웠던 기억을 기부의 계기로 삼은 어른들이 있습니다. 이 나눔에는, 그들의 인생이 담겨있습니다.

이선화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보내주신 책으로 멋진 꿈을 키웠습니다."

"한번 읽고 또 한 번 읽었습니다."

26년 전 한국청소년도서재단 이성원 이사장이 학생들에게서 받은 편지들입니다.

어느덧 30년을 향해가는 '책 보내기 운동'.

시작은 한국전쟁 뒤 자신이 겪었던 '결핍'이었습니다.

[이성원 : 그런 생활을 아주 결핍 속에 했지. (책 보내기는) 나로서는 아주 어렵게 생활하고서 처음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 거예요.]

그동안 초중고와 군부대에 보낸 책만 15만여 권.

[이성원 : 출판사에서 기부해준단 말도 오고. 일체 안 받았어요. 난 내가 즐거워서 하는 건데. 우리 돈만으로 순수하게. 우리 두 사람이 책도 고르고, 고른 책을 사서 보내주고.]

이제는 구순을 바라보는 이 이사장, 나눔의 삶을 살아보지 못했다면 무척 허망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성원 : 내가 조금 일찍 죽어서 그런 일을 안 하고 죽었으면 얼마나 억울할까…]

지난 30년간 낮에는 환경미화원, 밤에는 농사를 지어온 이광동씨 부부.

10년 가까이 매년 직접 농사지은 쌀을 기부해왔습니다.

계기는 역시 어린 시절의 어려운 기억이었습니다.

[이광동 : (제가) 일주일씩이나 굶어보기도 하고. 엄청 가난하게 살다 보니까… 너무 어렵게 살았어요.]

농사가 올해 잘 됐다는 이씨 부부.

10kg짜리 28포대와 라면 예순 상자를 어려운 이웃에게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이광동 : 이렇게 흐뭇할 수가 없어요.]

[서애순 : 수술을 많이 해서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픈데. 좋은 일 하니까 힘든지도 모르네 아파도. 마음이 따뜻해요 많지는 않지만.]

결핍의 기억을 나눔으로 승화시킨 사람들.

누구보다도 꽉 채워진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영상그래픽 : 한영주)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