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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오나라 "내 인생의 장르는 잔잔한 휴먼 드라마"

입력 2021-12-06 08:20 수정 2021-12-06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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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NEW〉〈사진=NEW〉
"왜 이렇게 사는게 즐거울까요?"

정말이지 '인간 러블리'가 따로 없다. 1분도, 1초도 피곤한 기색이 엿볼 수 없다. 넘치는 에너지로 주변까지 환하게 밝히는 배우. 오나라(48)가 오랜만에 스크린을 통해 관객과 만나 반가움을 더했다.

오나라가 택한 영화 '장르만 로맨스(조은지 감독)'는 다소 불편할 수 있는 소재와 관계를 톡톡 튀는 감성으로 승화시켜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받았다. 단계적 일상 회복과 함께 초겨울 스크린을 이끌면서 작품 그 자체로 '올해의 발견'이 됐다.

오나라 역시 극중 호감과 비호감의 경계를 교묘히 넘나들며 캐릭터의 아슬아슬한 매력을 자신만의 색깔로 120% 소화하는데 성공했다. 너무 예뻐 눈길이 가고, 자칫 밉상으로 비춰질법한 틱틱거림도 이유있는 한방으로 공감대를 높인 능력. 오나라이기에 천연덕스럽게 완성된 미애다.

스스로 '대기만성형 배우'라 일컬을 정도로 꾸준히, 그리고 묵묵히 지금의 자리에 섰다. 1997년 뮤지컬 '심청'으로 공식 데뷔한 후 남들이 가는 길과 가지 않는 길 모두를 열심히 걸었던 시간. 오나라는 "철없을 때 떴으면 즐겁게 연기하지는 못했을 것 같다"며 긍정의 마인드를 내비쳤다.

tvN '나의 아저씨', JTBC '스카이 캐슬'의 연타석 홈런은 오나라에게 새로운 기회의 발판을 마련해줬다. 예능 고정 멤버로 합류해 활약했고, 영화만 세 편을 내리 찍으며 스크린에 대한 애정도 폭발시켰다. '장르만 로맨스'는 다시 또 갈고 닦을 새 챕터의 시작. 2022년도 화려한 꽃길이 예약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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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개봉에 대한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다.
"엄청 떨었고, 지금도 떨린다. 이 작품은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에 촬영을 했고, 개봉하기까지 1년이 훌쩍 넘었다. 개봉 자체가 감격스럽고 오랜만에 무대 인사를 하는데 코끝이 찡하더라. 사실 개봉하고 홍보를 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던 만큼 처음엔 치열하고 뜨겁게, 열정적으로 촬영했던 마음이 100% 기억이 안났다. 그러다 언론시사회를 하고, 인터뷰를 하고, 못 봤던 선배님들과 대화를 하다 보니까 그때 열정적이었고 즐거웠던 현장들이 막 새록새록 올라오면서 지금은 80~90%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 좀 업돼 있다.(웃음) "

-'장르만 로맨스' 어떤 점이 좋아 함께 하게 됐나.
"당연히 시나리오다. 너무 재미있었고, 만화책 읽듯이 지나갔다. 그러면서 미애 역할을 봤는데 관계 설정이 재미있더라. 이혼한 남편과 육아 문제로 계속 연락을 유지하는 것도 웃겼고, 남편의 절친과 몰래 비밀연애를 하고 있다는 설정도 재미있었다. 고3 아들은 또 뒤늦게 사춘기가 왔다. 세 명의 남자들과 설정이 독특해 보였다."

-조은지 감독으로부터 직접 출연 제안을 받았다.
"아니다. 출연 제의는 보통 회사로 들어온다. 회사를 통해 시나리오를 받아 봤는데, '감독님이 조은지 감독님이셔? 같이 하는 배우가 류승룡 배우야? 김희원 선배님이 내 파트너야?' 알면 알 수록 꿈 같았다. 작품도 괜찮은데 함께하는 배우까지 좋으니 1석 2조 아닌가 싶었고 '안 하면 바보'라는 느낌도 들었다."

