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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미의 세포들' 안보현에겐 순한맛도 있었다

입력 2021-11-09 15:00 수정 2021-11-09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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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현안보현
배우 안보현(33)이 티빙 오리지널 '유미의 세포들' 시즌1을 통해 '만찢남'으로 떠올랐다. 원작 웹툰 속에서 지금 막 튀어나온 듯한 싱크로율을 자랑하며 구웅 캐릭터로 로맨스 드라마의 첫발을 뗐다. 데뷔 첫 로맨스 작품인 만큼 시청자들이 어떻게 평가할지, 원작 팬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 고민이 컸다. 부담은 컸지만 안보현은 도전했고 이를 계기로 배우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결과를 거뒀다. '유미의 세포들' 이전과 이후로 이미지도 바뀌었다. 이전까지는 악역이나 센 캐릭터로 독한 면모가 보다 먼저 강하게 다가왔다면, 이후엔 때묻지 않은 순수남 이미지가 새롭게 덧입혔다.


-종영 소감은.

"사실 더운 여름에 시작해서 추운 겨울이 시작될 때쯤 끝났는데 잘 끝낸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많은 분들의 기대치가 높을 거라고 생각했다. 애니메이션과 실사가 함께 시도되는 첫 드라마라 불안하기도 하고 기대되는 지점도 있었는데 많은 분이 응원해주셔서 잘 마칠 수 있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얻은 것이 있다면.

"배우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한 것 같다. 어릴 때부터 연기를 전공한 게 아니라서 항상 도전이고 작품 하나하나가 나의 성장 과정이라고 생각하며 연기해왔다. '유미의 세포들' 같은 경우 큰 부담감이 있었다. 원작 팬이 두터웠고 구웅이라는 캐릭터를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내가 잘했다기보다는 구웅이란 캐릭터와 '유미와 세포들'을 많이 좋아해 주셔서 배우로서 기분 좋게 마칠 수 있었다."

-원작과의 싱크로율이 높았다.

"감독님께서는 원작처럼 긴 머리로 가지 않아도 된다고 짧게 가도 된다고 열어두셨다. 배우에게 선택할 수 있게끔 했다. 근데 내가 고집을 피웠다. 많은 분이 구웅의 시그니처인 까만 피부와 긴 머리에 대한 기대치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걸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했고 중점적으로 포커스를 맞췄는데 첫 등장부터 원작과 싱크로율을 높이니 반응이 너무 좋았다. 많은 분이 감정 이입하기 편했던 것 같다."

-애니메이션인 세포들과의 교차 편집도 자연스러웠다.

"처음엔 혼란스러웠다. 세포들이 살아있다고 생각해야 하고 또 다른 인물이 되어서 그들의 대사를 존중해야 했다. 현장에선 세포 대사를 대신해주는 스태프들이 있었다. 애니메이션이 그려진다고 상상하고 연기하니 어떻게 그림이 그려질까 상상도 되지 않고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할지 혼란스러운 지점이 있었다. (김)고은 배우도 그랬을 것이다. 근데 또 하다 보니 적응이 되더라. 그들을 존중하면서 나중엔 좀 더 편안하게 연기하게 됐다."

-원작 웹툰을 봤나.

"'유미의 세포들'에 캐스팅이 된 후 봤다.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많은 지인들이 봤더라.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다른 촬영장에 갔다가 서점에 가서 만화책을 구매해서 봤다. 보다 보니 너무 많이 보면 만화적인 요소를 따라가게 될까 걱정이 됐다. 감독님이 끝까지 볼 필요는 없다고 하셔서 중간까지만 봤다. 웹툰을 보면서 실사로 어떻게 구현이 될까 궁금했다. 퀄리티적인 면에서 세포가 어떻게 나올지도 궁금하고 세포마을에 대한 궁금증도 컸다. 시청자 모드로 보니 상상의 나래가 펼쳤던 것보다 그 이상의 고퀄리티로 완성됐더라."

-'유미의 세포들'을 통해 순한 맛 이미지가 생겼다.

