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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괴롭힘 이후 실제 감정은…여성민우회 설문해보니 '수치' 보다 '불쾌'

입력 2021-10-04 16:56

"불쾌" 248명 응답…"수치"는 26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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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쾌" 248명 응답…"수치"는 26명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가 제작한 성적 수치심 토론회 자료집 표지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가 제작한 성적 수치심 토론회 자료집 표지
#성폭력 사건 형사고소를 했다. 성적수치심을 느껴본 바가 없다. 하지만 세상은 여성에게 수치심을 강요하는 것 같아서 사건 해결 과정에서 그들이 원하는 정답("성적수치심을 느꼈어요.")을 답해야 하는 걸까? 고민의 기로에 섰던 경험이 있다. (40대 여성)

#학교 인권센터에서 성희롱 정보를 안내할 때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면 신고할 수 있다는 글을 봤다. 기존의 법이 이렇다 보니 학교도 어쩔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한다. 법이 시대를 따라가지 못한다. (20대 여성)

성폭력이나 성적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가 피해 감정으로 '수치심' 보다 '불쾌감'을 훨씬 더 많이 느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가 지난 6월 4일부터 7월 16일까지 여성 5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입니다.

성폭력이나 성적 괴롭힘 피해 경험 이후 든 감정을 최대 3개까지 골라보라는 질문에, 가장 많은 응답자 248명이 '불쾌'를 꼽았습니다. 이어 화(179명), 역겨움(171명), 짜증(136명), 분노(95명)가 뒤를 이었습니다. 현재 법령에서 성폭력 피해자의 대표적인 감정으로 들어가 있는 '수치'는 26명, '부끄러움'의 경우 10명이 답하는 것에 그쳤습니다.

또 성폭력이나 성적 괴롭힘을 당하고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답한 사람 가운데 대부분은 수치심을 사건 이후 주변인과의 관계 속에서 느꼈다고 답했습니다. 주변에서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고, 사건 공유를 고민할 때나 '피해자다움'을 강요받았을 때 느꼈다는 겁니다.

민우회는 "응답자들은 '당시에는 놀람이 크고 조금 지났을 때는 화남, 짜증, 역겨움, 지긋지긋함이 올라오고 곱씹을수록 우울, 패배감이 느껴진다'며 시간 흐름이나 상황에 따라 감정이 변화함을 표현해줬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설문결과 '성적 수치심'은 일상 속에서 기사나 판결문으로 쉽게 접하는 단어지만 여성들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는 자주 쓰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JTBC는 앞서 이른바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성적 수치심' 용어에 대해 연속 보도한 바 있습니다. 대검찰청은 '성폭력사건 처리 및 피해자 보호지원에 관한 지침' 등에 나온 '성적 수치심' 용어를 지난 8월까지 일부 '성적 불쾌감'으로 바꿨습니다. 국회에는 남녀고용평등법에 나온 '성적 수치심'을 '성적 불쾌감'으로 대체하는 개정안이 발의돼 있습니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의 김두나 변호사는 "수사기관과 법원이 성폭력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느꼈는지 질문하고 이를 판단 근거로 삼는 관행을 없애고, 피해자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경청해야 한다"고 토론문에서 밝혔습니다. 장다혜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성적 수치심'이 아닌 '성적 행위'를 기준으로 법을 개정하되 모호한 일반인이 아닌 피해자 위치에 있는 합리적 일반인이 해당 행위를 성적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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