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인터뷰] '방법: 재차의' 연상호 "변화의 시대…젊기에 계속 도전"

입력 2021-07-23 16:06 수정 2021-07-23 16:07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연상호 작가. CJ ENM 제공. 연상호 작가. CJ ENM 제공.


연상호 감독이 이번엔 시나리오 작가 연상호로 돌아왔다.

OCN 드라마 '방법'에 이어 28일 개봉하는 영화 '방법: 재차의'의 각본을 맡아 작가로서 관객과 만난다. 영화 '방법: 재차의'는 되살아난 시체 재차의에 의한 연쇄살인사건을 막기 위해 미스터리의 실체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는다. 드라마 '방법'의 세계관을 스크린으로 확장한 작품이다.

연상호는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연구하고 계속 변하고 있다. '돼지의 왕'·'사이비' 등 사회비판적인 애니메이션 영화의 감독으로 시작해, '부산행'과 '염력'으로 K-좀비 열풍을 선도했고, '방법'으로 드라마 각본을 썼고, '방법: 재차의'로 영화 각본가로 활약했다. 하반기 공개 예정인 넷플릭스 '지옥'에서는 시리즈 연출까지 경험했다. 준비 중인 넷플릭스 영화 '정이'로는 새롭게 SF 장르에 도전한다.

연상호의 유니버스라는 뜻의 '연니버스'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탄탄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한 연상호 감독 그리고 작가. 이번 영화로 또 한 번 '연니버스'를 확장한다.
 
영화 '방법: 재차의' 포스터. 영화 '방법: 재차의' 포스터.

-제목과 등장 인물 일부가 동일할 뿐, 극장판은 사실상 전혀 새로운 장르다. 이런 점에서 신선한 시도로 보인다.
"정지소가 연기하는 소진의 귀환에 대해 생각해봤다. 소진이 멋있게 돌아오는 에피소드를 만들면 어떨지 생각했다. 영화로 작업을 하면 좋을 것 같았다. 드라마를 하면서 조사를 했었다. 한국의 요괴와 귀신에 대해 조사했는데, 하다보니 재미있는 초자연적 존재가 많이 있더라. 그 중 몇 가지에 관심을 갖게 됐고, 재차의라고 하는 존재에 관심이 갔다. 재차의가 좀비라는 생각은 거의 하지 않았다. 주술사에게 조종을 당하는 시체라고 생각했다. 강시 같은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재차의처럼 주체성 없이 움직이는 존재에 관심을 두는 이유가 있나.
"오래 작업하면서 (내 작품의) 공통된 주제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과연 나는 주체적으로 움직이고 있는가'라는 의문을 이전부터 가지고 있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꿈이 치과의사였다. 치과의사가 되는 게 꿈이었던 이유는 부모님이 좋다고 해서다. 학교 성적을 보고서는 치과의사가 되기 힘들다고 생각했지만.(웃음) 이후로도 나라는 존재가 주체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지만, 사실 이데올로기 안에서 움직여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전작 '사이비'에서 종교적 이야기를 다룰 때에도 그렇다. 경중은 다르지만, 조금씩은 무언가에 의해 조종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계속 해왔던 것 같다."

-드라마는 김용완 감독이 연출했지만, 영화는 직접 연출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이번에도 각본만 쓴 이유가 있나.
"그 전에는 영화의 대본을 쓰고 연출까지 했다. '돼지왕'이나 '사이비' 같은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에는 각본도 쓰고, 연출도 하고, 작화도 조금 참여하고, 정산도 했다. (여러 포지션을 맡은 것에 대한) 두 가지 정도의 이유가 있다. 엔터 쪽 환경이 변하는 시기다. 급변하는 시기에 해볼 수 있는 게 많고, 하고 싶은 게 많다. 그걸 개인이 진행한다는 것에는 시간적, 물리적 한계가 있다. 2년 전 최규석 작가와 웹툰 '지옥' 작업을 했다. 내가 쓴 글을 가지고 만화로 만드는 작업이 신선한 경험이었다. '내가 생각했던 결과물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는데, 그게 오히려 신선하더라. 드라마 '방법' 또한 비슷했다. 내가 연출하면 뻔한 결과가 예상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건 전혀 생각하지 못한 건데?'라는 결과물을 받는 즐거운 경험을 했다. 그래서 다른 창작자들과의 컬래버레이션 기회를 늘려가면 좋을 것 같다. 김용완 감독이 연출로 들어오며 '방법'의 상당한 부분이 만들어졌다. 김용완 감독이 나보다도 세계관을 잘 이해하고 있다. 영화도 김용완 감독이 연출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영화 '방법: 재차의' 스틸. 영화 '방법: 재차의' 스틸.

