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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정민 "예상치 못한 선물 '지옥', 세계 1위에 기분 좋아"

입력 2021-12-01 15:38 수정 2021-12-0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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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정민. 사진=넷플릭스배우 박정민. 사진=넷플릭스
배우 박정민이 전 세계 1위 '지옥' 행 열차에 탑승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은 예고 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에게 사람들이 지옥행 선고를 받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발생하고, 이 혼란을 틈타 부흥한 종교단체 새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는 시리즈다. '부산행' 등 자신만의 확고한 세계관을 지닌 연상호 감독의 신작이다. 지난 19일 공개 이후 전 세계 넷플릭스 TV쇼 부문 1위에 오르며 K-콘텐트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박정민은 무너진 세상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살아가려 애쓰는 배영재를 연기했다. 아내 송소현 역할의 원진아를 비롯해 유아인·김현주·양익준·김도윤·김신록·류경수·이레 등과 호흡을 맞췄다. '지옥'의 세계관에서 가장 평범한 인물인 배영재를 연기하며, 짜증 연기의 '갑'이라는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다.
 
배우 박정민. 사진=넷플릭스배우 박정민. 사진=넷플릭스

-주변 반응은 어떤가.
"주변 반응이 그렇게 폭발적이지 않다.(웃음) 많이들 안 봤더라. 그렇게 연락이 많이 오진 않는다. 어렸을 때 친구들이나 연락이 뜸하던 친구들에게 연락이 온 적은 있었다. 고등학교 때 담임 선생님이 연락을 주셔서 굉장히 힘이 됐다."

-전 세계 1위 기록을 세웠다.
"(인기를) 엄청나게 체감하진 못한다. (1위에 올라서) 기분은 굉장히 좋은데, 주변에서 폭발적 반응이 있는 건 아니다. 전 세계 관객이 봐주시고 작품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시는 걸 보면서 ,'지옥'이란 드라마가 지향했던 방향성, 원했던 반응이 일어나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짜증 연기 '갑'이란 반응을 얻고 있다.
"반성을 많이 했다. '너무 짜증을 냈나' 싶기도 하다.(웃음) 집에서 '그 인물을 다르게 표현해볼 수 있었을까' 생각해봤는데, '지옥'에서 했던 연기가 가장 효과적일 것 같더라. 현장에서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감독님의 큰 디렉션도 없었다. 뛰어놀 수 있도록 도움을 주셔서, 힘을 풀고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었다. 넷플릭스에서 '짜증 연기'라고 해서 영상을 모아 놓으니, 진짜 짜증 내는 사람 같아졌다. 하하하. 좋은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드린다."

-'지옥'을 향한 애정이 깊어 보인다. 원작 만화책에 추천사도 썼던데.
"캐스팅 이후에 썼다. 안 쓰기도 뭐 했다.(웃음) 만화책을 재미있게 봤다. '내가 만약 창작자라면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생각한, 간지러운 부분을 잘 긁어주는 작품이다. 애정이 가는 작품이었다. 좋아했던 만화가 크게 훼손되지 않고 잘 구현된 것 같아 좋았다. 그 사이에 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도 복인 것 같다."

-배영재 캐릭터를 어떤 캐릭터 그려내고 싶었나.
"잘 그려냈는지 모르겠다. 대본을 받았을 때 영재라는 인물이 평면적이라고 생각했다. 4부부터 끌어가는 인물 중 하나인데, 어떻게 하면 관객이 세 편을 집중해서 보게 만들지 고민했다. 굉장히 평범한 사람, 자연스럽게 말하는 사람, 그래서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사람, 답답했던 부분을 긁어줄 수 있는 사람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관객분들이 따라올 수 있게 연기하고 싶었다."

-4부부터 등장하며 어떤 면에 중점을 두고 싶었나.
"앞뒤(1~3부와 4~6부)의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등장인물의 색도 다르다. 3부까지는 세계관을 만들어줘야 하는 극적인 인물이고, 4부부터는 그 세계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불행 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크게 의식하거나, '앞부분보다 재미있어야지' 이런 생각은 하지 않았다. 제가 그 앞부분을 좋아한다.

