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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회 BIFF' 하마구치 류스케 "봉준호 감독 만남 행복…부산 로케이션 희망"

입력 2021-10-08 15:36 수정 2021-10-08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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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회 BIFF' 하마구치 류스케 "봉준호 감독 만남 행복…부산 로케이션 희망"
세계적 영화제를 순회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그 방점을 찍었다.

8일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는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작 '드라마이브 마이 카(Drive My Car)'와 '우연과 상상(Wheel of Fortune and Fantasy)' 공식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두 작품을 연출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과 '드라이브 마이 카'에 출연한 세 명의 한국배우 박유림, 진대연, 안휘태가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연출한 두 작품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례적으로 갈라 프레젠테에션에 모두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앞서 남동철 수석 프로그래머는 "두 편 다 놓치기 아까운 영화라 선보였다"고 단언한 바 있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죽은 아내에 대한 상처를 가진 가후쿠(니시지마 히데토시)와 전속 드라이버 미사키(미우라 토코)의 이야기를 그린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동명 단편소설 '드라이브 마이 카'(2014)를 영화화했다. '우연과 상상'은 뜻밖의 만남에서 시작된 세 개의 이야기 '마법', '문은 열어 둔 채로', '한 번 더'로 구성된 작품이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직접 각본과 연출을 맡아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펼쳐냈다.

 
'26회 BIFF' 하마구치 류스케 "봉준호 감독 만남 행복…부산 로케이션 희망"
이는 한 해에 연달아 세계 3대 영화제 수상을 기록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글로벌 존재감을 반증한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74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우연과 상상'은 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많은 분들이 노력해주신 덕분에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부산국제영화제에 두 편의 영화를 초대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해외 영화제의 성취에 대해서는 "굉장히 기쁘다"며 수줍은 미소를 지으면서도 "근데 상이라는 것이, 나도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경험이 많아 직접 느낀 부분이지만 어떻게 하다 보니 돌아가는 것 아닌가 싶다. 그 때 그 심사위원 취향과 맞아서 받았을 수 있고, 반대로 그 심사위원의 선호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어서 기회가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이번에는 어떻게 하다 보니 이 작품들이 수상을 하게 돼 감사하지만 수상하지 않더라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일희일비 하지 않는 것이 좋지 않나' 받아들이는 편이다"고 덧붙였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가 자랑하는 거물급 게스트 중 한명인 만큼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정해진 시간을 넘기면서까지 다채로운 질문이 쏟아졌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매 질문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한국말로 인사하며 최대한 모든 질문을 받고, 흡족한 답변을 전달하고자 노력했다.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전날 진행된 봉준호 감독과의 대담에 대한 후일담을 먼저 전했다. 스페셜 형식으로 진행된 대담은 무려 120분이 넘는 시간동안 진행되 양국을 대표하는 감독이자, 두 영화광의 영화 사랑을 확인케 했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진심으로 꿈 같은 시간이었다. 봉준호 감독님이 나를 응시하고, 많은 질문을 쏟아내 줄 때 무언가 포근히 감싸주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신체적으로는 피곤한 상태였는데, 봉준호 감독님의 시선과 질문에 굉장히 용기를 얻으면서 열심히 답변했다. 봉준호 감독님은 영화 감독으로서 원래 존경하는 감독님이었다. 근데 어제처럼 길게 이야기 나눈 것은 처음이다. 그의 인간적인 매력에도 압도 당했다"고 밝혔다.

 
'26회 BIFF' 하마구치 류스케 "봉준호 감독 만남 행복…부산 로케이션 희망"
'26회 BIFF' 하마구치 류스케 "봉준호 감독 만남 행복…부산 로케이션 희망"
이어 "특히 좋았던 이유가 두 가지 있는데, 감독님과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님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대화 중 봉준호 감독님의 아버님에 대한 언급이 잠시 있었다. 그런 개인적인 부분도 대화 속에 있었던 것이 참 기뻤다"며 "다만 봉준호 감독님의 질문에 답변을 하려고 하는데 잇따라서 다음 질문이 들어오고 또 들어와서 답변하려고 했던 것을 충분히 풀어놓지 못한 장면에 몇 번 있었다. 그 점은 아쉬웠다"고 토로했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2019년 부산을 방문했을 당시 부산의 곳곳을 헌팅하며 '드라이브 마이 카'의 부산 로케이션을 준비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과 제작 기간 등의 문제로 최종적으로는 히로시마에서 촬영했다.

