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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슬의생2' 신원호 PD "주 1회 시즌제 강점, 여유와 친밀감"

입력 2021-10-12 14:30 수정 2021-10-12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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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의사생활2' 신원호 PD'슬기로운 의사생활2' 신원호 PD
'슬기로운 의사생활2' 99즈 '슬기로운 의사생활2' 99즈
신원호 PD가 '슬기로운' 시리즈로 다시금 흥행을 입증했다. 1년 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온 tvN 목요극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는 첫 방송부터 평균 시청률 10%(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 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tvN 드라마 역대 첫 방송 최고'란 수식어를 얻었다. 이후에도 두 자릿수 시청률과 높은 화제성을 자랑하며 최종회 14.08%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뭐니 뭐니 해도 일명 '99즈'로 불린 조정석, 유현석, 정경호, 김대명, 전미도의 몫이 컸지만 이들을 이끈 선장 신원호 PD의 지분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슬기로운 의사생활2'의 성공 요인에 대해 "다섯 배우들이 만들어낸 캐릭터와 케미스트리, 그들이 그려낸 율제병원 안의 소소한 사람 이야기에 많은 점수를 준 것 같다. 시청자와 2년 연속 만나다 보니 내적 친밀감이 더 높게 쌓인 게 성공 요인이 아니었을까 싶다"라는 겸손한 반응을 보였다.


-두 시즌 동안 함께 호흡한 99즈 배우들과의 기억이 남다를 것 같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첫 촬영 날도 그랬고, 다섯 명이 모두 모인 신을 처음 찍던 날도 그랬고, 시즌1 이후 10개월 가까운 공백이 있었음에도 거짓말 같이 어제 찍다가 다시 만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사실 첫 촬영이라 하면 으레 거쳐야 하는 과정들이 있다. 서로의 호흡을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 부분이 아예 생략되고 물 흐르듯이 진행됐다. 그게 너무 신기한 경험이었던 것 같다. 2년 여의 시간 동안 어느새 두텁게 쌓인 내적 친밀감 때문에 시즌2는 훨씬 더 촘촘한 케미스트리로 이어질 수 있었다."

-99즈 외에 신현빈, 정문성, 곽선영, 김해숙, 김갑수, 최영준, 하선빈, 문태유 등 배우들의 활약도 컸다.

"다른 배우들 역시 마찬가지다. 거짓말같이 어제 만나고 또 만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사실 촬영 횟수로 보면 99즈 다섯 배우들에 비해서는 적은데도 너무 자연스러워서 다들 신기해했었다. 시즌2 하면서 달라진 느낌이 있었다면, 다들 한층 더 매력 있는 모습으로 돌아왔다는 점이었다. 한 명도 빠짐없이 너무 멋지고 성숙해진 모습으로 나타나서 스태프들이 각 배우들의 첫 촬영 때마다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사랑받는다는 것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다시 한번 느꼈던 순간들이었다."

-시즌2에서 시청자들의 관심이 가장 컸던 부분은 99즈의 로맨스 결말이었던 것 같다.

"물론 로맨스에 초점을 맞추고 보면 다 보이겠지만 로맨스만을 위한 드라마가 아니다 보니 러브라인의 흐름이 빠르거나 밀도가 촘촘할 수가 없었다. 연출자의 입장에서 다른 장면들에 비해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아마 그런 점들 때문에 조금 더 차분히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살짝 느릿하게 호흡을 가져가려 했던 정도다. 실제 그 호흡, 그 분위기, 그 공간 속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도록 연출하려 했던 장면들이 많았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시작으로 시즌제 드라마들이 잇따라 등장했고, 주 1회 시청 패턴의 선두주자라는 평을 받았다.