-조은지 감독이 단편으로는 호평을 받았지만, 첫 장편 데뷔였다는 점에서 고려할 부분도 있었을 것 같다. 배우로서 우려되는 지점은 없었나.
"감독님에 대한 불안함은 없었다. '내가 잘해야지' 생각이 더 컸다. 촬영하기 전에 감독님과 굉장히 많이 만났고 작품과 미애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눈 후 촬영을 시작했다. 감독님께서 많이 연구하고 노력한 흔적이 보여서 오히려 내가 감독님에게 의지했다. 다만 같은 여배우다 보니까 초반엔 감독님께서 나를 모니터로 바라보고 있으면 약간 부끄럽고 창피하더라. '아, 뭐지? 잘하고 있나?' 생각도 들었는데, 회차가 진행되면서 그런 마음도 사라졌다. 안 풀리는 것들은 허심탄회하게 물어봤고, 감독님은 배려한다며 조용조용 디렉팅을 주셨다. 그런 따뜻한 배려가 인상 깊었다."

-감독이 미애 캐릭터에 대해 가장 중요하게 강조한 부분이 있을까.
"'현(류승룡)과 함께 있을 때, 반대로 순모(김희원)와 있을 때 극명한 온도차를 보였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뭔가 시니컬하고 시크한 미애가 보여졌으면 좋겠다고 해 나도 그 지점을 염두하면서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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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스카이 캐슬' 이후 찍은 작품이다. 그땐 치맛바람이 센 엄마였다면, 이번엔 아들을 단속하면서도 제 삶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엄마다.
"맞다. 그래서 이번엔 아들을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하. 내가 좀 이상하게 아들들을 많이 만난다. 근데 성유빈 배우가 그 중 나이가 가장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들보다는 이혼한 전 남편, 비밀연애를 하고 있는 순모와의 다이내믹한 관계를 더 집중해 생각했다."


-오나라와 미애 사이에 닮은 점과 다른점이 있다면.
"여자로서 삶을 중요하게 여기는건 큰 공통점인 것 같다. 오나라로서, 한 여자로서 일을 즐기고, 보람을 느끼고, 거기에서 에너지를 얻고 힘을 얻는다.하지만 난 비밀연애는 못한다.(웃음) 원체 비밀이라는게 없다. 불편한 것을 힘들어하는 스타일이다. 남자친구와도, 회사 매니저, 직원들하고도 비밀없이 모든 것을 다 공유하고 클리어하게 인생을 사는 스타일이어서 그건 미애와 확실히 다르다."


-김희원과 로맨스가 인상적이었다.
"희원 선배와는 처음 대면했던 순간부터 대화가 잘 통했다. 그게 연기할 때도 묻어나더라. '이렇게 해달라 저렇게 해달라' 말이 많지 않았는데도 호흡이 착착 맞아 떨어졌다. 그런 사람이 있지 않나. 특별히 말하지 않아도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람. 선배님과 그렇게 연기했다. 불편함도 없었다."


-류승룡은 어땠나.
"진국이다. 최근에 내가 선배님께 장문의 편지를 뜬금없이 보냈다. 진심이었는데 '선배님과 포스터에 이름을 나란히 할 수 있어 너무 영광이고 꿈만 같다'는 말씀을 드렸다. 선배님과 연기하면서 굉장히 많이 배웠다. 연기적으로 배운 것도 배운 것이지만 삶에 있어서 많은 영향력을 끼친 분이다. 선배님은 작품이 끝났는데도 명절, 생일 등 날마다 먼저 챙겨주시고 연락을 주신다. 솔직히 그러기가 힘들다. 그런 모습에서 감동을 받았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현장에서는 배우들이 연기하는데 불편함 없는 장을 마련해준다. 자기를 어려워하면 연기도 딱딱하게 나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먼저 다가와 주고, 본인을 희생해 가면서 어떤 면에서는 농담도 하고 분위기를 몸소 깨뜨리려 한다. '나도 다른 현장에 가면 선배님처럼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 시간이었다. 정말 따뜻하고 너무 좋다."

