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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강우 "데뷔 20년 절박한 마음…엄살부리지 않아"

입력 2021-08-24 18:00 수정 2021-08-24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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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귀문'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를 진행한 배우 김강우 / 사진=CJ CGV영화 '귀문'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를 진행한 배우 김강우 / 사진=CJ CGV
'왜 지금까지 만나지 못했을까' 의아할 정도로 잘 어울리는 만남이다. 배우 김강우(44)가 데뷔 20여 년만에 첫 공포 장르 영화로 관객들에게 신선한 흥미로움을 선사한다.

김강우에게 도전적 작품이 된 영화 '귀문(심덕근 감독)'은 1990년 집단 살인 사건이 발생한 이후 폐쇄된 귀사리 수련원에 무당의 피가 흐르는 심령연구소 소장과 호기심 많은 대학생이 발을 들이며 벌어지는 극강의 공포를 그린다. 기획 단계부터 2D와 ScreenX, 4DX 버전을 동시에 제작한 최초의 한국 영화로 관객들에게 생생한 긴장감을 고스란히 전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극 중 김강우는 심령연구소 소장으로 분해 어머니의 한을 풀기 위해 진실에 다가서고, 그의 눈에만 보이는 귀신들과 싸우는 원맨쇼 활약을 펼친다. 심리적 전쟁과 육체적 변화를 모두 소화해야 했던 김강우는 여느 작품에서와 마찬가지로 온 몸 던진 열연을 담아냈다. 이젠 생고생 장인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다.

특유의 긴장감에 공포영화를 끝까지 보지도 못하고, 폐건물 안에서 꼬박꼬박 매니저의 손을 꼭 잡고 이동했던 김강우지만 '귀문'은 어렵고 힘들었던 현장만큼이나 강렬한 재미를 깨우치게 만든 계기가 되기도 했다. 까마득한 신인 후배들과의 호흡도 선배의 책임감을 새삼 깨닫게 했다는 후문. 김강우는 "엄살부리고 싶지는 않다"며 솔직한 미소를 지어보이기도 했다.

데뷔 20년 차를 맞이함과 동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고비를 함께 넘기고 있는 김강우다. '귀문'에 앞서 '새해전야' '내일의 기억' 등 팬데믹 시기에만 세 편의 영화를 스크린에 걸게 됐다. 김강우는 "딱 지난해를 기점으로 절박함이 생겼다"며 매 작품, 그리도 더 많은 작품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을 약속했다.

실제로 현재 촬영에 한창인 차기작 JTBC '공작도시'에서는 귀신보다 악독한 빌런으로 또 한 번 변화무쌍한 분위기를 뽐낼 전망.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다작 행보를 펼칠 김강우가 기록될만한 인생작을 남길지도 주목된다.
 
영화 '귀문'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를 진행한 배우 김강우 / 사진=CJ CGV영화 '귀문'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를 진행한 배우 김강우 / 사진=CJ CGV
영화 '귀문'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를 진행한 배우 김강우 / 사진=CJ CGV영화 '귀문'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를 진행한 배우 김강우 / 사진=CJ CGV

-의도치 않았겠지만 어려운 시기 영화를 세 편이나 선보이게 됐다.
"정말 의도치 않았다. 누가 보면 내가 굉장히 잘나가는 배우처럼 보이겠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웃음) 아무래도 팬데믹 시기가 길어지다보니 영화를 선보일 수 있는 시간도 조금 지나버렸다. 묵힌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올해, 또 상반기 위주로 세 편이 연달아 나오게 됐다. 나도 솔직히 말하면 당황스럽기도 하고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이상한 책임감도 생긴다. 우리 영화뿐만 아니라 개봉하는 모든 영화가 조금씩 다 잘 돼서 한국영화 훈풍이 불었으면 싶다. 개인적으로 기분이 좋은 건 다양한 장르를 선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부담감도 있을 것 같은데.
"당연히 부담스럽다. 한편으로는 '상황이 다 끝난 다음에 고생한 영화가 나왔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혼자만의 생각도 한다. 근데 그것이 또 배우의 역할인 것 같기도 하고. 어떤 상황에서든 관객 분들에게 희망도 드려야 하고 카타르시스를 드려야 하니까. 상황은 우리가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나에게는 늘 똑같이 연기하는 것이 내 직업이자 배우의 숙명이다. 개봉 등 이후의 문제들은 겸허하게 하늘의 뜻에 맡기는 심정이다."