"JTBC '이태원 클라쓰' 같은 경우 오디션을 다섯 번 봐서 진행했던 작품이었다. 그때 당시 굉장히 해보고 싶었던 역할이 악역이었고 이 작품을 통해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이후 악인 이미지가 굳어진 것 같더라. '유미의 세포들' 대본을 받고 '내가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나의 어떤 이미지를 보고 대본을 주셨을까 생각했는데 감독님이 드라마에서 나오는 악역 이미지가 아니라 실제로 만났을 때 순진하고 꾸밈없는 모습들이 구웅과 비슷해서 두, 세 번의 미팅 후 출연을 확정했다고 하더라. 사실 처음엔 의아했다. 캐릭터적으로 상반되는 부분이 강한데 어떻게 웅이가 될 수 있는지 반신반의하며 대본을 봤다. 서사를 만들어가며 구웅의 캐릭터적인 면을 파악했다."

-극 중 구웅은 연인 김고은(유미)보다 본인이 1순위였다.

"구웅을 보면서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싶을 정도로 답답한 요소가 많았다. 이렇게까지 표현을 안 하면 엄청난 오해를 살 수 있지 않나. 그런 의문점이 드는 대사가 많았다. 현실적으로는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나보다 더 속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하고 끙끙 앓고 주저앉는 성향이 심하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공감대를 형성하다 보니 구웅을 표현할 때 수월했던 것 같다."

-연기적으로도 호평을 받았다.

"탄탄한 웹툰 원작이 있고 구웅 캐릭터 자체도 확고하다 보니 이건 잘해도 본전이란 생각이 들었다. 다만 이미지 변신 자체가 좋아 이미지적으로 많이 내려놨다. 구웅이라면 답답함을 이렇게 표현하지 않았을까. 이런 고민을 하며 연기했다. '구웅을 안보현이 먹었다'는 반응을 보니 고민했던 지점들이 값지게 돌아온 느낌이었다."

-자신을 대표하는 세포를 꼽아본다면.

"내 안에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는 게 감성 세포인 것 같다. 평소 향수병도 심하고 그리워하는 것도 많다. 이 시간대 여길 지나가면 그때의 공기 냄새가 떠오른다. 새벽에 촬영을 가면 '이거 나 고등학교 때 운동하던 운동장 냄새와 비슷하네?'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여사친 스토리'인 박지현(새이)과의 애매한 관계가 시청자들의 화를 불렀다.

"대본을 볼 때는 '그래 구웅의 관계성을 위해 그럴 수도 있겠지'라고 생각했는데 박지현 씨가 새이를 너무 잘해서 이를 악물게 되고, 그 모습을 보고 유미가 참는 게 대단하다 싶더라. 구웅 같은 친구가 곁에 있었다면 한 대 때리고 싶었을 것 같다. 그럼에도 토닥토닥거리는 힐링 로맨스가 있다 보니 그런 지점 덕분에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가 된 것 같다. 실제 나였다면 여사친에게 선을 확실하게 그었을 거 같다.(웃음)"

-구웅과 사랑에 빠졌을 때 스타일이 비슷한가.

"구웅은 정말 하나만 보고 가더라. 난 불안 세포가 많아서 첫눈에 빠져도 표현도 잘 못하고 둘러둘러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스타일이다. '맞나 아닌가?'도 확인해보고 '나한테 너무 넘치는 사람이 아닌가?' 하며 불안 세포가 공존한다. 구웅처럼 직진은 못할 것 같다."

 
안보현안보현
-긴 머리는 가발이었다고 들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내 머리 반, 가발 반이었다. 요즘은 가발도 맞춤형으로 잘 나오더라. 앞머리는 내 머리로 하고 기장 떨어지는 건 가발로 했다. 수염은 처음엔 가짜 수염을 3회 차까지는 붙였다가 이후엔 내 수염으로 했다. 제모를 하고 있었는데 중단했다. 감독님이 수염이 자랄 수 있는 시간을 줬다. 단백질을 열심히 보충하며 수염을 길렀다."

-긴 머리에 대한 만족도는.

"잘 안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평생 쇼트커트만 해오다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긴 머리를 했다. 캐릭터적인 부분에서는 잘 살았던 것 같아 만족하지만 장발은 못 할 것 같다. 머리카락이 긴 사람들을 보면 '어떻게 참고 감고 말리지?'란 생각이 든다. 정말 리스펙트 한다."

