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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면 팬미팅·입 열면 명언…칸 홀린 '레전드 봉준호'(종합)

입력 2021-07-11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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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74회 칸국제영화제 공식 SNS사진=제74회 칸국제영화제 공식 SNS
봉준호 감독이 올해 칸영화제 최고의 스타로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에는 온·오프라인 행사를 모두 포기, 올해 기존의 5월 축제를 7월로 옮겨 지난 6일(현지시간) 2년 2개월 만에 문을 연 제74회 칸국제영화제가 무탈하게 반환점을 돌 전망이다.

여전한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철저한 방역으로 전 세계 영화인들과 영화 팬들을 맞이하고 있는 칸영화제의 전반부 최고 스타는 단연 멈췄던 영화제 시계의 연결고리가 되어 준 봉준호 감독이었다.

2년 전인 2019년 72회 칸영화제에서 '기생충'으로 대한민국 100년 영화사 최초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았던 봉준호 감독은 "올해 칸영화제의 개막을 선언해 달라"는 티에리 프리모 집행위원장의 연락을 받고 칸으로 향했다.

봉준호 감독은 "나에게 왜?"라는 질문을 던졌다고 했지만,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가 이해할 수 밖에 없고, 실질적으로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칸 집행위원장의 요청이다. 칸영화제 입장에서는 봉준호 감독이 먼 거리를 직접 움직여준 것에 감사했을 터다.

역시 주인공은 가장 늦게 등장하는 법. 칸영화제는 마지막까지 봉준호 감독의 참석을 비밀에 부쳤고, 개막 직전에야 '스페셜 게스트' 언급과 함께 봉준호 감독의 스케줄을 공개했다. 깜짝 손님답게 봉준호 감독의 일거수 일투족은 모조리 화제를 모았다.

한국어 포함 4개국어 개막선언
사진=제74회 칸국제영화제 공식 SNS사진=제74회 칸국제영화제 공식 SNS

사진=제74회 칸국제영화제 공식 SNS사진=제74회 칸국제영화제 공식 SNS
"아비에르토(Abierto), 우베르(Ouvert), 선언합니다, 오픈(Open)!"

올해 칸영화제는 스페인어·프랑스어·영어, 그리고 한국어까지 4개 국어로 개막을 선언했다. 봉준호 감독이 먼저 영어로 "제74회 칸 영화제 개막을 선언한다"고 선창한 뒤, 스페인 명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스페인어)와 조디 포스터(프랑스어), 봉준호 감독(한국어), 그리고 심사위원장 스파이크 리(영어)가 울려 퍼졌다.

또한 무대에 오른 봉준호 감독은 "지난해 코로나로 인해 영화제에 한 번의 끊어짐이 있었는데 '그 끊어짐을 연결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며 "영화제는 잠시 멈췄을지언정 뤼미에르 형제의 영화에서 기차가 달린 이후로 수백 년 동안 이 지구상에서 영화는, 시네마는 단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시작부터 명언을 쏟아냈다.

봉준호가 있는 곳이 곧 '팬미팅'


사진=제74회 칸국제영화제 공식 SNS사진=제74회 칸국제영화제 공식 SNS
사진=제74회 칸국제영화제 공식 SNS사진=제74회 칸국제영화제 공식 SNS
사진=제74회 칸국제영화제 공식 SNS사진=제74회 칸국제영화제 공식 SNS
미국 모델이자 배우 벨라 하디드는 칸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한 직후 자신의 SNS에 '오늘 봉준호 감독과 레드카펫 밟았다. 안아주면서 그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었다. 그냥 확 껴안았어야 했는데. 레전드와 같은 공간에 있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는 글을 남겨 봉준호 감독의 열렬한 팬임을 인증했다.

'기생충'으로 오스카 레이스를 치를 당시 "구름 인파가 몰려 있는 곳을 찾으면 봉준호 감독이 있는 곳"이라는 일화는 이번 칸영화제에서도 유효했다. 차마 인사하지 못한 채 SNS 자랑으로나마 기쁨을 표한 벨라 하디드처럼 봉준호 감독은 칸영화제를 찾은 영화인들과 영화 팬들의 레전드이자 스타였다. 게릴라 팬미팅 현장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

칸영화제 측은 봉준호 감독이 자리에 없어도 봉준호 감독과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는 행사, 영화인들을 소개할 때면 '봉준호'라는 이름을 꼭 언급했다. 개막식과 포토콜 등 직접 등판하는 행사에서는 사진 기자들의 뜨거운 취재 열기가 쏟아졌고 현장 인터뷰도 자연스레 이뤄졌다. 봉준호 감독은 공식 행사를 비롯해 프랑스 매체 인터뷰까지 빼곡한 일정을 소화하며 영화제를 즐겼다.

