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한라산부터 설악산까지…전국 고산 침엽수 멸종 위기

입력 2021-09-13 19:20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취재진은 이달 초, 환경단체인 녹색연합과 함께 짙은 녹음으로 뒤덮인 오대산 국립공원에 올랐습니다. 해발 1421m의 두로봉 정상으로 향하는 길, 곳곳에서 심상치 않은 장면들이 잇따라 목격됐습니다. 분명 멀리서 볼 때엔 건강한 숲이었는데, 잎사귀 하나 없이 말라 죽은 나무가 곳곳에 널린 겁니다. 아고산대 침엽수들의 집단 고사 현상입니다.

오대산 아고산대 침엽수 고사 모습. 하얗게 변한 나무는 완전히 말라 죽어버린 나무들이다. (사진: 녹색연합)오대산 아고산대 침엽수 고사 모습. 하얗게 변한 나무는 완전히 말라 죽어버린 나무들이다. (사진: 녹색연합)

늘 푸른 나무, 상록수라는 말이 무색하게 늦여름 분비나무는 바싹 말라 타들어가고 있었습니다. 폭염과 수분 부족으로 인한 '기후 스트레스'에 말라죽는 겁니다. 고사 현상은 초기, 잎의 끝부터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고사 초기, 잎 끝은 갈색으로 변하면서 조금식 떨어져 나갑니다. 이러한 '잎 탈락' 은 나무의 아래에서 위로 번져갑니다. 눈으로 보기 쉬운 나무 아랫 부분의 잎이 거의 다 떨어지고, 윗부분 마저 잎이 점차 갈색으로 변해가는 상태가 바로 고사 중기의 모습입니다. 고사 말기, 결국 남은 잎은 거의 없어지고 나무의 껍질이 벗겨집니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한 번 고사가 시작되면 정상적으로 건강한 상태로 돌아오지 않는다"며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넘는 시간 동안 시름시름 앓다 죽고 만다"고 설명했습니다.

오대산 아고산대 침엽수 고사 모습. 하얗게 변한 나무는 완전히 말라 죽어버린 나무들이다. (사진: 녹색연합)오대산 아고산대 침엽수 고사 모습. 하얗게 변한 나무는 완전히 말라 죽어버린 나무들이다. (사진: 녹색연합)

오대산 일대에선 대표적 아고산대 침엽수인 분비나무뿐 아니라 잣나무, 주목 등의 나무가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이미 죽어버린지 시간이 지나 아예 쓰러져버린 나무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지리산 천왕봉의 아고산대 침엽수 고사 모습. 하얗게 변한 나무는 완전히 말라 죽어버린 나무들이다. (사진: 녹색연합)지리산 천왕봉의 아고산대 침엽수 고사 모습. 하얗게 변한 나무는 완전히 말라 죽어버린 나무들이다. (사진: 녹색연합)

이러한 아고산대 침엽수의 집단 고사는 일찍이 남부지방부터 시작했습니다. 2013년 한라산에서 구상나무가 집단 고사한 현장이 알려진 데에 이어 2016년엔 지리산(구상나무)과 설악산(분비나무) 일대에서 집단 고사가 확인됐습니다. 이후 덕유산과 계방산에 이어 태백산과 소백산, 오대산까지 백두대간을 걸쳐 아고산대 침엽수는 절멸의 위기를 겪는 중입니다. 지리산의 경우 천왕봉과 인근 중봉 일대에선 구상나무의 90% 가량에서 고사가 진행중인 상태입니다. 설악산 대청봉 주변에선 건강한 분비나무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안 좋습니다.


설악산 대청봉의 아고산대 침엽수 고사 모습. 하얗게 변한 나무는 완전히 말라 죽어버린 나무들이다. (사진: 녹색연합)설악산 대청봉의 아고산대 침엽수 고사 모습. 하얗게 변한 나무는 완전히 말라 죽어버린 나무들이다. (사진: 녹색연합)

아고산대 침엽수들은 국제적으로 '관심이 필요한 종'으로 분류됩니다. 특히 우리나라 자생종인 구상나무의 경우 국제 멸종위기종으로 등재되어 있죠. 그런데 정작 우리나라에선 아고산대 침엽수 가운데 멸종위기종으로 등록된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등록이 돼야 체계적으로 실태도 파악하고, 대책도 세울텐데 대응의 '첫 단계'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인 겁니다.

서 위원은 "다른 아고산대 침엽수도 문제지만 특히 구상나무의 경우, 한라산과 지리산에서 사라진다면 전 지구에서 사라지는 것"이라며 "시민단체와 국회 등 곳곳에서 멸종위기종 등재를 요청했지만 환경부는 아무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올해 P4G 정상회의를 유치하며 '기후위기 대응'과 '생물다양성 보전'을 강조했던 환경부에 대해 서 위원은 "정작 우리 정부에선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이 통합적으로 다뤄지지 못 하고 있다"며 "국제적 추세에 발 맞추지 못하는 모습"이라고도 꼬집었습니다.

..

국내 곳곳의 아고산대 침엽수 고사 위기는 〈[박상욱의 기후 1.5]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를 통해 보다 상세히 전해드리겠습니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