-김고은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실제로는 나보다 세 살 어린 친구지만 연기 경력으로는 선배다. 리스펙트 했던 부분이 많았다. 상대방을 배려해주는 부분이 커서 구웅에 집중할 수 있게끔 해줬다. 유미가 되려고 노력했던 지점들이 있었는데 그게 크게 와닿았다. 그래서 더 구웅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둘이 에너지 넘치게 얘기했던 부분이 큰 시너지로 다가온 것 같다. 지금도 너무 고맙다. 배우로서 현장 분위기를 편안하게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많이 보고 배웠다."

-'유미의 세포들' 자체가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스토리라 더욱 큰 공감을 얻었다.

"시즌1이 총 14부작이었는데 매회 에피소드가 있었다. 갈등으로 갔다가 해소되고 다시 사랑하게 되고. 에피소드적으로 봤을 때 구웅이 유미에게 문자 메시지로 'oo'을 보내지 않나. 그걸 보면서 왜 이러나 싶었다. 지인들이 전해줬는데 실시간 반응이 캡처도 못 할 정도고 '너 오래 살 것 같다'라고 하더라.(웃음) 각색과 원작의 컬래버가 잘 살아서 감정이입도 되고 화도 내고 그럴 수 있는 에피소드였다고 생각한다."

-결말에서 구웅이 유미와 헤어짐을 결심하는 이유가 명확하게 나오지는 않았다.

"시청자분들의 판단에 맡기는 열린 결말 같았다. 구웅이 왜 그렇게 했을까. 구웅이 저렇게 말할 수 있는 게 무엇 때문일까. 열린 결말처럼 웅이가 왜 저랬을까는 시청자분들에게 맡긴 거라고 생각한다."

-여타 로맨스 드라마와 다른 결말이기도 했다.

"내가 지금까지 했던 캐릭터들의 결말이 좋지 않았다. 죽거나 헤어지거나.(웃음) 알콩달콩 잘 살았답니다는 아직까지 없었는데 그런 달달한 로맨스도 언젠가 오지 않을까 싶다. 사실 원작에서도 유미와 구웅이 헤어진다. 각색이 되어서 약간의 여운을 남기고 끝나는데 6~7개월을 촬영하다 보니 구웅화가 되어 있더라. 대본 자체가 너무 슬퍼 '리얼 아니에요?' 눈물을 머금고 했다. 두 사람이 헤어지는 모습으로 끝나 시원섭섭하기도 하고 시즌2를 기대해달라는 의미가 담겨 있으니 기대치를 가지고 또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안보현안보현

-시즌2 출연 여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바로바로 찍고 나오는 게 아니고 좀 텀이 있어서 그런지 시즌2를 촬영하고 있다는데 내가 나오는지 여부는 잘 모르겠다. 어떻게 각색될지도 모르겠다. 시즌2 출연 요청이 온다면 언제든 OK다. 구웅과 관련한 스토리가 뭔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진심이다."

-구웅이 없는 '유미의 세포들' 시즌2라고 해도 시청하겠나.

"이미 난 유미의 팬이다. 김고은이라는 배우를 이번에 처음 만났다. 그 전 작품들을 보면서 김고은이라는 배우의 이미지가 강해서 김고은 씨로 봤다. '김고은 씨가 고등학생을, 김고은 씨가 저런 역할을 하는구나!'란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 작품에선 진짜 김고은 배우가 아니라 김유미로 보이는 시점이 강했다. 유미가 되어 있던 느낌이 강했다. 시즌2에 내가 나오지 않더라도 유미를 응원하는 시청자 모드로 볼 것 같다."

-만약 시즌2에 투입된다면 보완해서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있나.

"구웅의 성향이나 이런 건 안 바뀔 것 같다. 원작대로 간다면 구웅이 가지고 있는 여건이나 생활패턴이나 이런 면에서 바뀌는 것 같은데 본체는 변하지 않지만 부와 명예가 생긴다고 하니 멋있는 모습 속 강직함을 보여주고 싶다. 짧은 헤어스타일의 구웅도 궁금해하는 분들이 있어서 그런 모습도 보여주고 싶다."