-전반부는 어떻게 봤나.
"'지옥'을 보면서 매료된 건 3부까지 분량의 만화였다. 그래서 정말 궁금했다. 유아인·김현주·양익준·김신록, 정말 너무 훌륭하더라. 그래서 좀 걱정이 됐다. '4부부터 사람들이 열광적으로 봐주지 않으시면 어떡하지'란 부담감이 있었다. 정말 멋지게 잘 해내셨더라. 캐스팅 기사가 나고, 많은 분들이 유아인과 둘이 연기한다는 것에 기대하시는 것 같아 죄송스러웠다. 만화를 보신 분들은 어느 정도 아셨겠지만, 만화를 보지 못하는 분들은 아주 아쉬우셨을 것 같다. 유아인이라는 배우를 너무 좋아하는 한 명의 관객이다. 그래서 저도 좀 아쉽다. 혹시라도 살아나서 같이 연기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하는 큰 바람이 있다."
 
배우 박정민. 사진=넷플릭스배우 박정민. 사진=넷플릭스

-'지옥'을 접하고 종교에 관한 생각이 바뀌지는 않았나.
"'지옥'이 종교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안에 종교라는 소재가 포함될 수 있겠지만, 그런 차원으로 이 작품에 접근하지 않았다. '자기 손으로 해결할 수 없는 현상이 일어났을 때, 과연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를 위주로 작품을 봤다. 특별히 신이나 종교에 대한 생각이 바뀌지 않았다. 종교는 없지만 신은 어떤 형태로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옥'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소재를 여러 가지 던져주기 때문이 아닐까. 토론 거리를 던져주고, 이 세상에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잘 표현하는 작품을 보고 싶은 사람도 있을 거다. 그런 분들이 재미있게 보신 것 같다. 의견이 충돌하는 것 때문에 많은 분이 이 드라마를 관심 있게 봐주시는 거라 생각한다."

-연상호 감독의 시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연상호 감독님의 시선에 매우 동의를 표하는 바다. 추천사를 써서 출판사에 보내고 감독님이 확인하고 좋아하시더라. 본인이 '지옥'으로 말하고자 했던 것들을 정확하게 봐준 것 같다는 말을 하셨던 기억이 있다."

-연상호 감독이 '계획 하에 연기하는 기가정민'이라고 하더라.
"사람이 이렇게 프레임이 쓰인다.(웃음) 사실 그렇게 크게 계획하진 않는다. 모든 배우가 어느 정도의 계산이 필요할 거다. 그 계산이 틀릴 때도 있고, 그게 틀리면 다음 촬영 때 보완하려고 할 거다. 제가 특별히 엄청난 계획을 해서 연기한 건 아니다. 아마 감독님이 생각했던 영재와 제가 보여드린 영재가 많이 달라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 관찰하고 지켜보셨을 거다. 고맙지만, 과찬이라고 생각한다."

-배영재처럼 현실과 신념의 괴리를 느껴본 적 있나.
"('지옥' 세계관에서는) 길거리에 동상이 세워져 있을 정도로 새진리회라는 단체가 활개 치고 있는 상황이다. 영재는 거기에 동의하지 않는 언론인이다. 위에서 시키니까 그들을 위해 일해야 한다. 거기서 오는 감정은 보통 짜증이지 않을까. 그럴 것 같아서 저도 모르게 짜증 연기가 나왔던 것 같다. 그들에게 지고 싶지 않아서 했던 그런 연기에 감정이 묻어난 것 같다. 영재라는 인물이 엄청나게 신념이 강하거나, 현재를 열심히 살아간다거나 하는 인물로 해석하지 않았다. 가끔은 나태할 때도 있고, 자기중심적으로 살아가던 한 사람이다. 새진리회에 크게 관심도 없다. 갑자기 가족에게 불행이 닥치며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 감정이 어떤 것일지 생각하며 연기했다. 제 삶에서 늘 그런 경험을 한다. 소신과 신념을 가지고 일하려고 하는데, 유혹이 많다. 그 사이에서 어디까지 양보해야 하는지에 관한 고민은 하루에도 열두번씩 하는 것 같다."
 
배우 박정민. 사진=넷플릭스배우 박정민. 사진=넷플릭스

-결말을 어떻게 해석하나
"'지옥'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신의 손바닥 안에서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갑자기 닥친 불가항력적 재앙이다. 신이 인간을 벌하기 위한, 신이 만들어낸 현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재난이고 재앙이고,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만 하는 자연재해다. 폼페이에 화산 터졌을 때 서로를 껴앉고 죽어간 연인이 발견되고 화제였지 않나. 그런 상황에서도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는 것이 인간의 본성인가 보다. 그런 게 기적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했다."

