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큰 소리를 내며 몰려다니는 오토바이들 때문에 고통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오토바이 소음을 단속하는 기준이 꽤 높아서 큰 소리가 나도록 개조한 오토바이여도 어지간하면 단속 대상이 아니라고 합니다. 열차가 지나갈 때 정도의 소음을 내야지만 단속할 수 있다는데요.
'크로스체크' 서준석, 윤재영 두 기자가 단속 사각지대에 놓인 오토바이 문제 취재했습니다.
[기자]
인적이 드문 밤, 도로 위 차들이 줄어들자 오토바이들이 연이어 질주합니다.
오토바이 소음은 시간을 가리지 않습니다.
김포를 가로 지르는 48번 국도는 강화도를 찾는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즐겨 찾는 코스입니다.
도로변 아파트 주민들은 밤낮 할 것 없이 소음에 시달립니다.
소음을 막기 위해 설치된 벽은 무용지물입니다.
[이재준/아파트 주민 : 거의 전쟁 난 것 같은 소리, 전투기 지나가는 소리 과하게 표현하자면 그 정도고요. 1~2대가 아니라 보통 9대, 20대 넘게 그분들이…코로나 시국과 상관없이 그렇게 타고 가시는 경우도 있고…]
과속 카메라가 설치됐지만, 번호판이 뒤에 있는 오토바이를 잡아내진 못합니다.
주민들은 수십 차례 경찰과 지자체 등에 민원을 넣었습니다.
[정태영/아파트 주민 : '소음 자제 바랍니다' 표지판이라도 세워 달라고 신문고 통해서 민원을 올렸는데, 한 달 만에 답변을 받은 게 안 된다고…파출소로 연락을 달라고 하는데 여기 입주민들이 파출소, 경찰서 신고를 안 해봤겠습니까.]
오토바이 운전자들은 온라인 카페 등에 서로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단속을 피합니다.
오토바이 소음 문제는 김포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서울의 한 주택가에서도, 부산 해운대에서도 소음으로 고통 받는 시청자의 제보가 이어졌습니다.
이렇게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는 오토바이 소음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민원을 넣어도 달라진 게 없다는 게 주민들의 불만입니다.
오토바이들이 많이 모이는 북악산입니다.
지금 경찰이 오토바이가 불법으로 구조 변경을 했는지를 단속하고 있는데 한 번 함께 보겠습니다.
금요일 저녁, 엔진 소리를 내며 오토바이들이 주차장에 모여듭니다.
경찰은 불법으로 조명이나 소음기 등을 변경한 오토바이가 있는지 확인합니다.
한 오토바이에서 큰 소음이 들립니다.
확인 결과 허가를 받고 적법하게 개조한 오토바이였습니다.
[하승우/한국교통안전공단 안전관리처장 : 현재 법적인 기준 105데시벨 안쪽의 규격에 맞는 정품으로 된 것들을 장착을 했기 때문에…]
하지만 소리가 컸던 만큼 운전자에게 몇 데시벨까지 올라가도록 개조했는지 물었습니다.
[오토바이 운전자 : 105데시벨을 안 넘으면 돼요. 얘가 튜닝할 때 104.8데시벨.]
기준보다 단 0.2데시벨 낮습니다.
일반적으로 100데시벨은 열차가 지날 때 정도의 소음입니다.
환경부가 정한 현행 오토바이 소음 단속 기준은 105데시벨.
열차 소음을 넘어서는데 여기에 맞추기만 하면 적법한 겁니다.
기준이 높다보니 운전자들은 법을 지켰는데도 시민들이 안 좋게 바라본다고 말합니다.
[오토바이 운전자 : 여기다 슈퍼카 갖다놓고 비교했을 때는 걔네가 더 시끄럽고 그런 건데…]
[오토바이 운전자 : 소음기를 찻길에서 트럭 지나갈 때 대잖아요? 그런 것도 저는 오토바이보다 (소리가) 작지 않다고 생각해요.]
단속의 한계는 또 있습니다.
소음 측정은 경찰이 아닌 지자체 권한입니다.
때문에 지자체가 동행하지 않으면 직접 소음을 측정할 수 없습니다.
[하승우/한국교통안전공단 안전관리처장 : 법적으로 정품으로 돼 있는 것들을 장착하게끔 많이 알려야 된다… 지속적으로 듣게 되면 시민들은 고통스럽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당연하고 105데시벨을 낮추는 쪽으로 변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봅니다.]
부산 해운대구에선 주민 민원이 빗발치자 구청장이 직접 105데시벨 기준을 80데시벨로 낮춰달라는 국민청원을 했습니다.
(영상디자인 : 곽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