"이제 주 2회 드라마는 다신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에 두 개씩 했었던 전작들은 어떻게 해냈던 건지 지금으로선 상상도 안 간다. 이건 나뿐만 아니라 스태프들과 배우들 모두 피부로 체감하는 부분이다. 아무래도 현장의 피로감이 줄어드니 그 여유가 다시 현장의 효율로 돌아오게 됐다. 그 점이 주 1회 드라마가 가진 최고의 강점이 아닐까 싶다. 매회 어려운 밴드 곡들을 위해 연기자들에게 여유 있는 연습 시간이 주어질 수 있었던 것도 주 1회 방송이라는 형식이 준 여유 덕분이다. 시즌제의 가장 큰 강점은 내적 친밀감 아닐까 싶다. 모든 드라마가 마찬가지겠지만, 제작진에게 가장 큰 숙제는 1회다. 1회에서 드라마의 방향성과 캐릭터들을 효과적으로, 지루하지 않게 어떻게 소개할 것인가 하는 것이 늘 큰 고민인데, 시즌제에선 시즌1을 제외하고는 그 고민을 생략하고 시작할 수 있다. 그냥 바로 이야기가 시작되어도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고 이미 친한 캐릭터, 익숙한 내용들이다 보니 쉽게 받아들이고 접근할 수 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2' 99즈'슬기로운 의사생활2' 99즈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철저하게 기획된 시즌제, IP 전략의 성공이라는 얘기가 많다. 특히 시즌1과 2 사이의 공백을 매주 공개한 하드털이가 채웠고, '슬기로운 캠핑생활'도 방송되면서 유일무이한 행보를 보여줬다.

"시즌제 드라마를 만들면서 가장 신선했던 부분이 시즌1의 마지막 회와 시즌2의 첫 회였다. '이렇게 끝내도 돼?' '이렇게 시작해도 돼?' 싶은 느낌이 들어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신선한 경험이었다. 다만 기다리는 입장에서는 마치 12회를 끝나고 13회를 1년 동안 궁금해하며 기다려야 하다 보니 그 부분에 대한 어떤 보상을 좀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하드털이'를 시작하게 된 첫 번째 이유다. 보통 드라마에서 못 보여줬던 장면은 블루레이나 DVD에 들어가게 되는데 그렇게 한정적인 분들이 보는 것보다는 공개적으로 시즌 2를 기다리는 많은 시청자분들이 볼 수 있게 하고 싶었다. '슬기로운 캠핑생활'의 경우는 정말 순수하게 배우들로부터 시작된 콘텐츠였다. 시즌2 준비 과정과 겹치면서 힘든 점도 많았지만, 그렇게 단순하고도 순수하게 콘텐츠가 시작될 수 있다는 점, 순수한 진심으로 만들면 큰 기술 없이도 사랑받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우연한 콘텐츠 하나가 '출장 십오야' 같은 다른 줄기로도 충분히 확장되어 갈 수 있다는 점들을 목격하면서 수년간 쌓아왔던 많은 편견들을 스스로 깨트릴 수 있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에서 로맨스 라인을 향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먼저 익준(조정석)이랑 송화(전미도) 같은 경우는 어떻게 보면 우리가 가장 잘 해왔던 색깔이긴 했다. 오래된 친구 사이에서 벌어지는 타이밍의 엇갈림, 여러 상황들의 엇갈림, 그 가운데서 애타는 마음과 절절하게 이루어지는 스토리 축은 워낙 '응답하라' 때부터 많이 보여줬던 색깔이긴 한데, 그때보다는 더 연한 색깔로 가야 된다고 생각했다. 친구들 간의 케미스트리를 깨뜨리지 않으면서 은근하게 시즌1과 시즌2 전체의 축이 되어줘야 했던 러브라인이라서 적당한 밀도를 지켜가야 하는 점을 가장 많이 신경 썼다. 선을 넘지 않는, 조금씩 보는 분들도, 캐릭터들도 서서히 물들도록 하려고 했다. 그래서 찍으면서 좀 과하다, 눈빛이 진하다, 너무 멜로 느낌이다 하는 것들을 많이 걸러내고 조금 더 천천히 진행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키였던 것 같다."