외신의 '봉준호 사랑'도 빼놓을 수 없다. 각 외신들은 봉준호 감독의 움직임을 국내 매체 못지 않게 상세히 보도했다. 프랑스 매체 20미닛츠(minutes)는 봉준호 감독과 특별 인터뷰를 진행, "봉준호 감독은 각종 영화제에서 상을 휩쓸었지만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며 그와 나눈 이야기를 발빠르게 싣기도 했다. 그들은 봉준호 감독이 더위에 들고 있던 초록색 미니 선풍기에까지 관심을 가졌다.

봉준호 감독은 해당 인터뷰에서 "프랑스 방송사 채널3에서 칸영화제 개최를 기념해 방영한 '기생충'을 놓쳐 아쉽다. 송강호 배우가 불어를 하는 모습(더빙)이 보고 싶었다. 상상만 해도 재미있다"고 귀띔하는가 하면, "한국은 코로나19 방역을 철저히 해 프랑스처럼 봉쇄령이 내려지지 않았다" "평가 받아야 하는 새 영화 없이 이렇게 편한 마음으로 칸에 온 것이 처음이다"는 진심을 터놨다.

명불허전 '감독 봉준호'의 과거·현재·미래
제74회 칸 영화제 '랑데부 아베크(Rendez-vous avec)'에 참석한 봉준호 감독. 칸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제공. 제74회 칸 영화제 '랑데부 아베크(Rendez-vous avec)'에 참석한 봉준호 감독. 칸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제공.
제74회 칸 영화제 '랑데부 아베크(Rendez-vous avec)'에 참석한 봉준호 감독. 칸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제공. 제74회 칸 영화제 '랑데부 아베크(Rendez-vous avec)'에 참석한 봉준호 감독. 칸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제공.

장소 불문, 입만 열면 센스 넘치는 입담에 봉준호 감독의 입이 열리길 기대하는 이들도 상당하다. 이에 봉준호 감독을 초빙한 '랑데부 아베크'(Rendez-vous avec) 행사는 올해 칸이 준비한 최고의 선물 중 하나였다. 현장 안팎에는 봉준호 감독을 보기 위해 수 많은 영화팬들이 몰렸고, 봉준호 감독은 약 1시간 40분간 '감독 봉준호'에게 궁금한 모든 것을 최대한 많이 털어놨다.

봉준호 감독은 "칸영화제는 가장 기쁘고 즐거운 곳인 동시에 공포스러운 곳이다. 도마 위 생선이 된 기분이 드는 곳이기도 하다"는 참석 소감과 함께 "'기생충'이 세계적인 히트작이 될 줄은 몰랐다. 평소와 같은 방식으로 만들었지만 성공은 내 기대를 훨씬 뛰어 넘었다"고 칸영화제 황금종려상부터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을 휩쓴 여정에 대한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랑데부 아베크'는 봉준호 감독의 과거·현재·미래를 압축해 놓은 시간이기도 했다. 봉 감독은 '살인의 추억'을 논하며 "한국 감옥에 있는 진범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도 잠깐 했는데, 만나보고 싶진 않더라. 그는 '살인의 추억'을 봤고 '재미없다'고 했다더라", '마더'를 언급하며 "영화를 본 어머니가 몹시 기분 상해 하셨다. 12년간 그 작품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안 하셨다"는 에피소드를 꺼냈다.

'옥자'를 넷플릭스로 소개했던 봉 감독인 만큼 과거와 현재의 매개체가 될 수도 있는 스트리밍 시대에 대해선 "관객 입장에서는 영화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지만, 영화를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극장이 더 소중할 수 밖에 없다. 멈추고 넘길 수 있는 스트리밍과 달리 극장은 감독이 만든 두 시의 리듬을 하나의 덩어리로 존재하게 만든다"고 역설했다.

차기작과 차차기작은 곧 현실이 될 미래다. 봉준호 감독은 프랑스 서적에서 영감을 얻어 심해 생물과 인간들을 캐릭터화 시킨 애니메이션과 아직 출간되지 않은 미국 원작 소설의 영화화를 준비 중이다. 2025~2026년이 목표. 당초 알려진 서울을 주 무대로 호러와 액션이 결합된 한국어 영화, 2016년 런던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어 영화는 다시 봉준호 감독의 상자에 봉쇄됐다.

봉준호 감독의 뒤를 이을, 혹은 함께 걸어갈 한국 영화의 미래에 대한 신뢰는 꽤 높다. "뛰어난 개성을 가진, 그들만의 유니버스가 존재하는 감독 한 명 한 명이 다 소중하다"는 봉준호 감독은 "지금 한국에서는 젊은 세대의 뛰어난 감독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정말 기쁜 일이다"며 그 중에서도 57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부문 신인 감독상을 수상한 '남매의 여름밤' 윤단비 감독을 콕 찍어 눈길을 끌었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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