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인천의 한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이 은행에 저금리 정책자금 대출을 신청했다가 단체로 거부당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뒤늦게 다시 해주기로 했지만, 입주 예정자들은 금리가 더 비싼 대출 상품을 팔려는 은행의 상술이 아니었는지, 의심합니다.
정아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다음 달 중순 인천 효성동의 새 아파트에 입주하는 이모 씨.
잔금을 치르기 위해 지난달 30일 오전 하나은행에 보금자리론을 신청했습니다.
보금자리론은 주택금융공사가 시중은행을 통해 낮은 금리에 대출해주는 정책 자금입니다.
그런데 같은 날 오후 하나은행으로부터 대출이 거부됐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최근 정부의 대출 한도 규제 때문에 대출을 해줄 수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이 아파트는 하나은행에서만 보금자리론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모 씨/입주 예정자 : 10월 입주인데 한 달 반 이 정도밖에 안 남았거든요. 정부에서 하는 그거 자체를 아예 막아버린다는 거는 지금 길거리에 나앉으라는 이야기거든요.]
이씨뿐 아니라 하나은행에서 보금자리론을 신청한 이 아파트의 입주 예정자들은 대출이 모두 취소됐습니다.
1600세대 가운데 수백 세대가 보금자리론을 못 받게 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보금자리론을 거절한 하나은행은 은행 자체 상품인 '집단 대출'은 받을 수 있다고 안내했습니다.
[최모 씨/입주 예정자 : 아무래도 금리를 자기네들이 먹을 수 있는 게 보금자리론보다는 집단대출이 더 유리하기 때문에 하나은행에서 장난을 치는 게 아닌가.]
[김모 씨/입주 예정자 : 은행권에서 너무 머리 쓰고, 자기네 집단대출은 가능한데 보금자리론 대출은 안 된다. 그렇게 했다는 게 너무 황당한 거예요.]
취재가 시작된 뒤 하나은행은 정정 공지를 올리고 다시 보금자리론 대출을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보금자리론이 취소된 이유에 대해서는 신청 건수가 예상보다 많아 전산 오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또 애초 정부 대출규제 때문에 안된다고 공지한 건, 대출모집인이 자의적 판단으로 잘못 올린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