-그럼에도 11회에서 보여줬던 익준과 송화의 롱테이크 키스신은 엇갈린 반응을 불러오기도 했다. 특별한 연출 의도가 있었나.

"어쩌면 무모해 보일 수 있었던 롱테이크로 갔던 이유는 20년의 친구에서 연인이 되는 신이 후루룩 넘어가서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친구에서 연인이 되는 순간 분명 넘기 힘든 감정들이 있다. 그 부분들이 납득되도록 연출하고 싶었고, 그래서 거의 2분이 가까운 롱테이크가 그 간극을 좀 채워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둘이 친구에서 연인이 되는 과정에 이렇게 긴 호흡이 있어야 보시는 분들도 그 숨 막힐 듯한 공기와 분위기를 함께 느끼며 '맞아 맞아, 저럴 것 같아'라고 설득이 될 것 같았다. 느릿했던 그 신이 어떻게 보면 익준, 송화 커플의 가장 큰 특징을 가장 잘 함축하고 있는 신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호흡으로 설득하고 싶었던 연출 의도가 있었다."

-다른 커플들의 로맨스는 어떤 점에 더 초점을 맞췄나.

"정원(유연석), 겨울(신현빈) 같은 경우 정원이의 절절했던 마음과 신부가 되고 싶은 마음 사이의 내적 갈등, 겨울이의 가슴 아픈 짝사랑, 이런 감정들이 결국 시즌1에서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 시즌2에서는 그 커플이 얼마나 더 단단해져 가느냐에 초점을 맞췄다. 둘이 서로에게 얼마나 좋은 사람들인지, 그리고 그 좋은 사람들이 서로에게 기댈 때 얼마나 따뜻하고 아름다운지를 많이 보여주고 싶었다. 로맨스가 완성되는 과정만으로 봤을 때 시즌1의 가장 큰 축이 겨울과 정원이었다면 시즌2의 큰 축은 석형(김대명)과 민하(안은진)였다. 시즌1부터 쌓여 온 러브라인이다. 석형이 가진 여러 개인사에 대한 고민이 본인 스스로 해결해야만 사랑이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 이 러브라인의 가장 큰 얼개였다. 시즌1에서는 그런 부분들이 충분히 쌓이고 시즌2에서는 그걸 극복해 가는 과정을 보여주려고 했다. 얼개만 보면 무거운 느낌일 수 있는데 그 과정에서 보이는 둘의 모습은 귀엽고 사랑스럽길 바랐다. 가장 '요즘 멜로'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던 커플이다. 준완(정경호)이와 익순(곽선영)이 같은 경우는 시작이나 연애 중간중간의 느낌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느낌이지만 전체 얼개는 묵직해야 했다. 시즌1이 재밌으면서 설레는 멜로였다면 시즌2는 정통 멜로의 색깔로 갔다. 실제 그럴 법한 연인 간의 갈등들, 장거리 연애에서 나올 수 있을 법한 고민들, 서로의 직업적인 상황들 때문에 갖게 될 수 있는 어쩔 수 없는 엇갈림과 오해, 이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절하게 이어나가는 둘의 마음이 잘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신이 많지 않았음에도 정경호와 곽선영 배우가 연기를 잘해줬다. 이 짧은 신들을 어떻게 저렇게 절절하게 만들어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잘 표현해줬다. 시즌1에서는 둘이 서기만 해도 로맨스 코미디가 뚝딱 만들어졌다면 시즌2에서는 둘만 있으면 정통 멜로가 뚝딱 만들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시리즈를 진행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시청자 반응이 있다면.

