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인터뷰] 이성민 "새 작품 공개 때 실수하지 않으려 노력"

입력 2021-07-11 09:16 수정 2021-07-11 09:16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배우 이성민. 넷플릭스 제공. 배우 이성민. 넷플릭스 제공.


배우 이성민(53)이 새 영화 '제8일의 밤(김태형 감독)'에 번뇌와 번민을 담았다.

지난 2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제8일의 밤'은 7개의 징검다리를 건너 세상에 고통으로 가득한 지옥을 불러들일 '깨어나서는 안 될 것'의 봉인이 풀리는 것을 막기 위해 벌어지는 8일간의 사투를 그리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성민은 '깨어나서는 안 될 것'의 봉인이 풀리지 않도록 지키는 자의 운명을 가진 진수를 연기한다. 진수는 저승으로 가지 못한 영혼들을 저승으로 안내해주는 일을 하던 전직 승려다.

극 중 진수가 번뇌하고 번민하듯, 이성민 또한 마찬가지다. 다른 오컬트 장르 영화와 다른 작품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또 후배 배우들과 좋은 연기 호흡을 보여주기 위해 고심한다. 대중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배우로서 늘 예민하게 신경을 곤두세우기도. 이러한 이성민의 번뇌와 번민이 '제8일의 밤'과 진수 캐릭터에 오롯이 담겼다.

 
영화 '제8일의 밤' 포스터. 영화 '제8일의 밤' 포스터.
-영화가 극장이 아닌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전 세계에 공개됐다는 사실이 잘 실감 나지 않는다. 영화가 처음 공개된 날, 집에서 아내와 봤다. 그날 (영화를 봤다는 지인의) 문자를 많이 받았다. 극장에서 영화를 공개했을 때와 달랐다. 낯설고 새로운 경험이었다."

-해외 반응도 살펴봤나.
"관객 반응을 어떻게 찾아봐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극장에서 개봉했을 때는 관객 수와 반응을 찾아보기도 한다. 이번에는 문자를 몇 개 받았을 뿐이다. 어떤 반응이 나오는지 잘 모르고 있다. 한국에서 1위를 하고, 아시아권에서 인기가 있다고 하니 다행이고 신기하다."

-이 작품의 어떤 점에 끌렸나.
"시나리오에 금강경 구절이 쓰여 있었다. 평소에 관심이 있던 분야와 금강경에 나오는 이야기가 맞닿아 있었다. '어?'하는 반가움으로 시나리오를 읽었다. 그래서 감독님을 만나고 싶었다.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책을 100번 읽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냥 쓰이지는 않았을 것 같았다. 만나서 서로의 관심 분야에 대해 많은 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 이야기는 별로 나누지 않았다."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었나.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이 과연 진짜인가. 우리가 보는 것이 전부일까'다. (출연을 제안받았을 당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제8일의 밤'에서 보통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인지하는 캐릭터를 맡았다. 흥미진진한 작업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진수 캐릭터에 끌린 이유는 무엇인가.
"유튜브 영상 정도를 보는 수준이지만, 양자역학에 관심이 있었다. (양자역학이) 불교의 세계와 비슷한 지점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다른 것을 보는 눈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세상이 어떻게 보일지 궁금했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초록색 글씨 같은 이상한 것으로 상황을 인지하는 것은 아닐까 상상한 적 있다. 마침 이 영화에서 맡은 캐릭터가 그런 능력을 갖췄다. 그래서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배우 이성민. 넷플릭스 제공. 배우 이성민. 넷플릭스 제공.

-촬영하며 실제로 섬뜩했던 경험은 없나.
"없다. 원래 공포 영화를 잘 못 본다. 진짜 못 본다. 20대 때 극장 가서 본 후로는 본 적이 없다. 무섭다. (웃음) 근데 촬영하면서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다. 촬영은 촬영이니까."

-대사가 많지 않아 캐릭터를 표현하기 어려웠겠다.
"말이 별로 없어서 오히려 쉬웠다. (웃음) 감독님이 '캐릭터의 상태와 공간은 영화적으로 표현하겠다'고 했다. 나는 딱히 힘들게 연기하지 않았다."

-후배들과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
"배우들과의 호흡이 나빴다고 하는 사람은 없을 거다. 하하하. (호흡은) 좋았다. 박해준·김유정·김동영과는 많이 만나지 못했다. 가장 오래 만났던 이가 남다름인데, 정말 좋았다. 그 전 드라마(tvN '기억')에서 (남다름이 내) 아들로 나왔다. 당시 사춘기여서 고민이 많았던 거로 기억한다. 남다름이라는 배우가 성인이 돼서도 계속 배우를 할 것이라고 나는 예상했다. 그런 준비를 하면서 많은 고민을 하던 아이였다. '제8일의 밤'이 좋은 성인 연기자가 되기 위한 도약이 될 작품이 됐으면 했다. 남다름이라는 배우의 매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것 같다. 좋은 앙상블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른 오컬트 영화 속 주인공과 진수는 어떻게 다른가.
"평소 오컬트 장르 영화를 잘 보지 않는다. '사바하'와 '곡성' 정도를 봤다. 진수는 다른 세계에 관여한, 그 세계에 들어가 있는 캐릭터인 것 같다. 그것이 조금 다른 지점이다. 사실 '이런 장르의 영화에 대중이 익숙해져 있는데, (출연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에 고민했다. 주인공 캐릭터가 전직 스님이었다는 점이 이 영화를 선택하는 데에 많은 영향을 줬다. 새로운 지점이었다. 다행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넷플릭스에서 공개가 돼 아시아 불교 문화권의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 종교가 다른 오컬트 영화와 다른 지점이 아닐까. 단순히 귀신을 퇴마하는 영화가 아니다.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지 되묻는 영화다. 오컬트 장르로만 보지 마시고, 깊이 있는 드라마로 봐주시면 더 재미있어질 거다."

