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돈 빌려 가고 안 갚는 사람, 괘씸하단 생각에 화부터 나죠. 그런데 아무리 화가 나도 빌려준 사람이 오히려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절대 하면 안 되는 행동이 있습니다.
'세상에 이런 법이' 강현석 기자가 알려드립니다.
[기자]
<지난주 '이런법이'>
"친구끼리, 가족끼리는 돈 빌려주지 마라는 얘기…"
"더 중요한 건 이체기록이 확인되는 것입니다."
'당장 돈 날아갈 판인데 기약없는 소송을 하라니 한가한 공자님 말씀처럼 들릴 겁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행동에 나서면 안 됩니다.
'채권추심법'이란 법 때문이죠.
이 법은 다른 법과 좀 다릅니다.
금지, 금지, 금지, 하지 말라는 것 투성이죠.
어쩔 수 없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실제 험악한 추심이 진짜 있으니까요.
<영화 '비열한 거리'>
"108동 503호, 남의 돈 꿔갔으면 갚아야 할 것 아니야!"
사실 사소한 '독촉'도 충분히 범죄가 됩니다.
이렇게 말이죠.
<주변인 압박 = 범죄>
1500만 원을 받지 못한 A씨.
'부부가 짜고 전화 안받냐'며 채무자의 배우자에 연락했습니다.
안 됩니다. 배우자는 '제3자'거든요.
'벌금 50만 원'
<반복적, 야간 연락도 범죄>
밤에 빚 독촉 전화를 하면 안됩니다.
이 법은 놀랍게도 독촉 가능 시간까지 정해놨습니다.
낮에는 되지만 '독촉이 반복되면' 이것도 처벌됩니다.
곗돈만 받고, 자기 몫을 내지 않은 계원.
결국 채무자가 그 가족들에게 석달 동안 130여 차례나 연락했죠.
'벌금 100만 원·집행유예'
[이용수/변호사 : (금감원은) 방문의 경우에는 주 2회까지, 전화나 서면 등의 경우는 주 3회, 월 10회까지를 통상적인 가이드라인으로 잡고 있습니다.]
<장례식장·결혼식장 추심?>
돈 받아내기 딱 좋아 보이는 장소죠?
하지만 독촉 금지 장소입니다.
형사처벌까지 안 되지만, 2천만 원 이하 과태료 사안입니다.
[안준형/변호사 : 혼인이나 장례 때 지인이나 친척이 많이 모이잖아요? 공개적으로 채무독촉을 못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망신줘서 돈 받기?>
채무자 아파트 1층에서 '돈 갚으라', '가족 나와라' 외친 C씨.
망신주기는 성공. 하지만, 불법입니다.
벌금 100만 원으로 끝났지만, 명예훼손도 될 수 있습니다.
<선 넘으면 '실형'>
우리 판사님들, 선 넘은 추심엔 가차 없습니다.
500만 원을 빌려줬다 받지 못한 D씨.
자신의 SNS에 채무자 사진을 올리고 온갖 험한 말을 썼습니다.
벌금 500만 원, 딱 빌려준 돈 만큼이네요.
단돈 40여 만 원을 받지 못한 E씨.
'가정방문한다', '몸이라도 팔라'는 등 온갖 협박을 하다 실형을 받았습니다.
(야간 추심) 안 되고, (반복적 독촉) 안 되고, (경조사장 추심) 안 되고, (주변인 연락) 안 되고…
죄다 안된다니 '어쩌라고' 싶겠지만, 선을 아는 게 중요합니다.
[안준형/변호사 : 돈 갚지 않으면 소송하겠다, 형사고소하겠다 이 정도까지는 괜찮은데 구체적인 협박이나 해악의 고지가 들어가면 위법한…]
(취재협조 : 로톡)
(영상디자인 : 이정회 / 영상그래픽 : 김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