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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빈 껍데기만 잔뜩" 제철 통영 굴, 의문의 집단폐사

입력 2021-12-17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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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굴철인데, 굴 산지는 지금 난리입니다. 우리나라 굴의 70%가 나는 통영에서 굴이 한꺼번에 폐사했기 때문인데요. 굴은 없고 굴 껍데기만 있는 현장에 밀착카메라가 나갔습니다.

이예원 기자입니다.

[기자]

아직 캄캄한 새벽이지만 어민들은 어김없이 굴 따러 갈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하루 두 번 열리는 경매장에 내놓기 위해선데요.

밀착카메라가 함께 가보겠습니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통영 앞바다.

30분을 달리자 양식장이 보입니다.

둥둥 뜬 부표 아래엔 '굴줄'이 연결돼 있습니다.

종자를 키워내 지난 6월 바다에 옮긴 지 6개월 만에 걷는 겁니다.

굴 줄을 들어 올려봤습니다.

주렁주렁 달려있어야 할 굴이 한 눈에 봐도 듬성듬성 한데요.

게다가 대부분 이렇게 껍질만 남았는데 이미 폐사한 겁니다.

예년 같았으면 덩어리마다 서른 마리씩은 붙어 있어야 합니다.

[김석균/굴 양식 어민 : 그런데 지금은 네다섯 마리, 열 마리 미만이거든요.]

폐사는 몇 달 전부터 시작된 걸로 보입니다.

여기에 있는 굴은 하층부에서 끌어올린 것들입니다.

이렇게 누렇게 썩어 버린 건 몇 달 전에, 옆에 있는 하얀 건 최근에 폐사한 굴인데요.

만약 정상적으로 성장했다면, 안을 까 봤을 때 이렇게 알이 꽉 차있어야 합니다.

그물 한 개를 가득 채워도 나오는 알굴은 크게 줄었습니다.

[김석균/굴 양식 어민 : (목표량을 채우려면) 하루 200m를 두 줄 정도 따면 됐는데, 지금은 여섯 줄 정도 따고 있어요.]

[굴 양식 어민 : 나는 30년 넘었는데 이런 건 처음이야.]

통영 양식장 3곳 가운데 두 곳이 이런 피해를 입은 걸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굴을 까는 박신장에선 빠르게 알굴만 건져내는데, 죽은 굴도 많습니다.

[박효자/굴 박신장 노동자 : 이 굴을 까면서 헛손질을 많이 해요, 죽어서 없으니까. 사장님도 손해, 우리도 손해. 심각하지.]

[조행이/굴 양식 어민 : 수확은 해야 하니까 따고 있습니다. (12시 경매에 가는 거예요?) 네.]

경매가 시작되는 12시가 가까워지면서 위판장에는 각 트럭이 싣고 온 굴 상자로 가득 채워지고 있습니다.

굴은 보통 5월까지 수확하는데, 일부는 더 일찍 마칠 가능성이 큽니다.

[김성현/경남 통영시 굴수협 경매팀장 : 2, 3월 가면 양이 확 주는 바람에 공급이 엄청나게 준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소비자 가격도 널뛰고 있습니다.

[이성이/수산물 상인 : 오늘 1만5000원이었는데 내일은 1만8000원. 또 1만4000원, 2만원 이러니까 고객이 많이 (불만이) 있죠.]

국립수산과학원은 원인 파악에 나섰습니다.

실제 바다에서 채취한 굴이 수조에 담겨 있습니다.

이렇게 들어올렸더니, 이 굴은 12월 14일에 가져온 거고 여기 '하'는 굴을 키우는 줄의 가장 아랫부분에 달려 있었단 의미입니다.

연구원들이 굴을 들어 살이 얼마나 올랐는지 확인합니다.

[임현정/국립수산과학원 남동해수산연구소장 : 굴의 비만도라고 하거든요. 육질부의 중량이 20% 이상 차지하는데, 올해 굴의 비만도는 10%밖에 안 돼요.]

굴의 껍질도, 알도 크기가 제각각입니다.

[강현실/국립수산과학원 남동해수산연구소 연구사 : 크기 차이가 많이 나면 폐사 시점이 다르다고 추정이 되는…]

지난 가을 통영 지역 강수량이 평균보다 현저히 적었던 게 원인으로 추정됩니다.

[임현정/국립수산과학원 남동해수산연구소장 : 8월에 산란하고 나면 먹이 섭취를 많이 해서 건강을 회복해야 하는데, (굴의 먹이인) 식물플랑크톤이 없었던 거죠. 비가 적어서.]

폐사의 원인은 이르면 이달 말 밝혀질 걸로 보입니다.

보상도 논의될 겁니다.

하지만 어민들은 이런 일이 반복될까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보다 면밀한 조사와 대책 마련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VJ : 김원섭 / 영상디자인 : 강아람 / 영상그래픽 : 김지혜 / 인턴기자 : 이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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