-아직 시청하지 않은 시청자들에게 '유미의 세포들' 시즌1 시청 포인트를 전한다면.

"시청자 모드로 봤을 때 친구들이나 지인들이 '유미의 세포들 어때?'라고 물어본다면 각박한 세상 속에서 소소하게 힐링이 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추천할 것 같다. 힘들게 보는 드라마가 아니라 편안하게 볼 수 있고 힐링되고 공감되고 추억을 곱씹을 수 있는 드라마이지 않나. 그리고 처음엔 부모님도 이게 만화인지 드라마인지 혼란스러워했는데 보면 볼수록 세포들이 귀엽다고 하더라. 시도 자체를 못 받아들이는 분들이 있을 텐데 이렇게까지 반응 온다는 게 좋고 뿌듯했다."

-2021년도 이제 한 달이 남았다. 올해가 남다를 것 같다.

"작년 연말쯤 넷플릭스 오리지널 '마이네임'을 촬영 중이었고 올해 상반기에 끝냈다. 4~5월부터 '유미의 세포들'을 시작해서 이제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두 작품이 동시에 나오면서 다양한 색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아 배우로서 뿌듯하다. 많은 분들이 '유미의 세포들'에 나왔던 안보현과 '마이네임'에 나온 안보현이 같은 사람이냐는 반응을 해주니 더욱 기쁘다. 두 작품 모두 잘 되어서 배우로서 더욱 성장한 한 해였던 것 같다. 조금 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로서 버킷리스트였던 게 부산국제영화제에 가는 거였는데 올해 그 소원도 이뤘다."

-차기작으로 tvN '군검사 도베르만' 출연을 확정했다.

"운동을 하다가 전향해서 연기를 시작한 지 이제 8년째 접어든다. 너무 감사하게도 두 달 이상 쉬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단역부터 시작해서 여기까지 왔다. 거짓말이 아니라 현장 나가는 게 좋다. 재밌다. 이젠 안보현이란 이름을 알아주는 분들도 있어 좋은데 그전까지는 장근원이란 '이태원 클라쓰' 속 캐릭터 이름으로 불렸다. 이번엔 구웅이라고 불러주더라. 이런 말 자체가 내겐 자극제가 되는 것 같다. 연기가 재밌어서 하는 것이다. 배우로서 다양한 직업을 연기로 승화시킬 수 있는 지점이 있어 놓지 계속하고 있는 것 같다. 내 얼굴에 선악이 다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지점들을 가지고 다양한 색을 보여주고 싶다. 이미지적으로 남들이 꺼려하는 삭발이나 체중 감량, 증량 그런 게 두렵지 않다. 신선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게 연기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욕심을 내는 것 같다."

 
안보현안보현
-'군검사 도베르만'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있나.

"헌병은 많이 접해봤는데 군 검사에 대한 것들은 많이 없었다. '군검사 도베르만'은 군 검사가 메인이다. 많은 분들도 처음 볼 것이다. 생소할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강인한 군 검사를 보여주고 싶다. 군 검사가 등장하는 군법정물은 처음이라고 들었다. 새롭다고 생각해서 많은 분들께 궁금증을 해소시켜줄 수 있는 작품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휴식기가 있어도 진짜 쉬지는 않는 것 같다.

"예전에 쉴 때는 낚시도 가고 캠핑도 가고 일주도 가면서 소소한 힐링을 찾았었는데 코로나19라 안 되는 것들도 있고 요즘은 드라마를 찍기 시작하면 6~7개월에 걸쳐 찍다 보니 열심히 집중할 수 있을 때 집중해서 좋은 작품을 보여드리자는 생각이 강하다. 어떻게 쉬는지 자체를 잊어버린 것 같다."

-새롭게 보여주고 싶은 매력이 있다면.

"귀여운 건 절대 못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구웅 연기를 귀엽게 봐주는 분들이 있더라. 외관적인 모습이 강해서 남성미를 느끼는 것 같은데 연기로서는 반대로 마동석 선배님처럼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사랑스러움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는데 '유미의 세포들'을 통해 새롭게 느꼈다. 연기로 승화시킬 수는 있을 것 같다.(웃음)"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FN엔터테인먼트, 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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