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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리어왕' 소유진·오정연·이연희, 재발견의 장

입력 2021-11-08 17:54 수정 2021-11-08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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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왕' '리어왕'
'리어왕''리어왕'
배우 이순재의 연기 인생 65주년을 기념해 지난달 30일 개막된 연극 '리어왕'이 개막 전부터 전 회차 전석 매진을 자랑하며 매주 새로운 관객과 만나고 있다. 이순재의 명연기가 3시간 넘게 촘촘히 무대를 채우는 가운데, 후배 배우 소유진·오정연·이연희의 활약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리어왕'은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다. 탐욕스러운 두 딸에게 배신당해 분노로 미쳐버리는 리어왕과 둘째 아들의 음모와 배신으로 두 눈을 잃는 리어의 신하 글로스터 백작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리어왕''리어왕'
소유진은 첫째 딸 고너릴로 등장했다. 우아한 기품이 흘러넘치는 레드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오른 그는 폭발적인 성량과 정확한 딕션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대사 전달력이 압도적이었다. 리어왕(이순재)에게 보다 많은 땅을 물려받기 위해 아첨하는 모습으로 "전하(아버지)를 사랑한다"라고 강조하는 욕망 가득한 첫째. 브라운관에서는 착한 역할로, 순하디 순한 캐릭터로 친숙한 소유진이지만 '리어왕'에선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 표독스럽고 욕망 가득한 고너릴로 분해 인간의 단면을 현실적으로 담았다.

오정연은 연극 '옥상 위 달빛이 머무는 자리'(2019)로 아나운서가 아닌 배우로서 첫 발을 뗐다. '리어왕'은 연극으로서 두 번째 작품이다. 리어왕의 둘째 딸 리건 역을 맡은 그는 팔짱을 낀 건방진 포즈와 특유의 표정으로 리건의 거만함을 표현했다. 목소리부터 눈빛까지 리건 그 자체였다. 아나운서였던 오정연의 단아한 모습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진한 키스신까지 과감하게 소화했다. 배우 오정연으로서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준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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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왕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셋째 딸 코딜리아와 광대 역을 오간 이연희는 1인 2역이지만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극과 극으로 캐릭터의 느낌을 잘 살려 표현했다. 코딜리아를 소화할 땐 나지막한 목소리로 기품을 잃지 않으면서도 아버지를 향한 진심 어린 사랑을 보여줬고, 광대로 무대에 섰을 땐 깨발랄하면서도 현실을 거침없이 꼬집는 풍자로 무대를 쥐락펴락했다. 노래와 춤, 악기 연주까지 보는 재미가 다양했다. 매체 연기를 할 때마다 발성과 발음 부분 때문에 연기력 논란에 시달렸던 이연희. 한층 성장한 모습으로 관객들 앞에 서고 있다.

악역도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 소유진, 아나운서가 아닌 배우로 당당하게 선 오정연, 연기력 논란에서 벗어나 이순재와 다채로운 케미스트리를 보여준 이연희까지 '리어왕'은 배우들의 재발견의 장이 되고 있다.

'리어왕'은 예술의 전당 CJ 토월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21일까지 공연이 진행된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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