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구의 한 공인중개사가 아파트 분양권에 투자하면, 이자를 후하게 쳐주겠다면서 스무 명 넘는 사람들에게 15억 원을 받아 가로챘습니다. 알고 보니, 아파트 분양권은 갖고 있지도 않았고, 받은 돈은 가상화폐에 넣었다가 몽땅 날렸습니다. 피해자들 가운데는 공인중개사도 여럿이었습니다.
정아람 기자입니다.
[기자]
대구 수성구에 사는 김모 씨는 두 달 전 알고 지내던 공인중개사 이모 씨에게 전화를 받았습니다.
[김모 씨/피해자 : 자기 고객인데 분양권을 급하게 내놨다. 본인이 사서 팔아야 되는데 살 사람도 있다. 수익이 크게 날 거다…]
중개사 이씨는 돈을 빌려주면 천만원 당 200만원의 이자를 붙여주겠다고 했습니다.
김씨가 2천만원을 빌려주자 일주일 뒤 이씨는 실제로 이자 400만원을 더해 2400만원을 돌려줬습니다.
그런 다음 이씨는 또 다른 아파트 분양권이 나왔다며 4천만원을 빌려달라고 했습니다.
김씨가 4천만원을 빌려줬지만, 이번엔 돈을 돌려주지 않았습니다.
[김모 씨/피해자 : 지금 현직 공인중개사이고 지금 부동산을 하고 있는 걸 확인했기 때문에 믿고 보낸 거죠. 다른 이유는 없어요. 현직 공인중개사였기 때문에…]
3년 뒤에 입주 예정인 대구 달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입니다.
중개사 이씨는 피해자들에게 빌린 돈으로 여기를 포함한 세 곳의 분양권을 사겠다고 말했는데요.
거짓말이었습니다.
이씨는 여러명에게 돈을 받은 뒤 이자는 한 번씩만 돌려막기식으로 줬습니다.
이자를 받은 사람들은 이씨를 믿고 더 큰 돈을 맡겼다고 합니다.
이렇게 이씨에게 돈을 빌려주고 받지 못한 사람은 현재까지 파악된 것만 24명, 피해 금액은 15억원이 넘습니다.
피해자 가운덴 이씨 중개업소 근처에서 영업을 하는 공인중개사도 10여명이 있습니다.
[A씨/대구 달성군 공인중개사 : 설마 같은 동네에서 같은 중개사로 이렇게 업을 하면서 그거를 속일 거라고 생각을 안 했죠. 오히려 그냥 더 믿었던 거 같아요.]
대구 달성경찰서는 최근 이씨를 사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피해자들에게 빌린 돈을 모두 해외 선물 코인에 투자해 전액을 날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