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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뽑히고 잘린 가로수…그늘 없는 길 3도 더 높았다

입력 2021-08-13 20:55 수정 2021-08-13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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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너무 더운 날, 거리에 서 있거나 횡단보도 신호 기다릴 때 어떻게든 뙤약볕 피해서 나무 그늘 아래에 서 보셨던 분들은 아실 겁니다. 나무 한 그루가 열기를 피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우리가 왜 잘 보살펴야 하는지 밀착카메라 조소희 기자가 직접 온도를 재보고 비교해가면서 알아봤습니다.

[기자]

[김난자/서울 강서구 A아파트 주민 : 집에 에어컨이 없어서 바람이라도 좀 쐬려고 그러는데, 보통 문제가 아니여. 나무 죽고 사람도 더위에 힘들고…]

벤치에서 쉬고 있는 노인들.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자 콘크리트로 지어진 집을 두고 그늘을 찾아 나온 겁니다.

지구 온난화 때문에 시민들은 올여름 평생 겪어보지 못한 더위를 온몸으로 이겨내야 했습니다.

이 더위를 피해 거리로 나선 시민들, 가로수 한 그루가 마음의 여유를 만들어 줍니다.

그런데 이상한 모습도 발견됩니다.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 앞입니다.

가로수가 가지가 모두 잘린 채 가지만 앙상하게 남아있습니다.

왜 그럴까. 관리사무소를 찾았습니다.

[A아파트 관리사무소장 : 원래 나무는 말이죠. 전지작업 해줘야 돼요. 주민들이 벌레 들어간다고 말도 많이 하고.]

복도식 아파트 앞에 큰 나무가 자라면 집에 벌레가 들어온다는 주민들의 민원 때문입니다.

현재 기온은 32도.

주민들의 민원 때문이라곤 하지만 가지를 모두 잘라버려 그늘도 생기지 않습니다.

인근의 다른 아파트.

울창한 나무가 인상적입니다.

그 사이를 걸어봤습니다.

가지치기를 한 나무 사이에 있을 때보다 0.8도가 낮았습니다.

다른 지역으로 와 봤습니다.

도로 정비 사업 때문에 멀쩡한 가로수 30여 그루가 뿌리째 뽑혔습니다.

두 그루는 밑동만 남았습니다.

80m 거리에 그늘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인도 위 바닥 온도를 측정해봤습니다.

41도까지 올라갑니다.

가로수가 남아있는 맞은편 보행자 도로는 3도 낮은 38도에서 더 이상 오르지 않습니다.

[이창민/인근 주민 : 요즘같이 더운 날씨에 많이 불편한 것만 같아요.]

구청도 이유가 있습니다.

[영등포구청 관계자 : 가로수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인근 가게라든가 간판이 하나도 안 보여요. 비 오면 (나무) 안에 뻥 뚫린 데가 많다 보니까 비 오면 쓰러질 위험도 있고…]

활동가들은 기후 변화까지 고려한 가로수 관리 계획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김태연/'가로수를 아끼는 사람들' 활동가 : 지금의 가지치기 수준은 허리 베고 목 베고 그 정도로. 국제적으로 얘기하기에는 나무 전체의 25% 이상은 제거하면 안 되거든요.]

발상의 전환으로 시민들에게 그늘을 선물한 곳도 있습니다.

마포구청은 한 개에 400만 원이 넘는 그늘막 대신 이렇게 그늘나무를 설치했습니다.

도로를 따라 서 있는 가로수를 시민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머무는 장소로 옮겨 심은 겁니다.

전문가들은 가로수뿐 아니라 도심 속 숲을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서홍덕/국립산림과학원 도시숲 연구사 : 소규모의 녹지 지역도 연결이 되면 숲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을 대표하는 성수동 서울숲을 찾았습니다.

서울숲은 2005년까지 있던 경마장이 과천으로 이사간 뒤 만들어졌습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최근 낸 자료에 따르면 최근 폭염이 이어지던 시기 서울숲 앞 도로는 최대 40.6도까지 달궈졌습니다.

인근 공장의 외벽은 43.7도까지 올랐습니다.

하지만 서울숲은 28.8도로 전혀 다른 세상이었습니다.

오늘 서울숲을 직접 찾았습니다.

산림과학원과 같은 방식으로 온도를 측정해봤습니다.

숲 인근 공장과 서울숲의 온도 차는 6도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해 심어졌지만, 울타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두 나무가 이렇게 다르게 자랐습니다.

가로수를 어떻게 심고 관리하느냐에 따라 나무는 물론이고 폭염 속 시민들의 생활도 달라지지 않을까요.

(VJ : 최효일 / 인턴기자 : 정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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