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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4단계 격상에 고사 위기 영화계 '곡소리'

입력 2021-07-09 15:44 수정 2021-07-09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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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블랙 위도우' 포스터. 영화 '블랙 위도우' 포스터.


"이러다 영화계 다 죽습니다"
이제 조금 활력을 되찾나 싶더니, 다시 또 유례없는 암흑기가 시작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12일부터 수도권 거리 두기가 4단계로 격상되면서, 오랜만에 텐트폴 신작 개봉을 준비 중인 영화계가 다시 고사 위기에 빠졌다.

영화·극장 업계 아우성
코로나19 발발 이후 영화 그리고 극장 업계는 절벽으로 내몰렸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영화 산업 전체 매출 추정치는 9132억 원으로 2019년보다 63.6% 감소했다. 특히 영화 산업 매출의 약 76%를 차지하던 극장에서 1조 9140억 원에서 5103억 원으로 매출이 급감했다.

백신 접종이 시작되며 활기를 되찾는 듯했다. 배우 조우진 주연의 영화 '발신제한(김창주 감독)'이 올해 개봉 한국 영화 최초로 80만 관객 돌파에 성공했고, 마블 스튜디오의 신작 '블랙 위도우(케이트 쇼트랜드 감독)'가 이틀 만에 38만 명이 넘는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모았다. 이에 여름 성수기를 겨냥해 각 배급사에서 텐트폴 영화 개봉 준비에 들어갔다.

그러나 4차 대유행 본격화라는 암초를 만났다. 지난해 11월부터 진행된 3차 유행 당시에도 극장 관객 수가 급감한 바 있다.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인 CJ CGV의 경우 3차 유행 때인 올해 1분기 매출이 52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1% 감소했고, 526억 원의 영업손실로 적자가 계속됐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이어지고 있다. 우려하던 거리 두기 4단계까지 시행되자 "이러다 진짜 죽는다"는 업계의 아우성이 흘러나온다.
CGV 용산아이파크몰 전경. CJ CGV 제공. CGV 용산아이파크몰 전경. CJ CGV 제공.

여름 성수기에 극장 문 닫으라니…
7월부터 시작되는 여름 시즌은 극장 최대 성수기이지만, 거리 두기 4단계 격상으로 인해 극장 영업에 차질을 빚게 됐다. 다중 이용 시설의 운영이 오후 10시까지로 제한되면서, 극장 또한 오후 10시 이후에는 영화를 상영할 수 없다. 그렇다면 오후 7시 30분까지는 마지막 회차 상영이 시작돼야 한다. 직장인과 같이 저녁 이후에만 시간을 낼 수 있는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모으기 힘든 상황이다. 하루 1~2회차 상영 횟수가 줄어드는 셈이다.

황재현 CJ CGV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현재 상영 중인 '블랙 위도우'가 관객의 호응을 얻고 있는데, 4차 대유행과 거리 두기 격상이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평일 오후 7시 30분 이후에는 편성할 수 없는 어려움, 이런 점들은 고스란히 극장가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과연 관객이 일과를 마치고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을지 의문이 든다"면서 "'거리 두기 4단계가 2주 후에도 끝나지 않으면 어떡하나'라는 것은 생각하기조차 싫은 가정이다. 이젠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사회적 분위기가 가장 중요하고 생각한다. 2주간 국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있고, 확진자 증가세가 안정된다면 극장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 더 이상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영화계가 어려움을 겪지 않는 상황으로 반전됐으면 좋겠다. 꼭 극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영화 '랑종'·'모가디슈'·'인질' 포스터영화 '랑종'·'모가디슈'·'인질' 포스터

'랑종' 개봉 강행…'모가디슈' 등은 초긴장

7월부터 8월까지 개봉을 계획하던 텐트폴 한국 영화들은 초긴장 상태에 돌입했다. 대부분의 작품이 1년 넘게 개봉일을 잡지 못하다가, 이제야 조심스럽게 세상 빛을 보기 위한 준비 중이었다. 관객의 발길이 끊어진 스크린에 걸기엔 아쉬운 기대작들이어서, 이번 사태로 다시 '기다림'에 돌입할 가능성도 높다.

나홍진 감독이 제작과 기획을 맡은 '랑종(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은 거리두기 격상이 시행되는 때인 14일 개봉한다. 이미 언론배급시사회를 마쳤고, GV(관객과의 대화) 등 홍보 마케팅도 상당 부분 진행됐다. 온라인 상에서 화제를 모으며 예비 관객의 이목 끌기에도 성공했다. 때문에 이제 와 개봉을 미루기엔 피해가 막심할 터다. 다행히 순 제작비 23억 원, 손익분기점 50만 명이다. 배급사 쇼박스는 일단 변동 없이 14일 개봉을 강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28일 개봉하려던 '방법: 재차의(김용완 감독)'와 '모가디슈(류승완 감독)' 측은 더욱 깊은 고민에 빠졌다. 특히 '모가디슈'는 무려 200억 원의 제작비를 들인 작품이다. 함부로 개봉을 강행했다간 막심한 손해를 볼 수도 있다. 그러나 4단계 거리 두기가 끝난 후인 28일 개봉으로, 2주간 확산세가 안정돼 흥행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도 있다. '모가디슈'의 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일단 4단계 조치 이후 확진자 감소세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당장 결론을 낼 수 없는 문제"라고 밝혔다.

8월을 기다리고 있는 '싱크홀(김지훈 감독)'과 '인질(필감성 감독)'의 경우 아직 시간 여유가 있다곤 하지만 긴장을 늦출 수는 없다. '싱크홀'의 배급사 쇼박스 관계자는 "내부에서 배급 방향에 관한 회의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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