"8화 송화 엄마의 에피소드, 로사(김해숙)의 에피소드가 나가고 엄마한테 전화했다는 얘기를 여기저기서 많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도 가장 애착이 가는 에피소드여서 그런지 가장 뭉클했던 반응이었다. 사실 드라마를 만들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목적의식은 전혀 없다. 특정한 메시지를 전할 테니 이걸 꼭 좀 느껴달라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저 보여줄 뿐이고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고 느낄지는 철저히 시청자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주 가끔씩, 단지 보여줬을 뿐인데 그게 어떤 실천적 행동으로 옮겨졌다는 반응을 들을 때면,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큰 감동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결코 목표한 것은 아니었지만 좋은 마음으로 만든 우리의 이야기가 보는 분들의 좋은 마음과 만나 좋은 행동으로 이어졌다는 얘기를 들을 때면 참 신기하고 감사하고 기적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시즌 2 방송이 되던 중 장기 기증 희망자가 많아졌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그때도 마찬가지였다. 장기 기증이 어떤 식으로든 강요돼선 안될 어려운 결정이지만 그 어려운 일에 좋은 마음들이 많이 모이게 된 것에 힘이 되었다는 게 놀라웠다. 콘텐츠가 이렇게 힘을 가질 수도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된 순간이었고 그래서 더 부담을 가져야겠다는 생각 역시 들었던 순간이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2' 나영석 PD '슬기로운 의사생활2' 나영석 PD

-나영석 PD가 특별 출연하며 지원사격을 했다. 출연자로 만나 호흡을 맞춘 소감은.

"나영석 PD의 출연은 유튜브 라이브를 할 때 직접 모네 아빠 역할 어떠냐고 농담처럼 얘기를 했었던 적이 있었고, 그로 인해 기대하는 분들이 많았다. 물론 나영석 PD가 등장하면 시청자분들이 재밌어하고, 좋아할 거라는 건 알겠는데 찍고 편집해야 하는 내 입장에서는 세상 이렇게 오그라들 수가 없었다. 현장에서야 빨리빨리 찍어야 하다 보니 어찌어찌 찍었는데, 편집실에서 그 장면을 보자마자 닭살이 전신을 뒤덮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대사 한 마디를 편하게 들을 수가 없었다. 시청자분들은 생각보다 잘한다 하기도 하고, 너무 딱딱하다고 하는 반응도 있었는데, 내겐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물론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응답하라 1994' 출연 당시에 비해 일취월장하기는 했다. 많이 자연스러워진 건 사실인데(웃음) 이를테면 우리 엄마가 연기하는 걸 보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 부분이 너무 힘들었다. '슬기로운 산촌생활'은 갑자기 나영석 PD가 게스트 없다고 오라고 해서 잠시 다녀왔다. 이제 이런 품앗이는 거의 강제사항이 되어버렸다. 저녁 시간만 잠시 있다가 왔는데 전직 예능 PD로서 냉정하게 봤을 때 방송 분량은 5분도 안될 듯싶다. 최악의 게스트가 아닐까 싶다."

-이번 시즌2에서 담지 못해 아쉬운 이야기가 있다면.

"환자와 보호자들과 관련된 이야기들은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 애초에 기획했던 것은 정말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의사들의 이야기가 주된 축이었기 때문에 할 얘기, 에피소드는 아직도 많다. 마치 우리 일상이 오늘 지나면 또 내일의 이야기가 있고, 내일 지나면 모레 이야기가 있듯이 99즈의 일상도 무궁무진할 것이다. 다만 시즌제를 처음 제작하면서 쌓인 이런저런 고민들과 피로감들이 많다 보니 그 이야기를 다시금 이어나갈 것인가에 대한 결정이 쉽지는 않다."

-끝으로 신원호 PD에게 이우정 작가는 어떤 존재인지 궁금하다.

"이우정 작가의 경우는 같이 일한 지가 '여걸식스'때부터였으니까 16년, 17년 됐다. 이건 어디서든 드리는 말씀이지만 그 친구가 없었으면 지금의 나는 아마 없었을 것이다. 워낙 훌륭한 작가고 예능, 드라마 영역의 구분 없이 이야기를 만들고 콘텐츠를 만드는 데 있어서는 정말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친구다. 늘 큰 도움을 받으며 살고 있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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