-데뷔 20여 년만에 처음으로 공포 장르를 택했다.
"오래 기억에 남을 작품인 것 같다. 장르적으로도 처음 도전한 작품이고 생각했던 것보다 쉽지 않은 작품이었다. 조금 아쉬움도 있지만 엄청난 노력을 한 만큼 좋은 기억과 성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영화 '귀문'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를 진행한 배우 김강우 / 사진=CJ CGV영화 '귀문'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를 진행한 배우 김강우 / 사진=CJ CGV
영화 '귀문'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를 진행한 배우 김강우 / 사진=CJ CGV영화 '귀문'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를 진행한 배우 김강우 / 사진=CJ CGV

-무당의 아들이자 심령연구소 소장을 연기했다.
"심령연구소 소장이라 하면 익숙하지 않은 캐릭터지만 사실 무당이나 마찬가지다. 어머니 핏줄을 벗어나려 노력했지만 결국 피는 속일 수 없는지라 어쩔 수 없이 비슷한 무당의 길을 걷는다. 다만 과거의 무당과 달리 조금은 더 현대적인 해석을 가하려고 노력했다. 강남에서 잘나가는 역술가 설정을 넣었고, 자기 나름대로는 심령연구소 소장이라는 거창한 타이틀도 붙였던 것 아닐까 상상했다. 머릿속에 각인돼 있는 무당의 모습을 최대한 벗어나고자 했다. 한편으로는 비즈니스맨 같은 느낌도 나기를 바랐다."

-극 절반 이상을 이끌고 가는 캐릭터다.
"비중에 대한 부담감 보다는 '왜 도진이 저기 들어가 생고생을 해야 하느냐'에 대한 설득이 필요했다. 짧은 시간에 속도감 있게 나아가다 보니 영화를 보는 분들에게 확 닿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나 나름대로는 설정을 많이 넣으려고 했는데 개인적인 아쉬움은 있다."

-어떤 모습을 가장 중점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나.
"한정된 시간 안에 벌어지는 일이라 긴장의 강도와 변화하는 모습이 잘 보였으면 싶었다. 외적으로도 최대한 덜 먹으면서 지치고 퀭해 보이게 만들려 노력했다. 세수만 하고 나가는 느낌이랄까? 찌들대로 찌든 느낌을 주고 싶었다. 그렇다고 매일 술을 마신건 아니다.(웃음) 환경 때문인지 술을 안 마셔도 지치더라."

-겨울에 촬영했다.
"정말 녹록지 않았다. 영화의 메인 배경이자 공간이 되는 폐건물이 포천에 있었는데, 포천이 서울보다 훨씬 추웠다. 그리고 지난해 겨울이 한파가 심하기도 했다. 시동도 잘 안 걸려서 촬영장 인근에 바로 숙소가 있었는데 늦는 경우도 있었다. 한번은 커피차가 왔는데 커피가 안 된다고 하더라. 노즐이 얼어서. 내복도 세겹씩 껴입고 살았다."


-폐건물 촬영도 남다른 경험이었을 것 같다.
"연기하기에는 녹록지 않은 공간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답답했다. 전기, 수도 그런 것은 기본적으로 들어오지도 않고, 먼지도 많고, 아주 추웠다. 촬영 중간중간 햇빛을 많이 쬐려고 스스로 해바라기가 되기도 했다. 영화적으로는 당연히 큰 도움이 됐다. 꾸며진 세트가 아니라 실제 존재하는 건물이다 보니 나는 힘들었지만 캐릭터 입장에서는 많은 도움을 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영화 '귀문'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를 진행한 배우 김강우 / 사진=CJ CGV영화 '귀문'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를 진행한 배우 김강우 / 사진=CJ CGV
영화 '귀문'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를 진행한 배우 김강우 / 사진=CJ CGV영화 '귀문'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를 진행한 배우 김강우 / 사진=CJ CGV

-고생담으로는 톱 순위에 꼽힐 작품이겠다.
"실제로 보통 때는 촬영이 끝나면 여행을 가거나 새로운 곳을 찾아 다니는데 '귀문'을 찍고 나서는 일주일 동안 잠만 잤다. 집에서 가만히 누워 있었다. 하하. 현장에서 희한하게 체력 소모가 빨랐다. 주변에는 군부대 정도만 있을 뿐 아무것도 없었다. 읍내에 나가야 자장면 한 그릇 먹을 수 있는 정도였다. 어떤 기운이 있었던 것 같기는 하다."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당연한 말일 수 있는데 밤에 너무 무서웠다. 진짜. 정말.(웃음) 조명이 들어오지 않아서 기본적으로 엄청 어두웠고, 층층마다 이상한 소리도 나는 것 같았다. 화장실이나 의상 교체를 위해 분장실에 갈 때도 매니저 손을 꼭 붙잡고 다녔다. 하하."

