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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안전장비 헬멧뿐…삐끗하면 5m 아래 '쓰레기 늪'으로

입력 2021-11-05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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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사람들이 버린 그 많은 음식 쓰레기를 누가 어떻게 처리하는지 오늘(5일) 밀착카메라가 보여드리겠습니다.

버려진 쓰레기들 옆에서 치우는 노동자들의 안전까지 버려지는 모습들을 이희령 기자가 담았습니다.

[기자]

우리가 매일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 어떻게 처리되고 있을까요. 처리 작업을 하는 과정에 위험한 상황도 많다고 하는데 어떤 모습일지 직접 들어가서 살펴보겠습니다.

쓰레기 차 한 대가 들어오고 저장소 앞에 멈춰섭니다.

음식물쓰레기 수거 차량이 방금 들어왔는데요. 쓰레기를 이렇게 저장소에 쏟고 있습니다. 이곳에 쓰레기가 쌓이면 더 아래 있는 처리 시설로 가게 됩니다.

깊이는 5m 정도, 저장소 하나당 음식물 쓰레기 70톤을 보관할 수 있습니다.

[이재식/전국환경시설노동조합 하남지부장 : 여름철에 제일 많아요. 겨울철엔 양은 좀 주는데.]

쓰레기를 다 쏟아도 끝이 아닙니다.

작업자가 구덩이 바로 앞에서 호스로 물을 뿌립니다.

차에 묻은 음식물 찌꺼기를 씻어내는 겁니다.

[작업자 : (차 지나가면) 애들도 코 막고 다녀요. (차를 안 씻으면) 냄새난다고 그러니까 민원 들어오죠.]

별다른 안전장치 없이 난간에만 의지합니다.

또 다른 작업자는 차량 위에 맨몸으로 올라갑니다.

안전장비는 헬멧뿐입니다.

[작업자 : (장비 따로 없으세요, 작업하실 때? 안전장비.) 지금 이게 최고죠.]

[이재식/전국환경시설노동조합 하남지부장 : 차에 떨어진 잔여물을 청소하는 게 제일 위험해요. 어쩔 수 없이 차에 올라가서 여기서 세차를 마무리하고 가는 이유가, 하도 민원이 많이 들어오다 보니까.]

음식물 반입 작업 중에 물을 뿌렸기 때문에 작업장 바닥에 물이 흥건합니다. 조금 더 들어와보면 음식물 찌꺼기가 진흙처럼 쌓여있는데, 작업을 하러 갈 때 안쪽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어서 밟게 됩니다. 장화에 이 찌꺼기가 묻은 채로 올라가 작업을 하면, 미끄러워서 넘어지기 쉬운 겁니다.

안전시설도 부족합니다.

저장소 앞에 턱이 있기는 하지만요. 이렇게 한뼘이 조금 넘는 높이입니다. 줄자로 재어보니 25cm가 채 안 됩니다. 안전시설이라고 난간이 있기는 한데, 보이는 것처럼 부식이 돼 있고, 흔들려서 완전히 안전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지지대에도 음식물이 묻어있습니다.

[작업자 : 진짜 사람이 떨어졌을 땐 무조건 비상벨을 눌러라. 그럼 통제탑하고 연락이 된다. 근데 (쓰레기가) 안 찼을 때는 상관없는데, 저기 이렇게 꺾인 부분이 있잖아요. 거기까지 찼을 때는 사람이 죽는다고 봐야 해요.]

다른 지역에 있는 쓰레기 처리 시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추락할 위험이 있는 시설엔 난간을 설치하거나 몸을 고정할 수 있는 안전대를 지급해야 하는데 그마저도 없는 곳도 있습니다.

담당 지자체는 최근 안전 장치로 '구명환'을 줬습니다.

[이재식/전국환경시설노동조합 하남지부장 : 이건 사고가 발생한 다음에 조치하는 사항이고요.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첫 번째. 이거는 두 번짼데.]

작업자들은 황당합니다.

[이재식/전국환경시설노동조합 하남지부장 : 결론은 사람이 이걸 당겨야 하잖아요. 이걸 당겨야 한다고. 근데 이게 혼자서 당겨지냐고요. 빨려 들어가죠. 같이 미끄러져서.]

지자체 측은 애초에 저장소 앞에서 청소를 하다보니 문제가 생긴다는 입장입니다.

[담당 시청 관계자 : 근로자가 위험하게 일을 안 하는 게 좋은 건데요. (구덩이 앞으로) 나와서 청소를 하면 되는데 그렇게 안전수칙이 안 지켜지는…]

지자체 측은 노조와 근무자들이 제안한 개선안들을 반영해 조치하겠다고 했습니다.

[이재식/전국환경시설노동조합 하남지부장 : 안 보이는 곳에서 일하다 보니까 위험에 굉장히 많이 노출돼 있는데, 시민들은 인식하지 못하고. 우리가 이 최말단에서 일하는 거거든요. 쓰레기 치우는 일이. 그렇다고 해서 우리 목숨도 쓰레기가 아니에요.]

우리가 버린 쓰레기, 누군가는 지금도 목숨을 걸고 치우고 있습니다. 내가 하지 않는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일이 되진 않습니다. 더 다치고 죽기 전에 기본적인 안전 조치는 해달라는 요구, 얼마나 더 말해야 할까요. 

(VJ : 김원섭 / 인턴기자 : 이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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