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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사람 사는데 '흉가 체험'…"유리창 깨고 비명"

입력 2021-08-25 20:53 수정 2021-08-26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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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밤마다 카메라를 들고 '공포 체험'을 하러 다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방치된 건물이나 버려진 집으로 가서 소동을 피운다고 하는데요. 안전 문제도 있겠지만, 사람이 아직 살고 있는 아파트로 가기도 합니다.

밀착카메라 이예원 기자가 주민들을 만나봤습니다.

[기자]

1969년에 준공된 부산의 한 아파트입니다.

재개발이 예정된 이곳은 240세대 중 6세대만 남기고 모두 떠났습니다.

아파트 곳곳에서 사람이 살지 않는 흔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빈집들은 뻥 뚫린 창문으로 내부 집기가 그대로 보이고요.

외벽도 보면, 문과 바로 이어져 있는데도 일부가 파손된 채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여기도 빈집인데 일부 유리창만 충격을 받은 듯 깨져 있습니다.

이 아파트는 공포 체험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른바 '흉가'로 알려져 있는데 주민들은 사람들이 밤에 찾아와 유리창을 깨트리곤 한다고 말합니다.

[정명산/주민 : 유튜버 이런 애들이 와가지고 법석을 떠는 거예요. 폐가 체험 어쩌고 그런 거 찍으려고 온 거예요. (유리창) 다 깨졌잖아.]

복도로 들어와 봤습니다.

이쪽을 보시면 계량기를 볼 수 있는 공간이 10개 넘게 있지만, 현재 설치돼있는 건 세 대 뿐입니다.

안쪽도 한번 확인해 볼까요.

빈집의 경우 살짝 열려 있는 창문 틈으로나마 안에 아무도 살지 않는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공포 체험을 하러 온 이들은 어느 곳이 빈집인지 확인하려 집집마다 두드리는데, 주민들에겐 큰 두려움입니다.

[정명산/주민 : 두드려가지고 기척이 없으면 뜯고 들어와서 긁어 가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경찰 불렀다고요. 라이트(손전등)도 샀어요, 이걸로 얼굴 확인하려고.]

아무도 살지 않는 아파트 한 동은 아예 입구를 막았습니다.

[술 먹고 막 엉망이고…와서 소란 많이 피웠거든. 저긴 합판으로 문을 다 막아 버렸어요.]

결국 경찰과 지자체가 치안 협의체를 만들었습니다.

[A구청 관계자 : 경찰서에선 순찰활동을 강화하고, 지자체에선 CCTV를 설치하고 현수막도 하나 걸었고요.]

공포 체험을 하는 사람들이 주소를 공유하는 또 다른 건물도 가봤습니다.

4층 규모의 건물이 뼈대만 남아있습니다.

여기가 방치된 건물이라 휴대폰 조명을 비추지 않으면 앞에 뭐가 있는지 잘 보이지가 않습니다.

이쪽에 튀어나온 철근이 많이 있어서 조심하지 않으면 다치기 쉬워보이고요.

그런데 안쪽에 뭔가 써 있는데요.

누군가 '귀신나옴' 이라고 적고 갔습니다.

흉가 체험을 온 사람들의 흔적인 겁니다.

[인근 숙박업소 사장 : 최근까지도 와요. 계속 와요. '와아아' 소리를, 여기서 죽는다고 소리 지르고.]

날이 밝은 뒤 다시 찾아가봤습니다.

건물 안쪽을 좀 살펴보겠습니다.

이쪽에 누군가 불을 피운 흔적이 있고요.

한층 더 올라가볼까요.

바닥 대부분이 뚫려 있는데요.

안쪽 벽을 보시면 누군가 안에 들어가 낙서를 한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식당으로 지어지려던 이 건물은 건축주의 부도로 2019년부터 이 상태로 멈춰있습니다.

[B구청 관계자 : 경매에 넘어가서 다른 분한테 넘어가든 그분이 재개를 하시든 올해 안에 정리는 될 거 같긴 하고요.]

주변 상인들은, 사고나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까 불안해합니다.

[인근 숙박업소 사장 : 계단이 완벽하지도 않은데, 난간도 잘못하면 큰일 나잖아요. 사고 위험성도 있고 또 젊은 애들이 또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잖아요.]

누군가 잠깐의 짜릿함을 즐길 때 누군가는 불쾌한 방문에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다른 사람의 터전에서 소란을 피우는 것까지 '공포체험'이란 말로 포장할 순 없을 겁니다.

(VJ : 박선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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