이에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에 다큐멘터리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적이 있어서 부산의 이곳 저곳을 돌아봤다. 부산에서 히로시마로 지역이 옮겨졌다고 해서 내용 자체가 달라진 것은 없다. 하지만 설정적인 부분에서 만약 영화의 전당을 배경으로 했다면, 영화의 전당을 연극의 전당으로 바꿔 부산국제연극제가 개최 돼 거기에 무대를 올리는 장면이 나왔을 것이고, 부산의 큰 산과, 광안대교 촬영도 예정해 두고 있기는 했다"고 말했다.

"언젠가 부산 로케이션의 기회를 꼭 만들고 싶다"고 강조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준비를 하면서 부산의 곳곳이 참 마음에 들었다. 영화를 찍으면서도 '부산에서 촬영했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했다"며 "무엇보다 최근 한국영화의 힘이 강화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한국의 영화 제작 방식이나 과정을 통해 나 자신도 배울 것이 많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한다. 언젠가는 부산에서, 한국에서 꼭 영화를 찍어보고 싶다"고 거듭 언급했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각본작 '스파이의 아내'를 비롯해 '드라이브 마이 카', '우연과 상상'에 이르기까지 연인간의 갈등을 배신, 외도 코드로 반복해 표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진정한 행복'에 대한 물음표를 던지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드라이브 마이 카'는 말하지 않아도 중요한 것을 강조하지만, 역설적으로 영화에서는 대사를 중요하게 표현함으로써 다양한 해석을 남긴다.

 
'26회 BIFF' 하마구치 류스케 "봉준호 감독 만남 행복…부산 로케이션 희망"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내가 연출한 영화 중에서 배신이 들어가지 않는 영화를 찾는 것이 더 어려울 것이다. '왜 그렇게 되는데?' 질문을 한다면 '모르겠는데?'라고 답변 할 수 밖에 없다"고 대꾸해 웃음을 자아냈다.

"사람이 자연스럽게 선보이는 행동 속에는 배신도 왕왕 나타나는 편이라 생각한다"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솔직히 개인적으로 진정한 행복인지 무엇인지 생각해본 적은 없다. 그래서 그것이 무엇인지를 영화 속에 표현하고자 한 적도 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 행복에 집중을 해본다면 스트레스가 없는 상태, 편하게 사는 것까지는 아니겠지만 내가 자연스럽게 살고 있는 감각은 즐겁다고 느끼는 것 같다. '드라이브 마이 카'도 캐릭터가 편안해지는 지점을 찾는다. 때론 단기적으로, 때론 장기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편안한 상태가 아마 모두가 말하는 '행복' 일 것이다. 그렇다면 단기적으로 편해지고자 행하는 조치도 있을텐데 나는 그것을 대화로 생각했다. 말을 많이 해 순간적으로 편해지려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드라이브 마이 카' 원작자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에 대한 고마움도 표했다.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을 영화화 한다는 것은 흥미롭지만 당연한 부담감을 느끼게 한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역시 부담감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원작과 많은 부분 변화를 허락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결정이 있었기에 최대한 자유롭게 펼쳐낼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누구의 문학 작품이든 영화화 하는 것은 분명 쉽지 않겠지만,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는 더욱 어려운 작가 중 한명이 아닌가 싶다. 인간의 내면에 대한 묘사력이 뛰어난 작가이기에 세계적으로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주는 것이겠지만, 영화는 바로 그 부분을 표현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현실적 묘사가 많아 영화화 하기에, 조금 더 손을 대기에 '상대적으로 수월하려나?' 내심 생각했다. 하지만 원작과 너무나 많은 부분을 바꿔야 했고, 그러한 변화를 추구할 수 있도록 허락해준 작가님께 감사할 따름이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이와 함께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세 명의 한국 배우들을 캐스팅한 에피소드도 떠올리며 "연기적인 것 보다는 자기 이야기들을 나눴던 것으로 기억한다. 가족, 친구, 연인 등 자신이 그간 어떻게 살아온 사람인지 말했다"며 배우들에게 마이크를 잠시 넘겼다. 박유림은 "그때 긴장을 많이 해서 나도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오디션 날이 생일에서 몇 일 지난 시기였고 '조금 늦게 미역국을 먹었다'고 했다. 그때 감독님께서 '불행했냐'고 물어 보셨고, '불행하지는 않았다'는 식의 사소한 이야기를 했다"고 회상했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역시 기억이 난 듯 미소지으며 "배우이기 전 사람의 이야기를 할 때 진정한 매력이 보인다고 생각한다. 그 또한 캐스팅의 과정 중 일부다. 늘 전체적인 것을 보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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