-실제 귀신을 보면 흥행이 잘된다는 속설이 있지 않나.
"나는 경험하지 못했는데, 스태프들이 준비할 때 괴종시계가 그 시간이 아닌데 울려서 작업 다 망치고, 도구 던지고 뛰어나왔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나에게 안 나타나 다행이다. (웃음)"

-귀신의 존재를 믿나.
"믿는다. 안 믿는다고 하면 나타날 것 같다. 믿는데 좀 무서워하는 편이다. 공포영화도 즐기지 않았다. 감독님이 관련 영화를 여러편 추천해 주셨는데, 끝까지 제대로 본 작품이 없다. 그 특유의 긴장감을 못 견디겠더라. 근데 연기를 할 땐 그 긴장감이 재미있다. 직접 공포영화를 찍으면서 매력을 느꼈고 좋아졌다. 예전에는 아예 무지했는데 이젠 사람들이 어떤 공포영화 이야기를 하면 '어떤게 좋다'고 말할 정도까지는 올라왔다."

-점을 본 적도 있나.
"20대인가? 보러 갔는데 그 장소 들어간 순간부터 기분 이상하고 싸하더라. 그러다가 '배우 계속해도 될까요?'라는 질문을 던졌는데 '하지마'라고 했던 것 같다. 하하하. 사실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그때 딱 한 번 보고 안 봤다."

-공포영화 제의가 또 들어온다면 할 의향은 있나.
"또 하고 싶다. 오히려 '조금 더 디테일하게 잘할 수 있지 않을까' 혼자만의 자신감을 가져본다."

-김소혜·이정형·홍진기 등 신인 후배들과 호흡을 맞췄다.
"그 친구들 정말 열심히 했다. 상줘야 한다. 노력상.(웃음) 귀여웠던 것이 프리 단계에서 나는 감독님과 시나리오 이야기하고 캐릭터를 만들 동안 자기들끼리 연습실을 구해서 팀워크를 다지더라. 실제로 친해지면서 각자 맡은 장면을 연습하고 또 연습하는 모습을 보면서 후배지만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엄청난 열의를 보여줬고 덕분에 호흡도 더할나위없이 좋았다."
 
영화 '귀문'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를 진행한 배우 김강우 / 사진=CJ CGV영화 '귀문'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를 진행한 배우 김강우 / 사진=CJ CGV
영화 '귀문'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를 진행한 배우 김강우 / 사진=CJ CGV영화 '귀문'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를 진행한 배우 김강우 / 사진=CJ CGV

-최고참 선배가 됐는데.
"이번 현장에서는 특히 더 내가 제일 경력이 높기는 했다. 어린 친구들과 촬영해서 그런지 지치는 모습을 보여주면 안되고, 어느 순간부터는 이 친구들의 안전을 생각해줘야 하고, 주어진 시간 안에 그날의 분량을 다 끝내야 한다는 나와의 다짐을 하게 됐다. 열심히 하는 선배가 되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과거 내가 봤던 선배들 중에서도 '어쩜 저 사람은 저렇게 열심히 하고 영화밖에 모를까' 했던 분들이 아직 머릿속에 남아있고 왕성한 활동을 하고 계신다. 선배라서 특별한건 없지만 아무래도 책임감이 생기고 엄살 부리지 않으려고 한다."

-데뷔 20년만에 공포 장르를 만나게 됐는데 이외에 또 도전하고 싶은 장르가 있을까.
"멜로? 하하. 과거 멜로 영화는 젊은 친구들의 전유물이었다. 중년 멜로는 잘 없었다. 근데 정작 나는 20~30대 때 멜로에 대한 생각이 별로 없었다. '마흔이 넘고 세상을 살다 보면 더 원숙하게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래서인지 요즘 멜로가 끌린다. 문제는 이젠 작품이 많이 없다."

-어느덧 데뷔 20년 차가 됐다.
"부끄럽다.(웃음) 지난해를 기점으로 영화를 한다는 것에 대해 굉장히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됐다. '지금까지는 그저 편하고 행복하게만 작품 활동을 해왔구나' 싶더라. 이후에는 더 절박한 마음으로 연기하게 됐다. 장르를 떠나 여러 가지 것들에 마음이 간다."

-'귀문' 예비 관객들을 위한 인사를 전한다면.
"'귀문'은 한국 공포영화 최초로 제작 단계부터 4DX 등 특수관 포맷을 계획하고 촬영됐다. 꼭 극장에서 봐야하는 영화다. 여전히 극장에서 코로나19 감염이 크게 전파됐다는 사례는 없다. 안전한 공간이라 생각한다. 막바지 여름 시원하게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영화 '귀문'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를 진행한 배우 김강우 / 사진=CJ CGV영화 '귀문'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를 진행한 배우 김강우 / 사진=CJ CGV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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