-미애의 입장에서 본 현과 순모의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왜 미애가 현에게 빠졌을까' 생각해 보면 천재적이면서 작가적인 매력과 마초, 남자다움에도 매력을 느꼈을 것 같다. 반대로 순모는 다정다감하고 배려심 많고 미애를 여동생처럼 챙겨주고 아껴주고 사랑을 표현하는데 그러한 열정에 반하지 않았을까 싶다. 오나라의 입장에서 본 류승룡과 김희원의 매력에 대해서도 말한다면, 승룡 오빠는 의지하고 싶은 남자다. 아빠 같고 큰 오빠 같고, 뭘 하든 다 품어줄 것 같고, 이야기를 다 들어줄 것 같다. 반면 희원 오빠는 챙겨주고 싶은 남자다. 손도 많이 가고, 동생 같기도 하고 그렇다. 옆에 묻어있으면 닦아주고 싶은 남자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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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연애 스타일은 어떤가.
""한 사람과 너무 오래 연애를 해서 내 스탈이이 뭔지도 모르겠다.(웃음) 그냥 굉장히 편하게 연애를 하는 것 같다. 지금 만나고 있는 그 분과도 100일, 200일을 셀 수 없을 정도로, 어떻게 시작했는지 모르게 편하게 만났다. 연애 경험 자체가 많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설레고 짜릿하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그렇게 연애를 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순모와의 연애는 내가 현실에서 경험해 보지 못했던 다른 면을 경험할 수 있어 좋았다. '어떤 면에서 짜릿하구나, 불편하구나, 미안하구나'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느꼈던 것 같다."

-미애는 남편 절친과 사랑에 빠진다. 실제 오나라라면 가능한 연애 방식일까?
"일단 현과 미애는 이혼한지 10년이 되지 않았나. 영화에서 보면 순모가 현에게 술취해서 '(미애는) 너보다 내가 먼저 사랑했다'는 말을 한다. 순모는 미애를 정말 많이 사랑해왔고, 그걸 미애도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뭔가 불도저 같이 다가오는 현과 사랑에 빠져 결혼 생활을 하다가 헤어지고, 순애보처럼 바라봐 왔던 순모는 이혼의 아픔을 겪는 미애를 따뜻하게 안아줬을 것이다. 그렇게 정이 들어 나를 좋아한 순모를 잊지 않았던 미애는 사랑을 시작하는데 어려움이 없지 않았을까. 그 과정은 불법이 아니고 죄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사랑에 빠지는건 가능하다고 본다."

"영화는 다양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연기하면서 관계에 대해 새롭게 생각한 부분도 있을까.
"내가 생각할 때 관계 안에는 사랑이 숨어있는 것 같다. 맞나?(웃음) 난 사랑받고 싶고, 사랑하고 싶고, 사랑을 드리고 싶다. 그래서 관계를 맺는다. 어떻게 보면 숨쉬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일부러 맺어야지?' 하지는 않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설레임이 큰 것이 사실이다."