-심오한 양자역학과 불교적인 메시지 때문에 영화가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쉽게 설명되는, 쉬운 이야기 구조는 아니다. 시나리오를 받고 감독님에게 많은 질문을 했다. 이야기 구조와 흐름이 친절하고 쉽게 이뤄지지는 않는다. 대신 이 영화는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생각해볼 수 있는 면이 많다. 감독님의 연출도 자세히 보면 누가 살아있는 사람이고, 누가 살아있지 않는 사람인지 구별해내는 비하인드도 있다. 그런 걸 찾아보시는 재미가 있을 거다."
 
영화 '제8일의 밤' 스틸. 영화 '제8일의 밤' 스틸.

-촬영하며 힘들었던 점과 좋은 점은 무엇인가.
"진수 뒤에 몰려다니는 영혼들이 어떤 실체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연기하는 게 힘들었다. 좋은 감독, 스태프, 멋진 배우들을 만난 것이 제일 좋았다."

-후반부에 감정선이 올라오는 장면은 힘들게 찍었을 것 같다.
"시간이 촉박했다. 여름에는 해가 빨리 뜨니까 밤 촬영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기 힘들다. 경북 영양이었는데, 밤이 되면 관광객분들이 별을 관찰하는 장소였다. 라이트를 못 켰다. 라이트를 켜고 촬영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았다. 클라이맥스 신인데 촬영 여건은 타이트했다. 그래서 힘들었다."

-실제 스님을 만나기도 했나.
"조계사 스님이 자문을 해주셨다. 그분이 영화를 시작할 때 조언도 해주셨다."

-'제8일의 밤'의 진수처럼 누군가를 용서해본 기억이 있나.
"그렇지 않을까. 누구인지는 이야기하지 않겠다. (웃음)"

 
영화 '제8일의 밤' 스틸. 영화 '제8일의 밤' 스틸.
-최근 조우진과 가깝게 지낸다던데.
"(조)우진이와는 (사는) 동네가 가깝다. 제수씨가 음식을 잘해서 자꾸 부른다. 막상 배우들끼리 만나서 연기나 영화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다. 그의 영역이기도 하고, 나의 영역도 따로 있기 때문에. 그냥 선후배로, 형, 동생으로 생활 이야기를 나눈다. (조우진과 나의)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둘 다 아내 앞에서 꼼짝 못 한다. 어제도 '우리는 우리를 위해서 투자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를 나누며 통화했다."

-구글맵 보기가 취미인 것으로 유명한데, 요즘은 유튜브 영상을 많이 보는 듯하다.
"여행을 늘 못 갔다. 해외여행도 태국 가족여행 정도다. 해외는 일 때문에 가는 거였다. 아시아 밖은 구글 지도로 봤다. (웃음) 구글맵으로 어디든 갈 수 있으니까. TV로 보다가 관심 있는 지역이 나오면 구글 어스로 봤다. 요즘은 골프 유튜브를 자주 본다."

-어떤 골프 유튜브 채널을 주로 보나.
"두루두루 많이 본다. '뻐꾸기 골프'도 보고. 유튜브(출연)는 한번 하자고 연락이 왔었는데, 아직 그 정도 실력이 아니다."

-코로나로 인한 일상의 변화를 느끼나.
"개인적으로는 많이 변하진 않았다. 원래 여행을 잘 가지도 않고, 잘 돌아다니지 않는다. 작업을 하면서 사람을 만나는 것이 필연적 과정인데, 그 부분이 위축된 것이 가장 큰 변화다. 스태프와 촬영 중간에라도 많은 교류를 하는 편인데 그렇게 하지 못한다. 무의식적으로 '얘들아 밥 먹으러 가자'고 하다가도 돌아선다. 그런 점들이 많이 달라졌다."

 
배우 이성민. 넷플릭스 제공. 배우 이성민. 넷플릭스 제공.
-'믿고 보는 배우'라는 시선과 기대가 부담되지는 않나.
"즐기진 못한다. 늘 고민한다. 늘 예민하다. 새로운 작품이 공개될 때마다 실수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배우들 모두의 근원적 고민과 고뇌, 책임일 거다. 실망하게 하지 않기 위해 애쓴다. 작품을 선택하는 데도 고민하게 된다. 배우로서의 숙명이다. 크게 스트레스 안 받으려 한다. 배우가 해야 할 당연한 일이니까."

-'미생'의 오상식 등 이성민의 인생 캐릭터 가운데 누굴 가장 애정하나.
"'미생'이나 '골든타임'도 있었고. 몇 년 전에 했던 '기억'이라는 드라마가 있다. 대개 (출연작을) 다시 한번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런데 '기억'의 캐릭터는 자꾸 미련과 아쉬움이 남는다. '왜 그때 그렇게 했을까. 한 번 더 기회를 준다면 잘 할 수 있는데'라는 애정과 미련이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