-처음부터 이렇게 시리즈를 확장시킬 계획을 세운 건가.
"'방법' 드라마를 시작할 때는 시리즈로 가면 좋겠다는 생각까지는 안 했다. 오히려 대본을 쓰면서 소재에 대해 취재했더니 초자연적인 존재들이 정말 재밌는 것들이 많더라. 하나의 구심점을 중심으로 여러가지 이야기가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을 대본을 쓰는 와중에 했다. 대본을 쓰면서 이후 영화 시리즈에 관한 논의를 제작사 그리고 채널 쪽과 했다. 나는 프리랜서다. 오더가 떨어져야 일을 한다.(웃음) (시리즈에 대한) 많은 이야기는 나누고 있다. 개인적으로 '방법' 세계관이 조금 더 넓게 펼쳐졌으면 한다. 드라마 시즌 2의 기본적 아이디어는 제작사와 공유하고 있다. 새로운 주인공이 나오는 스핀오프 '괴이'가 다음달에 촬영에 들아간다. 티빙 오리지널로 내년 상반기 공개될 예정이고, '한여름의 판타지아' 장건재 감독이 연출한다."

-연출로 참여할 때와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각본도 쓰고 연출을 했을 때는 하도 (촬영과 편집 과정에서) 봤던 것이라, 객관적 시선에 대한 의문이 생길 때가 있다. 근데 작가 역할을 하니 신선하다. 이걸 어떻게 찍고 연기하고 편집됐는지 기대하며 기다린다. 연출할 때 참고할 점을 배우기도 한다. 작가로서 다른 연출자에게 맡기는 재미도 있고, 연출하는 재미도 있다. 다른 사람이 쓴 각본을 연출하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 아직 젊은 나이다. 최대한 여러 경험을 하고 싶다."

-'연니버스'를 잘 구축했다고 생각하나.
"유니버스라는 말이 유행이 돼서, '연니버스'라는 말이 나온 것 같다. 민망하다.(웃음) 사실 '연니버스'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방법'은 '방법'의 세계관이다. 내가 만들어냈다고 생각하지 않고, 김용완 감독이나 배우들이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생겨난 거다. 이런 세계관에 큰 재미를 느끼는 관객이 많아진다면 유연성 있게 작품을 이어갈 수 있는 것 같다. 트랜스 미디어라는 말이 있지 않나. (경계를) 부숴나가야 트랜스 미디어가 강렬해지는 것 같다. 드라마 '방법'을 몰랐던 분들도 영화를 보고 드라마를 찾아볼 수도 있고,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 한 매체에서 완벽하게 마무리하는 것이 과거에는 미덕이었는데, 이제는 여러 매체로 세계관을 공유하는 게 늘어나고 있다고 본다. '방법'·'방법: 재차의'·'괴이'·드라마 '방법' 시즌2가 유기성을 갖고 세계관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연상호 작가. CJ ENM 제공. 연상호 작가. CJ ENM 제공.

-'연니버스'의 핵심은 무엇인가.
"이런 시리즈나 세계관이 보편적인 가치를 가진 작품이었으면 한다. 작품의 주제를 곱씹어보고 도전적이고 문제 의식을 던지는 작품도 중요하지만, '방법' 세계관은 스낵 컬처로 소비되길 바란다. 대중적인 가치관에 반하지 않는 보편적인 세계관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세계관을 만들며 제일 많이 떠올린 것들이 있다. 어렸을 때부터 서브 컬처에 관심이 많았다. 그 당시엔 뭔가 불량식품 같은 것들이었다. 만화나 비디오 영화 같은 것들을 보면서 즐거움을 느꼈다. 그때의 경험이 지금 영화 일을 하면서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방법'도 그런 것에 포함돼 있다. 이런 콘텐트는 어린 친구들이 많이 접하게 되는데, 보편적 가치에서 아주 많이 벗어나지 않았으면 했다. 어린 친구들에게 건강한 가치관을 선사하고 싶다. 어려운 세계관은 지양한다."

-드라마와 비교해 어떤 부분을 더 강조하고 차별화 시키고 싶었나.
"쓰여진 대본에 비해 예산이 풍요롭지는 않았다. 조금 더 잘 만들고 구현하고 펼쳐가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연출한 김용완 감독은 아이디어를 많이 고심했다. 그래서 프리 프러덕션을 할 때 어느 부분에 집중할지 고민했다. 이야기의 흐름상 백소진이 후반부에 등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야 본격적인 대결 구도가 이뤄진다. 후반부까지 어떤 힘으로 끌고 갈 것인지 고민했다. 전반부는 엄청나게 빠르고, 비주얼적인 액션신을 모아서 소진의 등장까지 텐션을 이어가려 했다."

-작품의 세계관이 다른 매체로 확장되는 것이 트렌드라고 언급했는데, 연상호 작가의 세계관이 드라마와 영화에 이어 만화의 형태로도 나올 가능성이 있나.
"상황이 허락하는 대로 뭔가 시도하고 있다. 여러분이 굉장히 잘 모르는 파트에서도 그런 작업을 하고 있다. 재작년에 네이버에서 연재한 '지옥'이 넷플릭스를 통해 드라마화되기도 한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반도'의 프리퀄은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 중이다. 만화를 안 보는 사람들은 '반도' 프리퀄 연재 소식을 모를 수도 있는데, 이 만화를 보고 해외에서 애니메이션 제안도 들어온다. 그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새로운 뭔가로 변화하고 있다. 다양한 방식, 다양한 매체에 열려 있다."
 