-배영재가 시즌 2에 등장하기는 어려울까.
"시즌 2는 저는 모르는 사실이다.(웃음) 감독님에게 슬쩍 물어봤는데 '배영재는 안 살아난다'고 하더라. 그럼 송소현도 안 살아나겠지. 하하하."

-부성애 연기는 어땠나.
"제가 우리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과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접근했다. '부모님에게 이런 일이 닥친다면 나는 어떻게 할까' 이런 생각으로 접근해봤다."

-원진아와 부부 연기 호흡이 좋았다.
"원진아와 호흡은 정말 좋았다. 평소에도 눈여겨 보고 있던 배우였다. 원진아의 연기를 보며 많이 부러웠다. 연상호 감독님과 모니터링하며 원진아 몰래 칭찬, 좋은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있다."

-김현주와의 호흡도 궁금하다.
"김현주 선배와 자주 만나 연기하고 싶었는데, 주로 혼자 있거나 끌려가거나 해서 많이 만나지 못했다. 김현주에게 많이 배웠다. 선배의 우아함, 그런 모습이 정말 멋지더라. 카메라 앞에서든 뒤에서든 멋있는 분이다. 털털하고 많이 다가와 주셨다. 후배들을 아껴주시더라."

-지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인간의 탐욕이 지옥 아닐까. (탐욕이) 정점에 이르는 순간, 그것이 지옥이 된다. 외부 환경뿐 아니라, 그 환경을 받아들이며 어떤 감정 혹은 어떤 상태가 되느냐에 따라 지옥 같을 수 있다. 사후 세계에 지옥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실에서 지옥은 내 안에 있는 것이다. 어떻게 컨트롤해 나가는지에 따라 삶이 윤택해지는 것 같다."

-인간다움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나는 나로서 인생을 살아가야 하지만,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고 많은 사람이 모여 사회를 만들어 살아간다. 그 안에서 최소한의 존중, 예절 이런 것들이 최소한 필요하지 않을까. 그것이 너와 나의 인간다움이 아닐까."

-K-콘텐트 열풍을 어떻게 보고 있나.
"한국 작품은 이전부터 너무 좋았다. 좋은 것을 우리만 즐기는 게 아니라 전 세계 많은 분들이 볼 수 있는 장이 열린 게 고무적이다.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어하고, 관객을 재미있게 해주고 싶어하고, 때론 칭찬받고 싶어하는 한국 창작자들의 창작욕이 길을 찾았다. '기생충'이나 '미나리', '오징어 게임'이 길을 뚫어준 덕분이기도 하다. 원래 좋았던 한국 작품을 세계 시장으로 내어준 것이 아닌가 한다."

-보통사람 캐릭터로 특히 사랑받는 듯하다. 박정민의 색깔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보통 사람을 연기하며 2시간짜리 영화를 끌고 나가는 건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닌 것 같다. 앞으로 나는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고민한다. 선배들을 보며 '내가 저걸 과연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한다. 제가 생각하는 저의 색깔은 아직 없다. 대중에게 인상이 깊이 박힌 작품에서는 보통 사람이 아닌 것 같다. 캐릭터성이 강한 역할을 더 기억해주시는 것 같다. 그런 역할보다 보통의 사람을 연기하는 게 더 재미있다. 그걸 더 재미있어해서, 그런 사람을 평소 관찰하고 내 주변 보통 사람에게 어떻게 반응하고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유심히 보는 편이다."

-'지옥'은 박정민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지옥'이 저에게 이런 큰 선물이 될지 예상 못 했다. 감독님과 놀다 오는 것처럼 촬영했다. 이 작품이 저에게 큰 선물이 되어줄지 아예 예상 못 했는데, 이 드라마가 세계 1등 한다고 하니 기분은 좋더라.(웃음)"

-이번 작품을 계기로 할리우드 진출 계획은 없나.
"저는 해외 활동에 전혀 관심이 없다. 저를 강제 진출시켜줄 리도 없다고 생각한다.(웃음) 한국에서 잘하고 싶다. 한국에서 잘하다 보면 '지옥'처럼 전 세계에 계시는 봐주지 않을까. 가장 한국적인 것을 잘 만들어서 여기 계신 분들에게 소개해드리는 것이면 몰라도. 제가 영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해외에 나갈 욕심은 전혀 없다. 준비를 아예 안 하고 있다, 만약 해외 러브콜이 온다면 말씀드리겠다. 단언하는 것도 무례한 일이니 단언하진 않겠다. 근데 지금 당장은 관심이 없다."
 
배우 박정민. 사진=넷플릭스배우 박정민. 사진=넷플릭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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