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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사과·반성·선처…재판 소환 하정우 '솔직함' 승부수

입력 2021-08-15 16:02 수정 2021-08-15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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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사과·반성·선처…재판 소환 하정우 '솔직함' 승부수

솔직하지 못했던 지난 날을 반성하며 다시 솔직함으로 승부수를 띄었다. 핑계댈 것도 없고, 반박할 것도 없다. 법정까지 선 마당에 내놓을 수 있는 무기는 '진심' 뿐이다.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 재판까지 소환된 배우 하정우(본명 김성훈·44)가 거두절미, 모든 공소사실을 인정하며 선처를 구했다. 10명의 변호사 이름이 하정우 사건 담당으로 오른 것에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지만 법정에서 특별한 효용 가치는 없었다. 오히려 하정우가 꺼낸 몇 마디가 최고로 강력한 변호가 됐다. 이 또한 변호인들의 회의 결과물일 수 있지만, 익히 잘 알려진 하정우 성격상 가장 할 수 있는 말이기도 했다.

하정우는 지난 10일 오전 서울중앙지법(형사24단독)에서 박설아 판사 심의로 진행된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혐의에 대한 첫 공판에 직접 참석했다. 하정우는 2019년 2월부터 9월까지 총 19회에 걸쳐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하고 9회에 걸쳐 동생 이름을 차용하는 등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애초 검찰은 해당 사건과 관련, 하정우를 벌금 1000만원에 약식기소 했지만 법원이 하정우를 다시 불러 들였다. 형사소송법상 법원은 약식기소 사건을 약식명령 할 수 없거나 법리 판단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면 직권으로 공판에 회부할 수 있다. 벌금형 이후 직접 쓴 입장문으로 상황을 마무리하려 했던 하정우는 결국 정식 재판에 회부돼 카메라 앞에 섰다.

재판에 회부된 만큼 알려지지 않은 특별한 사안이 있을까 싶었지만 내용은 이전과 크게 달라진 점도, 추가된 점도 없었다. 하정우 측 변호인도 수면마취가 필요 없는 시술까지 프로포폴을 투약한 공소사실은 인정하면서 "다만 대부분의 투약이 전문 피부치료를 위해 의사 지시 하에 이뤄졌다. 양은 병원이 차트를 분산 기재해 진료기록부 보다 훨씬 적다. 피고인은 피부 트러블이 매우 심각해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전문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불법성이 미약하니 참작해 달라"는 변호를 거들었을 뿐이다.

검찰도 "피고인 동종 범죄 전력이 없고, 이 사건 프로포폴 투약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며 약식기소와 마찬가지로 벌금 1000만원과 8만8700여원의 추징금을 구형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벌금형이 떨어진만큼 하정우의 잘못이 명확한건 반박할 수 없지만 하정우 외 다양한 인물들, 특히 재벌가가 연루됐던 사건이라 관련 조사를 위해 피라미드를 쌓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내비쳤다.

이유를 막론하고 하정우는 고개 숙였다. 그는 최후 진술에서 "이 자리에 서기까지 내가 얼마나 주의 깊지 못했고 경솔했는지 뼈저리게 후회하고 반성했다. 많은 관심을 갖는 대중배우가 신중히 생활하고 모범을 보여야 했는데, 동료와 가족에게 심려와 피해를 끼친 점 고개 숙여 사죄한다. 부끄럽고 염치없지만 재판장님 앞에서 다짐하고 싶다. 다시는 이 자리에 서지 않도록 조심하겠다. 사회에 기여하는 건강한 배우가 돼 저의 과오를 갚을 수 있도록 선처 부탁드린다"고 짧고 굵게 말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한 변호인이 하정우의 대중문화 발전 기여와 경제력을 운운하며 "사건이 불거진 후 배우로서 활동도 못하고 손실이 크다. 소속사 수입 90%가 하정우에게 달려있다. 직원들의 생계마저 위협받게 될 것이다. 벌금형을 초과하는 형이 선고되면 드라마·영화 제작에도 큰 차질을 빚게 된다"고 언급한 것이 알려져 뭇매를 맞기도 했다. 대중을 향한 하정우의 이미지 관리를 위한 발언이 아닌, 오로지 최대한의 선처를 위한 나름의 읍소였겠지만 작전 실패다. 10명의 변호사 고용에 대해 "특별한 건 아니다"는 하정우의 마지막 말 또한 결과적으로 진실이 됐다.

바닥부터 다시 시작이다. 공든 탑은 스스로 무너뜨렸고 워낙 호감도 높은 배우였기에 실망도 한 순간이다. 평생 떼어내지 못할 꼬리표도 붙어 버렸다. 쉽게 꺼지지 않을 비판 속 당장 할 수 있는건 결국 충실한 본업이다. 지난해 초 프로포폴 관련 최초 의혹이 불거진 후 모든 활동을 멈춘 채 나름의 자숙 기간을 가졌던 하정우는 올 초 기본 OTT 공개용으로 제작된 '야행' 촬영을 마쳤고, 현재 넷플릭스 '수리남' 촬영을 진행 중이다. 극장 개봉 준비작은 '1947 보스톤' 한 편 정도다. 주연배우의 이미지 실추는 이미 생채기난 오점. 최종 선고에 작품들의 운명도 달렸다.

이후는 모조리, 당연히 하정우 본인의 몫이다. 미친 연기 보답이 전부가 될 순 없다. 법정에서 약속한 '사회에 기여하는 건강한 배우' '과오를 갚을 수 있는 선처'를 어떤 식으로 해결하고 보여줄지도 꾸준히 증명해내야 한다. 그 안에는 하정우가 크게 사랑 받았던 이유, 노련한 솔직함이 담보돼야 한다. 브레이크 없던 질주가 잠시 멈췄다. 데뷔 이래 최대 고비가 배우 하정우로 다시금 온전히 빛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줄지 주목된다. 선고 공판은 9월 14일 오후 1시 50분에 속행된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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