-1997년 '심청'으로 데뷔 한 후 꾸준히 걸어왔다. 성공에 대한 조바심이 나지는 않았나.
"전혀! 난 뮤지컬을 할 때도 뮤지컬을 하는게 너무 행복했고 즐거웠다. 작은 신이어도 굉장히 즐기면서도 무대에 올랐다. 당시엔 '뮤지컬 배우가 되는 것이 꿈'이었는데, 내가 목표한 꿈을 이뤘기 때문에 아쉬움이랄게 없었다. 나는 앙상블을 할 때도 앙상블이지만 스스로 배역에 이름 정하고 분석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캐릭터대로 연기하는 스타일이었다. 근데 그 모습을 어느 누가 보더라. 앙상블임에도 팬이 생겼고, 영화, 드라마 관계자 분들이 눈여겨 보면서 불러 주기도 했다. 그럼 또 큰 역할이 아니어도 나름 열심히, 재미있게 했다. 그렇게 배역이 조금씩 커지면서 여기까지 왔다. 23년이 지났지만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왔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 정말 행복하고 즐거운 내 마음을 속시원하게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다. 그래도 20대 때, 철없을 때 브라운관·스크린으로 넘어와 큰 배역을 맡고 연기 했다면 지금처럼 즐기면서 하지는 못했을 것 같다. 지금 사랑받고 지금 많이 연기하는게 오히려 잘됐다는 생각을 한다.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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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온 길에 대해 아쉬운 점과 자랑스러운 점이 있다면. 신인 오나라를 다시 만난다면 해주고픈 말이 있을까.
"'나라야, 너는 왜 그렇게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먼저 나서서 갔니'(웃음) 일본에 갔을 때도 한국 배우가 많이 없던 곳에 개척하듯이 갔고, 예술단이라는 안정적 직장을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뮤지컬 배우에 도전했을 때도 참 무모했다. '왜 그렇게 잘 알아보지도 않고 들이대기부터 했니' 라는 말도 해주고 싶다. 하하. 이제는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니 안쓰러운 부분들이 있다. 그냥 편하게 살지 왜 그렇게 뭔가를 일구려고 했는지. 근데 그래서 더 기특한 면도 있다."

-류승룡은 슬럼프에 빠진 김현 작가에게 많은 공감을 했다고 말했는데, 오나라도 인생의 슬럼프를 경험한 적이 있었을까.
"당연히 있었다. '넘치는 에너지만으로 이렇게 가는게 맞나?' 고민이 될 때가 있었다. 내가 자기반성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다. 주변을 먼저 생각하며 느껴지는 온도에 민감하다. 나에게 엄격하고 이불킥도 많이 하는 편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남들보다 슬럼프를 더 많이 겪는 것 같기도 하다. 때마다 억지로 이겨내려고 하지는 않고, 집에서 편안하게 스스로 반성하면서 보내다 보면 어느 순간 새 작품을 맞이해 밝게 웃고 있더라."

-하이텐션을 유지하는 비결도 궁금하다.
"모르겠다. 난 왜 이렇게 사는게 즐겁지? 지금 이렇게 인터뷰하고 연기하고 일하는 모든 것이 재미있다. 일로서 일부러 하는 것이라면 지칠텐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서 그럴까? 계속 웃는건 타고나긴 했다. 하하."

-예능 '식스센스'에서는 이러한 오나라 본연의 매력이 더 돋보였다고 생각한다. 고정 출연이 걱정되지는 않았나.
"당연히 엄청 고민했다. 고정 출연이 처음이었고,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여준 오나라와는 분명 다른 모습들이 보일텐데, 사람들은 진짜 오나라를 볼텐데, 어떤 결과와 반응이 나올 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예능을 하는게 맞나?'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처음엔 내가 나를 보는게 너무 부끄러웠다. 그러다 유재석 선배님께 상의를 드렸더니 '네가 즐기면서 재미있게 하면 시청자들도 재미있게 볼 것이다. 꾸미려고 하지 말고 즐겨라'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마음을 잡고 하다보니 시즌2에서 더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일 수 있었고, 내가 마음을 열다 보니까 멤버들과의 케미도 좋아졌다. 무엇보다 멤버들끼리 너무 친하다. 단톡방에서 매일 수다가 이어지고 있다. 각자 다른 작품들을 하고 있는데 서로 진심을 다해 응원하고 있기도 하다."

-오나라 인생의 장르는 무엇일까.
"잔잔한 휴먼 드라마. 가늘고 길게 가고 싶은데 주변에서 가만 두지 않는다.(웃음) 그래도 오래도록 잔잔하게, 따뜻하게, 길~게 즐기면서 그렇게 살고 싶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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