영화 '방법: 재차의' 스틸. 영화 '방법: 재차의' 스틸.

-영화에서 프리퀄이 아니 시퀄로 풀어낸 이유는 무엇인가.
"기획안 중에 조민수가 연기하는 진경 도사가 주인공인 작품도 있다. 앞으로 가능성이 다 열려 있다. '방법'과 '방법: 재차의'를 통해서 만들어질 수 있는 다른 것들도 있을 거다. 다만, '방법: 재차의' 영화까지의 동력을 만드는 것은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거기 안에 다 껴있기는 힘들다.(웃음) 단초를 마련했을 뿐이지, 더 풍성한 세계관으로 만들어내는 건 개인이 할 일은 아니다. 제작사가 더 아이디어를 내서 세계관을 확장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여러 가지 이야기를 콘텐트로 만드는 비결이 있나.
"동시다발적으로 일을 할 수 없다. 시나리오를 쓴다는 것은 힘들다. 여러 개의 일이 있을 때는 순서를 세우는 편이다. 순서를 정해서 계획대로 작업한다. 스케줄을 짜놓고 규칙적으로 움직인다. 독립 애니메이션을 했었는데, 작화도 하고 배경도 하고 합성도 했다. 단편 애니메이션 할 때부터 체계적 계획이 없으면 작업할 수 없는 시스템이었다. 단편을 할 때부터 루틴을 짜서 작업했다. 그 방식이 지금까지 비슷하게 이어지고 있다."

-언제나 기대치가 높은 연출자 혹은 작가다.
"부담이 없을 수는 없다. 작가로서 관심을 많이 받는 것은 부담보다는 행복한 일이다. 행복이 크다. 한때는 아무리 작업해 작품을 만들어도 관심을 못 받았었다. 관심과 기대가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잘 안다. 그리고 기대치만큼 결과를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늘 있다. 늘 이야기하지만, 기대치 이상의 뭔가를 보여주려고 하면 그만큼 실패도 따른다. 반대로 안정감을 선택하면 그만큼의 재미는 없어진다. 창작자로서 재미와 유니크함을 위해 계속 시도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안정적인 부분을 택했다면 애초 이 직업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반도' 개봉 당시에도 코로나19 시국에 대해 희망적인 바람을 이야기했다.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또 다른 영화를 선보인다.
"작년에는 ('반도'를) 개봉하는 게 쉽지 않았다. 내부에서도 개봉 일정을 연기한다는 등의 별의별 이야기가 다 나왔다. 지금 돌아보니 작년에 개봉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 올해 또 시사회를 하고 나니 머리가 복잡하다. 내부에서도 이야기가 많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창작자로서 영화를 관객에게 선보이는 것까지가 엔딩이다. 영화를 만들고 1년 넘게 선보이지 못하는 창작자가 어마어마하게 많다. 일단 선보일 기회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방법: 재차의'의 경우 그 이후에도 계속 시리즈가 나오면 찾아볼 수 있고, 영화를 보고 드라마를 볼 수도 있다. 그런 시대다. 유기적인 역할을 가지고 있는 영화를 선보이게 돼 안심이 되는 측면도 있다."
 
'정이'에 출연하는 배우 강수연·김현주·류경수. 넷플릭스 제공. '정이'에 출연하는 배우 강수연·김현주·류경수.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SF 영화 '정이'는 또 다른 연니버스를 담는 것 같다.
"극장용, 대중적 영화를 만든다면 고려해야 할 상황이 있다. 관객을 고려해야 한다.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정이'는 그런 것에서 많이 벗어나 작업하고 있다. 영화이기도 하고, 넷플릭스이기 때문에 관람 소비 방식이 다르다. 굉장히 정적이고 단편 소설 같은 형식의 SF 영화다.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영화인데, 아주 소박한 서사다.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방식을 선보이게 될 것 같다. '지옥'도 마찬가지이고, (넷플릭스가) 여러가지 자유로운 편이다. 마니악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전작 '돼지의 왕'이나 '사이비'에 더 가까운 작품이다."

-흥미롭게도 나홍진 감독이 '부산행'과 비슷한 시기 '곡성'에 좀비 비슷한 존재를 등장시켰다. 이번에는 '방법 재차의'가 나 감독이 제작한 '랑종'과 비슷한 오컬트 소재다.
"완전히 우연이다. 나홍진 감독과 안부 통화 이외에는 연락을 못 했다. '랑종'을 보며 '이쪽도 그쪽(오컬트)이네?'라는 생각을 했다. 톤 앤 매너는 다르지만. '곡성'에 좀비 나오는 건 전혀 몰랐다. '부산행' 할 때도 그런 생각을 했다. '우연의 일치가 아닌가'."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